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숙 2574

노년일기 215: 해변에서 노는 아이 (2024년 5월 25일)

요 뗏목에 갇힌 지 4일 째 삶은 갈수록 단순합니다. 머리는 뜨겁고 목소리는 이상하고... 왜 칼 세이건(Carl Sagan: 1934-1996)의 를 펼치는 걸까요? 죽음을 가까이 느끼다 보니 죽기 전 뉴튼(Isaac Newton: 1643/42-1727/26)이 했던 말이 떠오른 걸까요? "I do not know what I may appear to the world;but to myself I seem to have been only like a boy, playing on the seashore, and diverting myself, in now and then finding a smoother pebble ora prettier shell than ordinary, while the grea..

오늘의 문장 2024.05.25

5.18의 물음표 (2024년 5월 18일)

이 블로그를 찾아준 알 수 없는 분 덕에5년 전 오늘 여기 올렸던 시를 만났습니다.정의를 위해 흘렸던 피와 희생조차 과거사가 되면잊히거나 이용당하는 일이 많으니, 착잡합니다.아래는 5년 전 이 블로그에 썼던 글의 일부입니다.그때의 마음과 지금의 마음이 다르지 않아아래에 옮겨둡니다.-------------------------------------------------------------------------------------  1980년대 전두환 정권과 싸웠던 '386세대' 대다수는 자신들이 타도의 대상으로 삼았던 사람들처럼 권력과 금력을 좇으며 '잘' 살고 있습니다. 잘 죽지도 못하고 잘 살지도 못하는 제 속에는 물음표만이 쌓여 갑니다. 그 물음표 중엔 시인 김남주(1946-1994)의 물음표가 ..

오늘의 문장 2024.05.18

도시의 유목인 (2024년 5월 14일)

작년 봄 언저리에 허먼 멜빌 (Herman Melville: 1819-1891)의 단편소설 '필경사 바틀비 (Bartleby, the Scrivener: A Story ofWall Street)'를 읽으며 재미와 슬픔을 동시에 느낀 적이 있습니다.  멜빌 하면 만  떠올리던 제게 '필경사 바틀비'는 놀라웠습니다. 마치 존 스타인벡 하면 만 생각하다가'진주 (The Pearl)'를 읽었을 때의 기분이라고 할까요? 변호사 사무실에 새로이 고용된 '필경사 바틀비'에 관한 이 짧은 소설은 단순하지만 답하기 어려운 '이뭐꼬?'와 같은 질문을 품고 있습니다. 처음엔 일을 잘하던 바틀비가 언제부턴가 일을 시키면  '하지 않고 싶습니다/하고 싶지 않습니다(I would prefer not to)'라고 말하며 일을 하지..

오늘의 문장 2024.05.14

그곳에 개울이 (2024년 5월 10일)

허만하 시인을 아는 것은 행운이고그의 시를 읽는 것은 축복입니다.아흔두 해를 꼭 채워 사신 선생은'詩의 눈'으로 자신의 안팎을 봅니다. 우리는 모두 그분께 빚지고 있습니다.적어도 그분의 시를 읽는 동안엔우리도 언어의 다른 얼굴을 볼 수 있습니다.(아래는 선생의 시집 41-42쪽에 수록된 '그곳에 개울이 있었다' 전문.시의 여백은 선생이 만드신 여백임.)  그곳에 개울이 있었다 뜻밖에그곳에 개울이 있었다 흐르고 있었다 시간이 목을 축이고 있었다  그때  사라지는 것이 태어났다 있다가 없어지는 것 어느덧 보이지 않는 소실점을 향하여 손을 흔들며 이별과 출발 사이 손을 흔들며  그것은 멀어지고 있었다 그곳에도 천체가 있고 해와 달이 돌고 있었다

오늘의 문장 2024.05.10

미안해 수국, 미안해 파프리카! (2024년 5월 7일)

비 오니 좋구나눈물도 세상도 지워지는구나걸음마다 일어서던 먼지도 잔잔하구나 빗속 떠돌다 화분 사이에 서니손금 선명하던 수국과 파프리카 잎들오래된 기억처럼 흐릿해지고 있네 미안해 수국, 미안해 파프리카!노란 파프리카, 분홍 수국 꽃들물 두어 잔에 서서히 몸 일으키며괜찮아 새 고아야, 그럴 수 있어우린 네 생각보다 강하단다너도 그렇고

나의 이야기 2024.05.07

숨바꼭질 (2024년 5월 4일)

어버이날 선물을 골라야지,뭐가 드시고 싶을까, 파스타? 자장면?울엄마 좋아하시게 얼굴에 뭘 좀 바르고옷도 그럴싸하게 입어야지... 아, 엄마다! 엄마!!두 발짝에 한 번씩 엄마가 보이지만닮은 것은 몸집과 자세뿐입니다. 봄길이 느리게 흐르는 건 엄마와 숨바꼭질하는 늙은 아이들 때문입니다. 머지 않아 사라질 엄마들 때문입니다.https://www.youtube.com/watch?v=PwbdzarEoNg&list=RDPwbdzarEoNg&start_radio=1&ab_channel=JHChung

나의 이야기 2024.05.04

테리 앤더슨을 추모함 (2024년 4월 25일)

언론사에 소속된 기자로 15년을 살고10여년 동안 신문방송에 칼럼을 연재했지만, 진실을 보도하려 애쓰다 죽기 직전까지 가거나영어(囹圄)의 몸이 된 적은 없습니다.그러니 테리 앤더슨(Terry Alan Anderson: 1947-2024) 같은 기자 앞에 서면 한없이 작아지는 거지요.지난 21일 영면에 든 앤더슨씨의 자유와 평안을 기원하며동아일보 김승련 논설위원이  '횡설수설' 칼럼에 쓴글을 아래에 옮겨둡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기사 원문을 볼 수 있습니다.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240423/124622749/1     1980년 5월 광주의 한 모텔에 몇몇 외국인 기자들이 모여들었다. 모텔 창문 밖으로 멀리 저항에 나선 광주시민들이 보였..

동행 2024.04.25

봄꽃 사진 (2024년 4월 22일)

봄 풍경 속 엄마는 벚꽃처럼 화사하고 튤립처럼 빛나지만, 나는 춥다. 이제 엄마는 언제나 엄마 이전이다. 봄으로 가지 않는 겨울. ​ 지난 2월 13일 94세를 일기로 돌아가신 어머니가 2019년 이맘때 동네 안산 자락에서 웃으신다. 둘째딸 김수자가 자신의 블로그 '시시(詩詩)한 그림일기'에 올린 사진: https://blog.naver.com/PostList.naver?blogId=illustpoet&skinType=&skinId=&from=menu&userSelectMenu=true

나의 이야기 2024.04.22

홍세화 선생 별세 (2024년 4월 19일)

4.19 혁명기념일을 하루 앞두고 ''빠리의 택시운전사' 홍세화 선생이 별세했습니다. 향년 77세. 봄꽃 세상을 두고 아주 떠나가기엔 좀 이른 나이입니다. 선생은 작년 1월 한겨레신문에 쓴 마지막 칼럼에 "마지막 당부: 소유에서 관계로, 성장에서 성숙으로'라는 제목을 붙였다고 합니다. 한때 민주주의적 진보를 주창하던 수많은 '운동가'들이 사람보다 소유를 중시하는 자본주의의 상층부에서 활약하지만, 선생은 끝내 '소박한 자유인'으로, 이상을 실천하는 '장발장 은행' 대표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삼가 선생의 영면을 빌며, 한겨레에 실린 선생 별세 관련 기사를 조금 줄여 옮겨둡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기사 원문을 볼 수 있습니다. 인용문에 나오는 말없음표 (...)는 문장의 생략을 뜻합니다. https://w..

동행 2024.04.19

세월호 참사 10주기 (2024년 4월 16일)

잊고 살던 부끄러움이 살아나는 날입니다. 정치(政治)는 정치(正治)가 아니니 우리는 아마도 죽는 날까지 '왜' 세월호 승객들을 구조하지 않았는지 모를 겁니다. 세월호 참사 덕에, 3백 명이 넘는 희생자들 덕에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고 그 참사 덕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정계에 진출한 사람도 여럿입니다. 그러나 그 정부와 그 정치인들은 '왜'를 밝히는 데 실패했습니다. 그 정부에 몸담았던 사람들과 그 정치인들중에 그 실패를 부끄러워하는 사람이 있는지, 살 수 있었지만 살 수 없었던 세월호 승객들에게 부끄러워하며 사는 사람이 있는지 의문입니다. 나이 들 시간, 자신의 몸이 자신의 정신을 배반하는 시간 혹은 자신의 정신이 자신을 배반하는 시간을 경험하지 못하고 죽은 단원고 학생들... 추하게 늙어 가는 욕망가들..

동행 2024.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