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노년일기 234: 전화 (2024년 11월 3일)

divicom 2024. 11. 3. 12:16

머리 아픈 회의 끝 참석자들과 헤어지는데

전화벨이 울립니다. 서둘러 인사하고 바지

주머니의 전화기를 꺼냅니다.

 

번호를 보니 3월에 마지막으로 통화했던

친구입니다. 제 어머니 돌아가신 걸 뒤늦게

알았다며 미안해하던 친구의 목소리가

떠오릅니다. 제 몸과 마음이 좀 편해진 후에

만나자고 하고는 7개월이나 소식을 전하지

못했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여보세요" "여보세요" 연거푸

불렀지만 달그락달그락 그릇 소리만 났습니다.

친구가 저와 통화하려고 번호를 누른 게

아니고 동작 중에 제 번호가 눌리었나 봅니다. 

전화를 걸까 하다가 그만두었습니다. 아직은

오랜만에 만난 자리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을

자신이 없습니다. 

 

설 연휴 끝나고 돌아가신 어머니가 떠오릅니다.

어머니도 가끔 그러셨습니다. 전화벨이 울리고

낯익은 번호가 보이면 반가워서 "여보세요,

엄마!" 하면 "응, 나다"하는 응답 대신 다른 사람과

얘기하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리거나 달그락

또는 부스럭 소리만 들렸습니다.

 

"엄마, 여보세요!"를 반복하다가 끊을 때면

알 수 없는 슬픔이 차올랐습니다.  같은 세상의

어머니가 다른 세상에 계신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지금, 어머니는 다른 세상에 계십니다.

 

가끔 어머니 번호를 누르고 싶습니다. '응, 나다"는

아니어도 어머니의 달그락 소리라도 듣고 싶습니다. 

친구 덕에 들은 달그락 소리...  어머니의 소리입니다.

엄마, 엄마 계신 곳에 저도 가겠지요.

다시 만날 때까지 부디 평안하셔요!

 

https://www.youtube.com/watch?v=_oyLgkLUGoc&list=RD_oyLgkLUGoc&start_radio=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