동행 883

ADHD와 사교육 1번지 (2025년 11월 6일)

한국인의 수는 줄고 있지만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ADHD)를 앓고 있는 한국인의 수는 가파르게 증가하고있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달 31일에 발표한 연구 결과를보면, ADHD 치료제로 쓰이는 메틸페니데이트의 작년사용량이 2007년의 4배로 증가했다고 합니다. 연령대로는 10대에 처방받는 사람이 가장 많았고, 작년의경우 7, 13, 16, 24세, 즉 초중고에 입학할 나이에 처음으로 처방받은 사람이 급증했다고 합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인구에 대비해서 이 약을 많이 처방받은 지역은 고소득자가 많고 사교육 열기가 높은 지역, 즉 서울 강남, 서초, 경기 분당, 서울 송파, 용산 순이고, 동별로는 강남구 대치동, 서초구 반포동, 송파구 잠실동, 강남구 일원동이라고 합니다. ADHD는 한마디로,..

동행 2025.11.06

큰나무가 보는 것 (2025년 11월 4일)

한국에서 가장 키가 큰 나무는 서울 홍릉숲의 노블 포플러나무라고 합니다. 수령 50세이니 저보다 한참 어린데, 키가38.97미터나 된다고 합니다. 아무리 속성수라 해도 그가 저렇게 자라는 동안 나는 무얼했다지? 왜 사람은 나무처럼 계속 자라지 못하는 거지?질문이 나무뿌리처럼 이어집니다. 이 노블 포플러가 제일 큰 나무로 인정받기 전까지는 경기도양평군 용문사 은행나무가 제일 큰 나무였다고 합니다.그는 수령 1100년이 넘은 천연기념물 30호로 노블 포플러보다 17센티미터 작다고 합니다. 문득 두 나무가 보는 것과 그들의 나이테가 궁금합니다. 자라는 속도가 다른 만큼 보는 것도 다르고 경험하는 것도 다르고 갈무리하는 것도 다르겠지요? 어쩌면 포플러가 저리도 빨리 자라는 건 숲에 있기 때문일지모릅니다. 옆..

동행 2025.11.04

11월을 좋아하는 일 (2025년 11월 1일)

언제부터일까요? 11월을 좋아하게 된 것이.11월을 좋아하는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요... 그건 어쩌면, 아무것도 영원하지 않음을 아는마음, 삶에 깃든 슬픔을 조금 알게 되어 한낮보다 석양을 좋아하는 마음, 옷을 벗어젖히게 하는 열기를 즐기기보다 옷깃을 여미게 하는 찬 바람 속을 걷는 마음일 겁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 11월의 도착을 환영하며11월에 어울리는 노래 두 곡을 소개합니다.한 곡은 미국 밴드인 건즈 앤 로지스(Guns N' Roses)의'11월의 비 (November Rain)'이고, 두 번째 곡은한국 원맨 인디밴드인 지미 스트레인의 '어른'입니다. 두 곡의 가사를 두 문단씩 옮겨두었는데 '11월의 비'는 가사가 길어 일부이고, '어른'의 가사는 전문입니다.각 가사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동행 2025.11.01

10월 29일 사이렌과 차별적 추모 (2025년 10월 30일)

어제 아침 갑자기 사이렌 소리가 들렸습니다. 사이렌은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을 기리는 현충일(6월 6일)에 울리는 건데 무슨 일이지? 하는 생각이들었습니다. 현충일엔 오전 10시에 울리는데, 어제는 10시 29분에울렸습니다. 인터넷을 검색하니, 사이렌은 어제 정부가 이태원에서 일어났던 핼러윈데이 참사 3주기를 맞아 유가족과 함께 주최한 첫 공식 추모 행사의 일부였다고 합니다. 그 소식을 접하니 지난 4월 11주기를 맞은 세월호 참사와 작년12월 29일 무안공항에서 일어난 제주항공 참사가 떠올랐습니다. 세월호와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들을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는 공식 추모 행사도 없었고 사이렌도 울리지 않았는데.. 의아했습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수가 다른 참사의 희생자 수보다 많은 걸..

동행 2025.10.30

차인현 신부의 삶과 음악 2 (2025년 10월 27일)

차인현 신부님은 1938년 평안북도 선천에서 태어나 자라다1949년 여름 어머니와 누이동생과 함께 서울로 월남하셨습니다.1952년 세례를 받고 알로이시오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1966년에 사제 서품을 받고 아현동성당 보좌신부가 되었고1971년엔 응암동성당 주임신부가 되셨습니다. 1973년엔 서울대교구의 결정으로 로마에 유학을 가셨는데,그건 차 신부님이 사제로서는 드물게 피아노 치는 모습을김수환 추기경님이 보셨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차 신부님은 훌륭한 첼리스트이기도 했습니다. 추기경님은 성(聖)음악의 중요성을 아시고 음악에 조예가 깊은젊은 사제를 교황청에 보내어 성음악을 배우게 하신 거지만,이탈리아어를 전혀 모르는 상태로 로마의 교황청립 음악대학(무지카사크라)에 입학하신 가난한 사제의 고생이 얼마나 컸던지..

동행 2025.10.27

차인현 신부의 삶과 음악 1 (2025년 10월 25일)

몇 년 만일까요, 제가 마이크를 든 것이?5년 7개월 동안 진행했던 tbs의 '즐거운 산책 김흥숙입니다'를 그만둔 게 2017년 가을이고, 그 후엔 가끔 도서관이나 주민센터의 초청으로 강의를 했지만 그마저도 코로나 후엔 그만두었습니다. 세상이 날로 소란스러워지고 천박해지는 것 같아 칩거하듯 동네에만 머물렀는데, 그날은 서울 한복판 정동에까지 나갔으니 제 일상이 제대로 깨뜨려진 날이었습니다. 정동에 나가 마이크를 든 것, 그건 모두 한 번도 만나뵌 적 없는 한 신부님과 그분을 기리는 한 권의 책 때문이었습니다. 그분은 차인현 알로이시오 신부님. 생전의 차인현 신부님. 박홍철 신부 제공 그분이 살아계실 땐 그분을 몰랐고 제가 그분 때문에 안하던 짓을 하게 될 거라는 것도 몰랐습니다. 그저 주변 사람들 입..

동행 2025.10.25

내 친구 '공안과' (2025년 10월 20일)

나빠지는 시력을 보완할 길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을한 지는 한참 되었지만 외출이 싫어 미루다가 마침내지난 금요일 공안과를 찾았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안경을 쓰다가 대학 시절 처음으로 공안과에 가서 콘택트렌즈를 맞췄습니다.콘택트렌즈는 말 그대로 렌즈를 눈의 각막에 직접부착해 사용하여 안경을 쓸 때보다 잘 보였습니다. 신문 기자가 된 후엔 공안과의 문턱이 닳을 정도로드나들었습니다. 조간 기자 노릇을 하며 잠은 적게자고 글은 많이 읽어서인지 시력이 나쁜 데다 약시였던눈이 빨간 토끼 눈이 되기 일쑤였습니다. 그때는 의료보험증이라는 걸 들고 병원에 갔고 병원방문 후엔 그 보험증에 병원의 이름이 찍혔는데, 제 의료보험증엔 온통 공안과뿐이었습니다. 신문사는중학동, 공안과는 서린동, 모두 종로구에 있어 가..

동행 2025.10.20

노년일기 268: 어리석은 부모들의 시대 (2025년 10월 15일)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의 어머니에게서 놀라운얘기를 들었습니다. 체육시간에 아이들이 운동장에나가 뛰는 대신 교실에서 '오목'을 두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바둑돌을 갖고 노는 오목이 '체육'이 될 수 있다는 게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느냐고 물으니, 어떤 아이의 어머니가 교감에게 전화해서 자기 아이가 햇볕에 약하니 체육을 하지 말라고 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런 아이가 있으면 그 아이는 그늘에 있게 하고, 다른 아이들은 햇살을 쬐며 '체육'이 뜻하는 대로 '신체 활동에의한 건강의 유지와 증진, 체력 향상을 도모' 하면 될 텐데,왜 다른 아이들까지 체육을 하지 못하게 한 걸까요? 그 어머니가 그렇게 말도 안되는 요구를 할 때, 왜 교감은 그 요구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대신 체육을 오목으로 바꾸게..

동행 2025.10.15

멘토 말고 씨동무 (2025년 10월 13일)

"김흥숙 씨가 000씨 멘토라면서요?""제가 요?" 어리둥절한 제게 선배의 말이이어졌습니다."김흥숙 씨가 멘토인데, 000씨는 왜 그 모양이래요?""네?" 멘토가 무엇인지, 제가 000씨의 멘토인지생각 중이던 저는 애매하게 답하고 말았습니다. '멘토(mentor)'의 사전적 정의는 '지지하고 조언하며이끌어 주는 사람'인데, 저는 00씨의 얘기를 듣고그의 편이 되거나 몇 마디 한 적은 있지만, '이끌어' 준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럼 너는 00씨의 멘토가 아니라는 거냐? 그럼 네게00씨는 어떤 사람이냐?'고 물으면, 저는 아마도 '제가마음을 쓰는, 소수의 사람 중 한 사람'이라고 말할 겁니다. '마음을 쓴다는 게 무어냐'고 물으면, 그 사람이 힘들어 하면 제 마음이 슬프고 그이가 즐거워하면 제 마음이..

동행 2025.10.13

조용필 '오빠' (2025년 10월 7일)

KBS2 한국방송이 올해 들어 가장 잘한 일은 조용필 씨의무대를 준비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젯밤 '이 순간을영원히' 콘서트를 보며 참 오랜만에 한국방송에 감사했습니다. 한국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아나운서와 지긋지긋한'예능'과 연예인들, 후안무치한 정치인들의 얼굴을 보는 대신 수십 년 간 자신의 길을 닦아 온 아티스트를 보며 그의 음악을들으니 참 행복했습니다. 화면 속 조용필 씨. 노래는 전과 같은데 사람은 더 겸손해져보였습니다. 75세에도 '노래를 좀 더 잘할 수 있을까' 하고매일 노래 연습을 한다는 '가왕'은 한 음 한 음 정성을 다해 완벽을 기했습니다. 조용필이라는 크고 깊은 거울에 저를 비추어 보니 자연스럽게제가 그처럼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자발적으로 또는..

동행 2025.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