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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커닝' 시대 대학이 사는 법 (2025년 11월 19일)

서울대를 비롯한 여러 대학에서 학생들이 AI(인공지능)를 이용해 커닝하다 적발됐다는 기사에 이어 AI 부적절 사용으로 철회된 논문이 200편이 넘는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AI 사용 의심 논문은 챗GPT 등이 등장한 2022년까지 9건에 그쳤지만, 2023년 이후 195건으로 급증했다고합니다. 이런 기사를 접하며 혀를 차는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AI는점점 더 자주, 더 폭넓게 대학의 시험과 논문에 이용될 겁니다.그러니 한때 고등교육을 전담하다시피했던 대학이 학생들과 연구자들의 실력 검증 수단으로 사용했던 시험과 논문이 여전히 유효한 검증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을지, 지극히 회의적입니다. 나아가 AI를 이용하면 '온 세상'의 지식과 정보를 접할 수있는 이 시대에 '점수' 중심의 ..

동행 11:40:02

어린이 '마음속 폭탄'이 터지는 이유 (2025년 11월 16일)

오후 산책길엔 영어유치원 아이들을 만나기 일쑤입니다.집에서 가까운 곳에 '플라토(Plato)'라는 이름의 아주 큰영어 학원이 있기 때문입니다. 소위 원어민 교사들이4세 안팎 아이들을 인솔하고 나오면 인도에 접한 차도를 따라 서 있던 노란 유치원 버스들이 문을 엽니다. 버스를 타지 않는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기다리던엄마들을 따라 갑니다. 전에도 그 아이들을 보면 가슴이 아팠지만 엊그제한국일보에서 본 글이 더욱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그 기사는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김효원 박사가 '성장통을 겪는 부모들'에게 4주에 한 번 쓰는 편지이자 조언입니다. '플라토'는 기원전 4세기에서 5세기에 걸쳐 살았던 그리스 철학자입니다. 소크라테스의 제자이자 아리스토텔레스의 스승인 그는 한국에서는 '플라..

동행 2025.11.16

서대문구의회 때문에 (2025년 11월 13일)

종로구에 근 20년을 살다가 서대문구로 이사온 지 근 20년,서대문구에 살아서 참 좋다고 생각했는데 날이 갈수록회의가 생깁니다. 서대문구 살림을 맡아 하는 구의회와 구청이 어떤 원칙으로 움직이는지, 원칙이란 게 있긴 있는지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구청이 하는 일 중에는 통행이 많아 꼭 정비해야 할 보도 대신 행인이 뜸해 공사하기 편한 보도를 정비하는 것처럼사소한 일도 있고, '우리 시대 최고의 철학자'라는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의 강의를 일년에 몇 번씩 개최하는 일도 있습니다. 올해 2월에 '명사 특강'을 했던 김 교수님을 9월~12월에매월 한 번씩 네 번이나 초청해 '인문학 특강'을 연다는데,이성헌 구청장이 연세대 출신이라 김 교수님을 특별히 모신다는 말이 들립니다. 김형석 교수님은 1920년 생입니다..

동행 2025.11.13

'운'을 바꾸려면 (2025년 11월 12일)

초겨울 거리를 걷다 보면 나무는 말라가고 사람은 살찌는구나 하는생각이 듭니다. 옷이 두꺼워져서일까요? 오가는 사람들 중에 살찐사람이 많습니다. 오래전 미국에 출장 갔을 때의 일이 떠오릅니다. 미국엔 신문 기자로일하던 1986년에 한 번, 미국대사관 전문위원이던 2002년에 한 번, 두 번 갔는데 두 번 다 체격이 사회경제적 계층을 드러낸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소위 행세께나 하는 사람들 중엔 뚱뚱한 사람이 드물고, 건물의 문지기나 수퍼의 계산원들은 대개 뚱뚱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아직 체격이 사회적 계층을 드러내진 않지만,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질병관리청이 ' 2024 지역사회건강조사’ 자료를 기반으로 분석한 한국 성인의 비만율을 보면, 남성 비만율이 41.4퍼센트로 여성(23%)의..

동행 2025.11.12

노년일기 269: 습관으로부터의 자유 (2025년 11월 9일)

지난달 하순에 눈병이 나서 병원에 다녀왔습니다.병원에서 하라는 대로 하니 나아져서 살 만했는데, 자꾸 불편해지고 아픈 걸 보니 완전히 나은 게 아닌가 봅니다. 넣지 않던 안약을 다시 넣으면 좀 편해지니다행이지요. 가만히 생각하니 책이나 글을 보지 않아야 나을 것같은데, 이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기침하면서담배를 피우는 사람을 보면 어리석다고 혀를 차던제가 눈이 아프면서도 책을 보니 참 한심합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습(習)'이 떠오릅니다. 몸에 밴버릇이나 과거의 생에서 쌓은 '습'은 미래를 결정하는중요한 요소이고, '업(業)'과 윤회와 연결된다고 하지요. 도대체 책은 왜 읽는가 생각하니, 재미 때문입니다.사람을 만나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틈만 나면 사람을 만나고,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휴가를..

동행 2025.11.09

ADHD와 사교육 1번지 (2025년 11월 6일)

한국인의 수는 줄고 있지만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ADHD)를 앓고 있는 한국인의 수는 가파르게 증가하고있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달 31일에 발표한 연구 결과를보면, ADHD 치료제로 쓰이는 메틸페니데이트의 작년사용량이 2007년의 4배로 증가했다고 합니다. 연령대로는 10대에 처방받는 사람이 가장 많았고, 작년의경우 7, 13, 16, 24세, 즉 초중고에 입학할 나이에 처음으로 처방받은 사람이 급증했다고 합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인구에 대비해서 이 약을 많이 처방받은 지역은 고소득자가 많고 사교육 열기가 높은 지역, 즉 서울 강남, 서초, 경기 분당, 서울 송파, 용산 순이고, 동별로는 강남구 대치동, 서초구 반포동, 송파구 잠실동, 강남구 일원동이라고 합니다. ADHD는 한마디로,..

동행 2025.11.06

큰나무가 보는 것 (2025년 11월 4일)

한국에서 가장 키가 큰 나무는 서울 홍릉숲의 노블 포플러나무라고 합니다. 수령 50세이니 저보다 한참 어린데, 키가38.97미터나 된다고 합니다. 아무리 속성수라 해도 그가 저렇게 자라는 동안 나는 무얼했다지? 왜 사람은 나무처럼 계속 자라지 못하는 거지?질문이 나무뿌리처럼 이어집니다. 이 노블 포플러가 제일 큰 나무로 인정받기 전까지는 경기도양평군 용문사 은행나무가 제일 큰 나무였다고 합니다.그는 수령 1100년이 넘은 천연기념물 30호로 노블 포플러보다 17센티미터 작다고 합니다. 문득 두 나무가 보는 것과 그들의 나이테가 궁금합니다. 자라는 속도가 다른 만큼 보는 것도 다르고 경험하는 것도 다르고 갈무리하는 것도 다르겠지요? 어쩌면 포플러가 저리도 빨리 자라는 건 숲에 있기 때문일지모릅니다. 옆..

동행 2025.11.04

11월을 좋아하는 일 (2025년 11월 1일)

언제부터일까요? 11월을 좋아하게 된 것이.11월을 좋아하는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요... 그건 어쩌면, 아무것도 영원하지 않음을 아는마음, 삶에 깃든 슬픔을 조금 알게 되어 한낮보다 석양을 좋아하는 마음, 옷을 벗어젖히게 하는 열기를 즐기기보다 옷깃을 여미게 하는 찬 바람 속을 걷는 마음일 겁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 11월의 도착을 환영하며11월에 어울리는 노래 두 곡을 소개합니다.한 곡은 미국 밴드인 건즈 앤 로지스(Guns N' Roses)의'11월의 비 (November Rain)'이고, 두 번째 곡은한국 원맨 인디밴드인 지미 스트레인의 '어른'입니다. 두 곡의 가사를 두 문단씩 옮겨두었는데 '11월의 비'는 가사가 길어 일부이고, '어른'의 가사는 전문입니다.각 가사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동행 2025.11.01

10월 29일 사이렌과 차별적 추모 (2025년 10월 30일)

어제 아침 갑자기 사이렌 소리가 들렸습니다. 사이렌은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을 기리는 현충일(6월 6일)에 울리는 건데 무슨 일이지? 하는 생각이들었습니다. 현충일엔 오전 10시에 울리는데, 어제는 10시 29분에울렸습니다. 인터넷을 검색하니, 사이렌은 어제 정부가 이태원에서 일어났던 핼러윈데이 참사 3주기를 맞아 유가족과 함께 주최한 첫 공식 추모 행사의 일부였다고 합니다. 그 소식을 접하니 지난 4월 11주기를 맞은 세월호 참사와 작년12월 29일 무안공항에서 일어난 제주항공 참사가 떠올랐습니다. 세월호와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들을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는 공식 추모 행사도 없었고 사이렌도 울리지 않았는데.. 의아했습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수가 다른 참사의 희생자 수보다 많은 걸..

동행 2025.10.30

차인현 신부의 삶과 음악 2 (2025년 10월 27일)

차인현 신부님은 1938년 평안북도 선천에서 태어나 자라다1949년 여름 어머니와 누이동생과 함께 서울로 월남하셨습니다.1952년 세례를 받고 알로이시오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1966년에 사제 서품을 받고 아현동성당 보좌신부가 되었고1971년엔 응암동성당 주임신부가 되셨습니다. 1973년엔 서울대교구의 결정으로 로마에 유학을 가셨는데,그건 차 신부님이 사제로서는 드물게 피아노 치는 모습을김수환 추기경님이 보셨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차 신부님은 훌륭한 첼리스트이기도 했습니다. 추기경님은 성(聖)음악의 중요성을 아시고 음악에 조예가 깊은젊은 사제를 교황청에 보내어 성음악을 배우게 하신 거지만,이탈리아어를 전혀 모르는 상태로 로마의 교황청립 음악대학(무지카사크라)에 입학하신 가난한 사제의 고생이 얼마나 컸던지..

동행 2025.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