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스테파의 영웅들 (2024년 11월 28일)

divicom 2024. 11. 28. 10:52

엠넷플러스 (Mnet Plus)의 남자 무용수 서바이벌 프로그램

'스테이지 파이터 (스테파)'가 끝났습니다. 에피소드마다

너무 여러 번  보아서 심사위원들과 무용수들이 말하기 전에

그들의 말을 떠올릴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렇지만 또 재방송을

하면 또 보게 될 것 같습니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많아도

이렇게 아름답고 품격 있는 도전은 본 적이 없으니까요.

 

한국 무용, 현대 무용, 발레를 전공한 64명의 무용수들을

처음 보았을 때는 룸메와 제가 이 프로그램을 이렇게 열렬히

좋아하게 될 줄 몰랐습니다. 본래 발레를 좋아하는 제가

채널을 돌리다가 이 프로그램을 발견했는데, 우연히 옆에서

함께 본 룸메가 저보다 더 열렬한 팬이 되었습니다. 어느 날은

"저 친구들을 보니 부끄럽네. 내가 저렇게 치열하게

산 적이 있었던가"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이끈 무용수들은 자기 분야에서 최소한

10년 이상 실력을 닦은 사람들입니다. 게다가 이 무용수들

대부분은 무용뿐 아니라 대화나 인터뷰에서도 품격을 잃지

않았습니다. 카메라와 마이크를 사용하면 무엇이나 진실처럼

보이고 들리게 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들은 본래 그런

사람들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엠넷에서는 다양한 공연을 통해 64명 중 12명을 선정해 

스테이지 파이터 글로벌 댄스 컴퍼니를 출범시킨다고 합니다.

그 무용단에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은 실망이 크겠지만,  

실망하기엔 그들의 실력과 열정이 너무 큽니다.

그들의 앞날을 진심으로 축원하며 응원합니다.

 

가장 안타까운 건 마지막 관문을 앞두고 스스로 스테파에서

물러난 기무간 무용수입니다. 제 생각에 그는 매우 예민한

아티스트입니다. 자신이 이끌었던 팀의 멤버들이 탈락한 게

자진 하차의 주요 원인이었을 것 같습니다. 얼핏 약점처럼

보이는 그의 예민함이 그를 한 번 보면 결코 잊을 수 없는

아티스트로 만들어주리라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기도하는

마음으로 기무간 씨의 행보를 지켜보겠습니다.

 

1988년 서울올림픽 때 세계적 명성을 누리던 볼쇼이발레단의

무용수들이 처음으로 우리나라에 와서 올림픽문화축전에서

공연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백조의 호수'와 '돈키호테' 등의

공연을 보며 러시아 남자 무용수들의 수와 수준을

부러워했습니다. 그때 우리나라엔 남자 무용수가 매우

적었으니까요. 그러나 이젠 수도 수준도 부럽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