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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고통 (2026년 4월 10일)

가끔 책상 위에 쌓인 메모지들을 들여다봅니다.책 사이에 끼워두었던 낙엽을 보는 것 같습니다. 보이지 않되 쉬임 없이 흐르는 시간이 보입니다.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 중에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는사람들이 있어서일까요? 사랑과 고통에 대한 인용문들이눈에 들어옵니다. 그 중 몇 문단 옮겨둡니다. 사랑에 끝이있듯 고통에도 끝이 있으니 다행입니다. -- 최인훈 전집 6, 크리스마스 캐럴, 24-25쪽 "사랑이란 물건은 아껴야 된다는 거야. 말하자면 귀금속을가진 사람들이 진짜는 은행에 맡기고 가짜를 지니고 다니는 것이나 마찬가지란 말이지. 사랑을 남용하면 망가지기 쉬워.샘솟듯 하는 사랑이란 말이 있지만 다 하는 소리구 사실은그렇지 못해. 사랑은 거미줄 다루듯 해야 돼. 아이들이 이걸가지면 곧 망가뜨리구 인색한 ..

동행 2026.04.10

노년일기 282: 생애 첫 수술 (2026년 4월 7일 )

오랜 친구가 평생 처음으로 전신마취를 하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마음 한쪽이 쿵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짐짓 웃으며 "이제야?" 하고60세 넘어 처음으로 수술을 받는다니 얼마나 복 받은 삶이냐고 하자친구도 그렇다며 밝게 웃었습니다. 마주 앉아 나눈 대화면 마음을들켰을 텐데 전화 통화라 다행이었습니다. 태아 시절에 수술받는 아기도 있고 신생아 시절부터 자라면서 계속 수술받는 사람도 있으니 환갑 넘어 처음으로 수술을 받는다면부러워하는 사람이 많을 겁니다. 그러나 달리 생각하면, 그렇게 오랫동안한 번도 수술을 받아보지 않았기에 두려움 또한 클 것 같습니다. 나잇값을하느라 두려움을 표현하지도 못할 테니 더 무서울 수도 있겠지요. 친구가 수술받는다는 말을 들은 날부터, 그에 대한 걱정이 마음을 떠나지 않습니다. ..

동행 2026.04.07

나무를 심자! (2026년 4월 5일)

4월은 세월호 승객들이 불귀의 객이 된 슬픔과 분노의 달이지만,이 달을 이루는 30일 중엔 반가운 날도 있습니다. 바로 1일만우절과 5일 식목일입니다. 가벼운 거짓말로 모두가 바보가 되는 걸 즐기는 만우절은 한국 사회에 심각한 거짓말이 넘쳐 나며 이름뿐인 날이 되었습니다. 식목일만이라도 제대로 이름값을 하길 바라며, 졸저 에 쓴 식목일 관련 글을옮겨둡니다. 아시다시피 이 책의 글들엔 일기처럼 쓰인 날짜가 적혀 있습니다. 나무를 심자4월 5일 식목일 오늘은 식목일입니다. ‘심을 식植’에 ‘나무 목木’이니 ‘나무를 심는’ 날입니다. 한자를 많이 아는 분들은 ‘목’은 ‘죽은 나무’를 뜻하니 ‘산 나무’를 뜻하는 ‘수樹’를 써서 ‘식수일’이라고 해야 한다고도 합니다.‘목’이든 ‘수’든, 저는 나무를 매우..

동행 2026.04.05

'고향의 봄' 홍난파 (2026년 4월 3일)

벚꽃과 개나리가 만발하니 미세먼지 많은 세상이 좀 환해지는것 같습니다. 꽃 등 밝은 거리를 걸으며 '고향의 봄'을 흥얼거리다 보니 문득 가슴이 아픕니다. 노래를 작곡한 난파 홍영후 때문입니다. 며칠 전 자유칼럼에서 보내준 권오숙 박사의 '뜻밖의 홍난파'를읽을 때도 그랬습니다. 작곡가로만 알고 있었던 난파가 번역가이고 소설가이며 잡지 편집자였다는 사실이 놀라운 만큼 그가 '친일파'로 불린다는 사실이 안타까웠습니다. 한국 근현대사에서 두각을 나타낸 인물들 중엔 친일파가 아주 많습니다. 겨우 43년을 살고 간 난파... 길지 않은 생애 동안 그가 얼마나 열심히 살았을지, 그의 '친일'이 그의 공적을 지울 정도로 중대한 것인지 궁금합니다. 아래에 권 박사의 글을 옮겨둡니다. 뜻밖의 홍난파 봄이 오면 우리..

동행 2026.04.03

노년일기 281: 노인들의 직무 유기 (2026년 3월 31일)

2025년 현재 한국의 대학 진학률은 약 76~79퍼센트 수준으로 역대 최고 수준입니다. 고등학교 졸업생 10명 중 8명 가까운 수가 대학에 진학하고, 여학생의 진학률이 남학생보다 높습니다. 이는 소위 선진국 그룹이라고 하는 경제협력기구(OECD) 회원국 중 최상위라고 합니다. 제가 대학에 가던 1970년대엔 나라가 지금만큼 부유하지 않았고 남존여비가 팽배했습니다. 소수의 부유한 가정에선 아들딸 구별 않고 고등교육을 시켰지만, 어려운 가정에선 아들은 무리해서라도 대학까지 보내고 딸은 중학교 정도 보내는 일이 흔했습니다. 당시 대학 진학률 통계를 보면 남녀가 비슷하게 20퍼센트쯤 되는데 무슨 말이냐고 할지 모르지만, '대학 진학률'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이 대학에 진학하는 비율을 뜻합니다. 즉, 고등..

동행 2026.03.31

사진을 찍는 마음2 (2026년 3월 29일)

제 책장엔 2015년 가을에 돌아가신 아버지와 2024년설 연휴 끝에 돌아가신 어머니가 한 장의 사진 속에다정하십니다. 저는 사진 찍히는 걸 좋아하지 않지만두 분 사진이 있어 얼마나 감사한지요! 어제에 이어 오늘도 수전 손택의 의 몇 문단 옮겨둡니다. 41쪽: 사진이 도덕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느냐는그에 상응하는 정치 의식이 존재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정치가 없다면, 역사를 수놓은 살육 현장을 담은 사진일지라도 고작 비현실적이거나 정서를 혼란시키는 야비한 물건으로밖에 여겨지지 않을 것이다. 43쪽: 고통을 받는다는 것과 고통의 이미지가 찍힌 사진을보면서 살아간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고통의 이미지가찍힌 사진을 본다고 해서 양심이나 인정을 베풀 수 있는능력이 반드시 더 강해지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동행 2026.03.29

사진을 찍는 마음1 (2026년 3월 28일)

산책길에 휴대전화로 길가에 핀 민들레 사진을 찍었습니다.마른 갈색 가지들 사이 홀로 핀 노랑이 눈부셨습니다.주변 주검들에 아랑곳 않고 봄을 피워낸 민들레...꽃을 피우기까지 민들레가 겪었을 고통과 노고를 생각하면못 본 척할 수가 없었습니다. 삭막한 길에 그 민들레 혼자 핀 줄 알았는데 몇 걸음걷다 보니 두 송이가 더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 그 옆에크고 작은 다섯 송이! 우리가 '홀로'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사실은 혼자가 아니고여럿 중 하니라는 걸 다시 깨달았습니다. 마찬가지로나 홀로 겪는 고통이 나만 겪는 게 아니라는 것, 홀로라는생각은 대개 좁은 시야에서 나온다는 걸. 그리고 사진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했습니다.처음 민들레를 포착하던 때의 제 심정과 그 다음 민들레들을발견했을 때의 기분--감탄과 실망이 묘..

동행 2026.03.28

BTS 광화문 공연이 남긴 것 (2026년 3월 24일)

매하기(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김민석 국무총리가 21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 마련된 BTS 행사 지원 서울시 통합현장본부를 찾아 공연 안전관리 대책과 계획을 점검한 뒤 공연장을 살펴보고 있다. 2026.3.21 BTS 공연 이틀 전 밤, 즉 3월 19일 밤 늦게 잠자리에 들며내일 아침엔 아홉 시까지 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그러나 이튿날 아침 7시에 울린 문자 도착 음 때문에 그러지못했습니다. 서울시가 BTS 행사로 도로를 통제한다는 내용의 문자를 한글과 영어로 보낸 것입니다. 오후 5시에도 같은 서울시문자를 받았습니다. 오후 7시 59분에는 종로구청이 보낸비슷한 문자를 받았고, 오후 9시에는 또 서울시 문자가 왔습니다.공연 당일 날에는 오전 9시, 9시 30분, 오후 8시 7분과8시 15..

동행 2026.03.24

BTS라는 '거인'들, 그리고 세월호 (2026년 3월 21일)

이제 두어 시간 후면 광화문 일대가 BTS와 그들의 음악과그들이 불러 모은 인파로 출렁일 겁니다. 그런데 왜 갑자기세월호와 그 배에 타고 있다가 이승을 떠난 단원고 학생들이떠오를까요... 어쩌면 오늘의 인파가 세월호 사건 후 여러 날 동안 광화문 일대에 출렁였던 인파를 소환해 그 잔인한 봄이 떠오른 건지모릅니다. BTS 일곱 멤버들의 나이가 2014년 4월 16일 희생당한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의 나이와 비슷해서일 수도 있겠지요. BTS 멤버들은 1992년생부터 1997년생이고, 그 학생들은 대개 1997년생이었으니까요. 아니면 BTS라는 '거인'들이 그 학생들이 이룰 수도 있었던,그러나 빼앗겨버린 꿈을 생각하게 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250명의 학생들이 잃어버린 250개의 꿈... 각고의 노력으로 ..

동행 2026.03.21

김장훈과 김어준(2026년 3월 19일)

요즘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두 김 씨가 있습니다.생긴 것도 다르고 하는 일도 다릅니다. 저는 그 중 한 김 씨를존경하며, 다른 김 씨를 구경합니다. 존경하는 김 씨는 '기부 천사' 가수 김장훈 씨입니다.구경하는 김 씨는 '언론인' 김어준 씨입니다. 처음에 김장훈 씨를 좋아하게 된 건 그의 창법 때문이었습니다.요즘은 '공기 반 소리 반' 식 노래가 박수를 받는 모양이지만저는 김장훈 씨처럼 자연스럽게 노래하는 가수를 좋아합니다. 김어준 씨를 구경하기 시작한 건 그가 2016년 9월 TBS FM에서'김어준의 뉴스공장'이라는 프로그램을 하면서부터입니다.저는 TBS FM에서 2013년 3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즐거운 산책 김흥숙입니다'라는 주말 '교양'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김어준 씨의 '뉴스공장..

동행 2026.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