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숙 2655

사건 2024헌나8 (2025년 4월 5일)

어제 오전 11시 22분,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12월 3일밤 10시 28분에 선포하고 12월 4일 오전 4시 30분에해제한 계엄으로 탄핵 소추된  사건에 대해 헌법재판소 (헌재)가 '결정'을 내렸습니다. '사건 2024헌나8 (대통령) 윤석열 탄핵'에 대해내린 '주문'은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탄핵한다.' 이 결정은 '8-0' 전원일치로 이루어져 한국의 분열을걱정하던 나라 안팎의 사람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비가 내립니다. 이 비가 대립의 앙금을 모두 씻어주기를, 낙엽 아래 도사리고 있던 불씨들을 완전히 식혀 흙과 한몸으로 만들어 주기를 바랍니다. BBC는 헌재의 결정을 보도하면서, 한국의 대통령들은감옥에 가거나 유배되거나 탄핵되었다며 한국의앞날이 우려스럽다고 했습니다. 다른 외국..

동행 2025.04.05

폭싹 속았수다 (2025년 4월 2일)

폭삭 시든 꼴로 누웠다 앉았다 감기를 앓으면서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를 보고 있습니다.처음엔 2편씩 보았지만 이제는 하루 1편씩 봅니다.체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드라마가 소환하는 이 나라와 저의 과거가 버거워서입니다.   처음엔 별로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아이유 씨와박보검 씨, 둘 다 제가 좋아하는 타입의 배우가 아닙니다.그런데 드라마를 보니 두 배우는 보이지 않고 아이유 씨가연기한 애순과 박보검 씨가 연기한 관식만 보입니다. 평론가들과 시청자들, IMDB, Rotten Tomato등영화 관련 매체들이 칭찬을 쏟아낸다니, 그 칭찬 속에 제가 이 드라마를 계속 보는 이유도 들어있을까요? 제가 이 드라마를 보는 이유는 '순애 (殉愛)'와'순애 (純愛) ' 때문입니다. 첫 번째 순애는 '사랑을 위해모든..

동행 2025.04.02

우리가 물이 되어 (2025년 3월 28일)

오랜만에 맑은 하늘을 보며 집으로 오는 길, 연기 가득할 남녘을 생각합니다.소나기가 쏟아져 저 산불을 다 꺼주면 얼마나좋을까...  비 바라는 마음이 강은교 시인의 시집을찾게 합니다.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가문 어느 집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우리가키 큰 나무와 함께 서서/우르르 우르르 비오는 소리로 흐른다면..." 스물여덟 명의 목숨을 앗아간 화마, 아직도그칠 줄 모르는 화마, 그 불의 시작이 모두혹은 거의 실화라니 기가막힙니다.  어리석은 나의 동행들이여, 부디 정신 차리시라!아직 물이 되지 못하는 우리, 불만은 놓지 마시라!  우리가 물이 되어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가문 어느 집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우리가 키 큰 나무와 함께 서서우르르 우르르 비오는 소리로 흐른다면.흐르고 흘러서 저물..

오늘의 문장 2025.03.28

좋음, 매우 좋음 (2025년 3월 25일)

하늘이 뿌옇기에 미세먼지 정보를 보니미세먼지 '나쁨',  초미세먼지 '매우 나쁨'입니다.또 하루 숨 쉬기 힘든 하루가 시작되었습니다. 하필 먼 곳의 친구가 오는 날 공기가 나쁘니먼지 속을 헤쳐 올 친구에게 미안합니다.그렇지만 '공기가 나쁘니 오늘 오지 마시고,공기 좀 나아지면 볼까요?' 하는 전화를 하지 않고가만히 있습니다. 친구를 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나쁜 공기를 핑계로 어영부영하고 싶지만어제 꽃과 나무들을 보았으니 그럴 수 없습니다. 어제도 공기가 나빴지만 나무마다 새 잎들이 어린이의 눈동자처럼 반짝이고, 개나리엔 이미 노란 안개가 어리어 있었습니다. 나쁜 공기는 나쁜 사람들처럼 세상을 시끄럽고탁하게 하지만, 꽃과 나무는 신경 쓰지 않고 제 할 일을 합니다. 저도 그래야겠습니다. 친구를 만나 우정에..

나의 이야기 2025.03.25

ㅌ씨와 ㄷ씨 (2025년 3월 17일)

어젠 처음으로 제 집을 방문한 귀한 손님 덕에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제가 '4김씨'라고부르는 둘째 수양딸 가족입니다. 수양딸 부부의아들은 ㅌ씨와 ㄷ씨인데, 나이 차이는 있되 둘 다 초등학교 입학 전입니다. 전에도 ㅌ씨와 ㄷ씨를 만난 적이 있지만, 그땐두 사람이 엄마 배 속에 있을 때였습니다. 엄마가 힘들 때 찾아온 ㅌ씨가 참 고마웠습니다. ㅌ씨가 태어나고 그가 자라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보며 수양딸이 참 좋은 엄마로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몇 해 후에 태어난 ㄷ씨는 ㅌ씨와 조금 달라 보였습니다. 조금 더 자유롭다고 할까요? 만나본 적 없으니 혼자 상상하고, 산책길에 남의 아이들을 보며 생각만 했습니다. 그러던 ㅌ씨와 ㄷ씨를 드디어 만났으니, 그 반가움이 얼마나 컸는지 모릅니다. 두 사람 다 수..

동행 2025.03.17

화이트 데이, 파이 데이 (2025년 3월 1 4일)

3월 14일을 어떤 날로 기념하는가를 보면 그 사람의성향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화이트 (White) 데이'이자 '파이 (π) 데이'이고, 세계적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생일입니다. '파이 (Pi)'는 원주율, 즉 원의 지름에 대한 원둘레의 비율을 뜻하며, 약 3.14로 알려진 상수입니다. 약 3.14인 이유는이 수가 소수점 아래로 계속 이어지기 때문입니다.2024년 6월 현재 소수점 이하 약 202조 번째 자릿수까지 구헀다고 하니, 수학 불능자인 저로서는 놀랍고 신기합니다. '파이 데이'는 1988년 샌프란시스코 과학관의 물리학자 래리 쇼가'파이'와 수학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일으키기 위해 시작하여현재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즐긴다고 합니다.  '파이 데이' 축제에서는 꼭 맛있는 파이 (..

동행 2025.03.14

봄의 사냥개들이 (2025년 3월 3일)

정오를 넘기자 바람의 한기가 짙어집니다.거리로 나가니 '봄의 사냥개들'이 분주히 움직입니다. 겨울은 워낙 단단하니 겨울을 몰아내려면 센 바람과 사냥개가 필요합니다. 봄이 오는 길목이늘 어수선한 이유입니다. 집에 돌아와 앨저넌 찰스 스윈번 (Algernon CharlesSwinburne: 1837-1909)의 시를 펼칩니다. '봄의 사냥개들이 (When the Hounds of Spring)'의첫줄입니다.  'When the hounds of spring are on winter's traces'(봄의 사냥개들이 겨울을 뒤쫓을 때). 골목마다 팔딱이는 겨울의 꼬리가 보입니다."겨울아, 네 덕에 겸손을 배웠다. 우리가 길어지는 낮 덕에 겸손을 잊거든다시 오너라! "

오늘의 문장 2025.03.03

전시회, 전시회 (2025년 3월 1일)

오랜만에 인사동에 나갔습니다. 인사동은계속 달라지고 있습니다. 당연한 일이지요,옛날은 가고 오늘은 오니까요. 길은 복잡하고 상가는 현란했지만전시장 안은 대개 조용했습니다. 첫 번째 전시장에 들어갈 때는 잠깐망설였습니다. 언뜻 보기에 만화캐릭터 상품이 모인 팬시용품 가게같았습니다. 그러나... 들어가보고는 놀랐습니다. 젊은 작가 다수가 함께하는 전시이고 그중 여러 작가는 그림을 그릴 뿐만 아니라다른 작업도 하는 것 같았는데, 대부분색을 쓰는 법을 아주 잘 알고 있었습니다. 오래전 문화부 기자로서 미술을 담당할 때만났던 젊은 작가들과는 매우 달랐습니다.당시 젊은 작가가 전시회, 특히 개인전을하려면 돈 많은 부모가 있어야 했습니다. 부모 덕에 일찍부터 그림을 배운 사람들이 그림이 뭔지도 모르고 색을 쓰는 방법..

동행 2025.03.01

경찰관의 방문 (2025년 2월 24일)

일층에서 누군가 우리 집 호수를 눌렀습니다. 집안 벽에 붙은 화면을 보니유니폼인 듯한 옷을 입은 두 사람이 보입니다.기기가 오래 되어서인지 모습만 보일 뿐그들이 하는 말은 들리지 않습니다. 우리 층에 고장난 곳이 있어서 고치러 온사람들인가 생각하며 일층 출입문을열어줍니다. 조금 있으니 누군가 우리 집 문을 똑똑 두드립니다. '누구세요?' 물어도 대답하지 않습니다.    문을 여니 여자 하나 남자 하나 정복 경찰 둘이서 있습니다. "무슨 일이세요?" 하니 당황한 듯"아, 연락 안하셨어요?" 합니다. "아니오, 안했는데요?" 하자, 우리 집 호수를 확인합니다.호수는 맞지만 경찰에 연락한 적이 없다고 하자아, 그럼, 뭐가 잘못됐나 어쩌고 하더니 그냥갑니다. 참 황당합니다.  한 시간쯤 되었을까요? 또 누군가 ..

동행 2025.02.24

강아지의 고백 (2025년 2월 22일)

의 작가 토머스 하디 (Thomas Hardy, 1840-1928)는 시인으로서도 탁월했는데, 그의 시는 특히 아이러니에 뛰어났다고 합니다. 어제 읽은 시도 그랬습니다. 대충 번역해 옮겨둡니다. 아, 내 무덤을 파는 게 너인가?  "아, 누가 내 무덤을 파고 있는가,나의 연인이.. 후회를 묻고 있나?”-- "아니에요, 그 사람은 어제 결혼하러 갔어요,엄청난 부잣집 딸하고. 그가 말했어요,‘이제 내가 진실하지 않다며 그녀가기분 상하는 일은 없을 거야’라고.  "그러면 지금 내 무덤을 파고 있는 건누구지? 제일 가깝고 친한 친척?“-- "아, 아니에요, 그들은 앉아서 생각할뿐이에요, ‘무슨 소용이 있담! 꽃을 심은들무슨 소용이 있어? 그녀의 무덤을 아무리가꿔도 죽음의 덫에서 그녀의 영혼을 풀어낼 순 없어.’..

오늘의 문장 2025.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