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숙 2679

'장수의 저주'를 피하려면 (2025년 7월 4일)

며칠 전 첫째 수양딸과 단골 카페에 갔다가카페 주인과 셋이서 건강을 위해 하는 일상적 노력에관해 얘기를 나눴습니다. 두 사람은 저보다 한참 젊지만건강한 노년을 위한 노력은 해야 할 나이입니다. 제 노력은 걷는 것뿐입니다. 가능하면 매일 동네를걷고 집안에서는 뒤꿈치를 들고 걸어 다닙니다.그래서 그런지 나무젓가락 같다는 얘길 듣던 종아리와넓적다리가 나이 들며 오히려 단단해진 듯합니다. 그 얘기를 듣던 두 사람이 저 하는 짓이 '귀엽다!'고칭찬해 주었습니다. 제가 "세상에 공짜는 없어요.애써서 노력하지 않으면 죽은 것도 아니고 산 것도아닌 상태에 머물게 돼요. 그렇게 되는 걸 피하려고노력하는 것뿐이에요" 하고 말하니, 두 사람 다 옳은 말이라며, 그런 상태에 놓이는 것만은 피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신체의 병..

동행 2025.07.04

천 야드 시선 (2025년 7월 1일)

The Two-Thousand Yard Stare 달력 한 장을 떼어내자 7월의 시선과 마주칩니다.열대야를 앞당긴 6월, 길어진 낮만큼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그 모든 일들이 제게 준 각성을 생각할 때, 그 일들 모두에게두루 감사합니다, 감기까지도. 제게 세상은 알 수 없는 이야기가 가득한 책과 같습니다.그러니 아직도 아이 같다는 말을 듣는 거겠지요.그래서일까요? 저는 대개 아이처럼 명랑합니다. 그러나 엊그제 위키백과(Wikipedia)에서 본 그림 한 장이 저의 명랑을 방해합니다. 미국의 화가이며 종군기자인 토머스 리 (Tom Lea, 1907-2001)가 그린 '해병들은 그걸 2천 야드 시선이라 부르네(Marines Call It That 2,000 Yard Stare)'라는 제목의 그림입니다.htt..

동행 2025.07.01

여름 노래 (2025년 6월 28일)

여름은 독재자의 시간입니다. 물론 그 독재자는 태양입니다. 태양은 곡식과 과일을 영글게 하고 식물을 자라게 하는 한편 동물들을 괴롭히고 사람이 동물임을 일깨웁니다. 겨울과 봄, 태양을 반기던 사람들은 태양이 뜨지 않는 시간, 소나기와천둥 번개를 반기기도 합니다. 태양의 계절인 여름에 가장 쉽게 잊히는 것은 달입니다. 가끔 더위에 잠 못 이루는 사람들이나 달을 발견합니다. 시민이지만 시민과 다른 시인은 대개 잊히는 것들에게 눈을 줍니다. 달리기 시합에서 모두가 1등에게 환호할 때 2등의 애석함과 꼴등의 부끄러움을 보는 게 시인이지요. 미국의 의사이자 시인이었던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 (William Carlos Williams: 1883-1963)도 그런 시인 중 하나입니다. 그의 '여름 노래 (..

오늘의 문장 2025.06.28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2025년 6월 25일)

75년 전 오늘은 일요일이었습니다. 그날 새벽 4시, 북한이 남한을 침략해 6.25전쟁이 일어났습니다.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이 체결될 때까지 정부 통계로 약 137만 4천 명이 사망했습니다.통계에 잡히지 않은 사람들이 포함되면 사망자가 150만 명에 이를지 200만 명이 될지 알 수 없습니다. 우리는 전투기나 핵무기의 성능은 추산할 수 있지만한 사람의 능력은 도저히 알 수 없습니다. 그러니한 사람이 죽는다는 건 어마어마한 일입니다. 6.25전쟁 중 죽은 사람 중에 어떤 사람이 있었는지우리는 알지 못합니다. 어마어마한 것을 잃고도무엇을 잃었는지 모르게 하는 것이 전쟁입니다. 그래서 전쟁은 가장 어리석은 낭비이고 악 중의 악입니다. 그런데 지금 세계 곳곳에서는 전쟁이진행 중입니다. 인간의 문명이..

동행 2025.06.25

비, 비, 물, 물 (2025년 6월 16일)

반가운 비, 부지런하기도 하지! 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밤새 세상을 씻어준 고마운 물. 물만큼 무서운 것도 없지만 물처럼 아름다운 것도 없을 겁니다. 무심히 집어든 에서 이태준도 노래합니다. '조선의 모파상'으로 불렸던 이태준. 그의 글을 읽으며 여러 번 결심했으나 아직 이루지 못한, 꿈 같은 목표를 상기합니다. '물 같은 사람이 되자!' "흙 속에서 스며나와 흙 위에 흐르는 물. 그러나 흙물이 아니요 정한 유리그릇에 담긴 듯 진공 같은 물, 그런 물이 풀잎을 스치며 조각돌에 잔물결을 일으키며 푸른 하늘 아래에 즐겁게 노래하며 흘러가고 있다. 물은 아름답다. 흐르는 모양, 흐르는 소리도 아름답거니와 생각하면 이의 맑은 덕, 남의 더러움을 씻어 줄지언정, 남을 더럽힐 줄 모르는 어진 덕이 거기 있..

동행 2025.06.16

대기만성과 비육지탄 (2025년 6월 10일)

고등학교에 다닐 때 저희 반에는 ㅅ이라는 학생이있었습니다. 얼굴이 하얀 그 아인 늘 빳빳하게 풀 먹인흰 칼라를 단 새것 같은 교복을 입고 학교에 왔습니다. 머리 또한 바로 어제 미용실을 다녀온 사람처럼 단정하니,한 번도 다린 적 없는 교복을 입고 대충 빗은 머리로 학교에 가던 저와는 참 달랐습니다. 워낙 멋에 무심했던 탓인지, 책 재미에 흠뻑 빠져 있을 때라 그랬는지 ㅅ을 부러워하진 않았는데, 어느 날 문득 그 아일 보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는 지금이 네 인생의 정점이지만, 내 인생의 정점은 한참 후에 오겠구나.' 2학년 때 같은 반을 한 후 지금까지 ㅅ을 다시 만난 적이 한 번도 없으니, 그 애 인생의 정점이 그때였는지 훗날 더 빛나는 시기가 왔는지 확인할 기회는 없었습니다. 한 가지 분명..

동행 2025.06.10

누가 지구를 위해 말할 것인가 (2025년 6월 4일)

의미 없는 소음이 지상의 삶을 가득 채우고 있다고 느낄 때는 책꽂이에서 칼 세이건 (Carl Sagan: 1934-1996)의 (코스모스)>를 꺼내어 아무 페이지나펼칩니다. 오늘 펼친 페이지는 338쪽입니다.'우리가 지구를 위해 말하지 않는다면누가 말하겠는가?' 라는 문장이 눈에들어옵니다. 아, 그러고 보니 내일이 '세계 환경의 날 (World Environment Day)이네요. 든 무슨 책이든 지구와 기후에 대한 생각을 격려하는 책을 읽기 시작하면 좋겠습니다. 환경운동에 관한 책을 읽어도 좋고, 신간 처럼 보다 근본적인 얘기를 하는 책을 읽어도 좋겠지요. '우리가 지구를 위해 말하지 않는다면 누가말하겠는가?' ... 지구뿐일까요? 누군가에 대해 혹은 무엇인가에 대해 책임져야 할 사람이 '우리'라면,..

오늘의 문장 2025.06.04

6월의 기억 (2025년 6월 1일)

6월의 첫날, 클로드 맥케이 (1890-1948)의 시 '유월의 기억 (A Memory of June)'을 읽다가눈이 젖었습니다. 눈을 씻어준 눈물이 영혼도씻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랑하고 사랑받은 기억처럼 사람을 맑히우는것도 없을 겁니다. 30도 가까이 솟은 바깥 기온은더위를 주지만, 기억 속 사랑의 온기는 오히려가슴을 서늘하게 합니다. 6월이 우리 가슴 속죽었던, 혹은 잠자던 순수를 깨워주면 좋겠습니다. 클로드 맥케이는 자메이카 출신의 미국 작가로소설과 시로써 '할렘 르네상스 (Harlem Renaissance)'를 이끌었습니다. 할렘 르네상스는 1920년대와 1930년대미국 뉴욕 맨해튼을 중심으로 일어났던 흑인 문화부흥운동입니다. 문학은 물론 학문, 음악, 미술, 패션과 사진 등 문화예술의 전 영..

오늘의 문장 2025.06.01

싱가포르가 부러워 (2025년 5월 23일)

나라 안팎이 그 어느 때보다 뒤숭숭한 요즘친구 덕에 혼돈 속 길을 보여 주는 연설문을읽었습니다. 지난 4월 16일 로렌스 웡 (LawrenceWong) 싱가포르 총리가 S. 라자라트남 강연에서발표한 것입니다. 이 강연은 지난 2006년 별세한 존경받는 정치가이며 언론인이고 외교관인 S. 라자라트남을 기념해 매년실시됩니다. 싱가포르는 1965년에 독립해 올해 독립 60주년을 맞습니다. 웡 총리는 이 강연에서 제2차 세계대전 후 국제질서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그리고 그것이 싱가포르를 포함하는 아시아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로시작하여, 미국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후 세계가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지, 그리고 지금과같은 상황에서 우리, 자원이 없는 작은 아시아 국가와 국민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

동행 2025.05.23

대통령 후보들의 관상 (2025년 5월 17일)

기호 1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2번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4번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5번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 6번 구주와 자유통일당 후보, 7번 황교안 무소속 후보, 8번 송진호 무소속 후보. 산책길에 나붙은 21대 대통령 선거 후보 벽보를 보면'마흔이 넘으면 누구나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에이브러햄 링컨 미국 대통령의 말이 떠오릅니다. 정말이지 얼굴처럼 노골적인 성적표는 없을 겁니다. 교활한 사기꾼 관상이 두엇 있는가 하면, 죽어도양심 따라 살 '꼴통'도 있고, 타고난 운이 좋아 벽보에낀 듯한 얼굴도 있습니다. 좋은 사람처럼 보이도록,혹은 대통령감으로 보이도록 '뽀샵'을 했겠지요.3번이 없는 이유는 원내 3당인 조국혁신당이 후보를내지 않아서라고 합니다. 저도 한때는 관상 잘 ..

동행 2025.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