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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기억 (2025년 6월 1일)

6월의 첫날, 클로드 맥케이 (1890-1948)의 시 '유월의 기억 (A Memory of June)'을 읽다가눈이 젖었습니다. 눈을 씻어준 눈물이 영혼도씻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랑하고 사랑받은 기억처럼 사람을 맑히우는것도 없을 겁니다. 30도 가까이 솟은 바깥 기온은더위를 주지만, 기억 속 사랑의 온기는 오히려가슴을 서늘하게 합니다. 6월이 우리 가슴 속죽었던, 혹은 잠자던 순수를 깨워주면 좋겠습니다. 클로드 맥케이는 자메이카 출신의 미국 작가로소설과 시로써 '할렘 르네상스 (Harlem Renaissance)'를 이끌었습니다. 할렘 르네상스는 1920년대와 1930년대미국 뉴욕 맨해튼을 중심으로 일어났던 흑인 문화부흥운동입니다. 문학은 물론 학문, 음악, 미술, 패션과 사진 등 문화예술의 전 영..

오늘의 문장 2025.06.01

노년일기 256: 돈은 어디로 갔을까? (2025년 5월 29일)

고등학생 때 동네 초등학생을 가르쳤습니다. 대학생 때도 저보다 어린 학생들을 가르치거나사회조사원 등의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벌었고, 대학 졸업 전 신문기자가 되어 돈을벌었습니다. 결혼 전에 번 돈은 그대로 부모님께 드렸습니다. 결혼 후에는 어려운 친정에 거의 매일 뭔가를사들고 들렀습니다. 저는 명품을 산 적이 없지만 어머니 아버지께는 좋은 것만 사드렸습니다. 직장생활에서나 직장 밖 생활에서나 돈은 거의 사람에게 썼습니다. 후배들의 월급이저보다 적으니, 저 사람이 나보다 어렵게 사니,밥을 사는 식이었습니다. 직장을 그만둔 후에도 방송을 진행하고 글을 쓰고 번역하여 돈을 벌며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재미있는 건, 그렇게 오랫동안 돈을 벌었는데저는 여전히 '가난'하다는 겁니다. 제 '가난'은 집을 소유한 ..

나의 이야기 2025.05.29

파란 하늘 큰 나무 아래 (2025년 5월 26일)

이 블로그를 찾아 주신 어떤 분 덕에 오래 전에 썼던 글을 만났습니다. 제가 룸메이트를 갖게 된 사연을 적은 글입니다. 오래 전에 가 본 여행지를 다시 찾은 기분이 들어 여기 옮겨둡니다.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그런 기분을 느끼시면 좋겠습니다. 이 글은 원래 제 아우인 일러스트포잇 김수자 씨와 제가 오래 전 오마이뉴스에 연재했던 '한 평 반의 평화'에 "파란 하늘 큰 나무 아래'라는 제목으로 게재했던 것입니다. 이 블로그의 '오마이뉴스' 폴더에도 수록돼 있습니다. 아래 그림은 김수자 씨의 그림입니다. 김수자 씨는 제 아우이지만 그도 환갑이 넘은 나이라 이름에 '씨'를 붙였으니 양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파란 하늘과 평상만 하던 큰 나무 그늘 ⓒ 김수자 그때도 나무들이 서둘러 몸을 키우고 있었으니 꼭 ..

동행 2025.05.26

싱가포르가 부러워 (2025년 5월 23일)

나라 안팎이 그 어느 때보다 뒤숭숭한 요즘친구 덕에 혼돈 속 길을 보여 주는 연설문을읽었습니다. 지난 4월 16일 로렌스 웡 (LawrenceWong) 싱가포르 총리가 S. 라자라트남 강연에서발표한 것입니다. 이 강연은 지난 2006년 별세한 존경받는 정치가이며 언론인이고 외교관인 S. 라자라트남을 기념해 매년실시됩니다. 싱가포르는 1965년에 독립해 올해 독립 60주년을 맞습니다. 웡 총리는 이 강연에서 제2차 세계대전 후 국제질서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그리고 그것이 싱가포르를 포함하는 아시아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로시작하여, 미국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후 세계가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지, 그리고 지금과같은 상황에서 우리, 자원이 없는 작은 아시아 국가와 국민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

동행 2025.05.23

노년일기 255: 독수리처럼 (2025년 5월 20일)

대통령 후보들의 경력을 보며 짧지 않은 제 생애를 돌아봅니다. 신문기자, 통신기자,대사관 전문위원, 방송 진행자, 칼럼니스트, 아름다운서당 교수, 시인, 에세이스트, 번역자, 출간되지 않는 소설을 쓰는 소설가... 다양한 일을 하며 살아온 줄 알았는데 제가 한 일은 오직 하나, 글 쓰는 일이었습니다. 글을 쓴다는 건 남과 있어도 홀로 있는 일, 매 순간 자신의 무지와 무식을 마주하는 일입니다. 살아 움직이는 모든 것엔 관성이 있으니사람들의 인생 또한 관성을 보여 줍니다.사기꾼들이 죽을 때까지 사기를 치는 식이지요. 그러니 저는 아마도 죽을 때까지 글을 쓸 겁니다.가능하면 미국 시인 엘리너 와일리 (Elinor Wylie: 1885-1928)가 노래했던 '독수리'처럼 살면서. 독수리와 두더지 악취..

나의 이야기 2025.05.20

대통령 후보들의 관상 (2025년 5월 17일)

기호 1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2번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4번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5번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 6번 구주와 자유통일당 후보, 7번 황교안 무소속 후보, 8번 송진호 무소속 후보. 산책길에 나붙은 21대 대통령 선거 후보 벽보를 보면'마흔이 넘으면 누구나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에이브러햄 링컨 미국 대통령의 말이 떠오릅니다. 정말이지 얼굴처럼 노골적인 성적표는 없을 겁니다. 교활한 사기꾼 관상이 두엇 있는가 하면, 죽어도양심 따라 살 '꼴통'도 있고, 타고난 운이 좋아 벽보에낀 듯한 얼굴도 있습니다. 좋은 사람처럼 보이도록,혹은 대통령감으로 보이도록 '뽀샵'을 했겠지요.3번이 없는 이유는 원내 3당인 조국혁신당이 후보를내지 않아서라고 합니다. 저도 한때는 관상 잘 ..

동행 2025.05.17

칸 국제영화제와 한국 영화 (2025년 5월 14일)

현지 시각 13일 프랑스 칸에서 국제 영화제가 개막했습니다. 2019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던 영화제입니다. 그러나 한국 영화는 3년 연속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번에 칸에서 상영하는 한국 영화는 정유미 감독의 애니메이션 '안경'과 허가영 감독의 단편 '첫여름'뿐입니다. 한국 영화가 이렇게 지지부진한 이유는 무엇일까요?비평가들 중에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중심으로영화산업 구조가 바뀌어서라고 하는 사람이 있지만,그와 같은 변화는 한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제가 보기에 가장 근본적 이유는 '돈'입니다.하고 싶은 말을 시네마라는 종합예술을 통해서 하고 싶은 사람들은 사라지고 '천만 관객'을 염두에 둔 사람들이 영화판을 점령했기 때문..

동행 2025.05.14

내 사랑은 하얀 재스민 (2025년 5월 11일)

화분에선 보라빛 재스민 꽃이 하얗게 바래 시들고뒷산엔 아카시아가 피었습니다. 옥상의 뽕나무엔 작은 새의 부리 같은 초록잎이 돋고, 울 안의 장미와 울 밖의 장미들 모두 꽃을 피우려고 안간힘을 씁니다. 기후 변화가 재앙이라 해도 욕심 많은 사람들이 일으키는풍파만 할까요? 기후 위기 속에서도 꽃들은 제 할 일을 하지만, 사람들은 '기후 위기'라는 제목만 붙여두고 앞서산 사람들이 하던 어리석은 게임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능력은 미천하나 양심적인 삶을 지향하는 소시민의 위로는 사람보다는 꽃에서 옵니다. 가수로서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밥 딜런 (Bob Dylan)이자신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고 밝힌 시, 스코틀랜드 국민 시인 로버트 번즈 ( Robert Burns: 1759-1796) 의 '붉고 붉..

동행 2025.05.11

'헛똑똑이'들의 나라 (2025년 5월 8일)

이 나라처럼 성적 좋은 아이들을 편애하는 나라는 없을 겁니다. 가족 구성원으로서 할 일을 하지 않고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하지않으며 예의를 몰라도 성적만 좋으면 문제되지 않습니다. 부모와 형제는 물론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웬만큼 못 되게 굴어도 성적이 좋으면 합당한 처벌을 받지 않습니다. 형편 없는 인간성의 소유자도 소위 명문대 출신이면 비난과 벌을 면하거나 덜 받고사소한 성취에도 큰 칭찬을 받는 일이 흔합니다. '합력하여 선善을 이룬다'는 말이 있지만, 이 나라의 성적 우선주의는 '합력하여 악惡'을 이룹니다. '헛똑똑이' 부모들이 '헛똑똑이' 자식을 기르고, 그들이 자라 사회 지도층으로 행세하니 나라 또한 '헛똑똑이' 나라가 되어 동네북이 되기 일쑤입니다. 이 불행한 추세를 막을 수 있을까요..

동행 2025.05.08

우리 큰딸 사랑한다 (2025년 5월 6일)

아버지 안 계신 어버이날이 여덟 번... 그리곤어머니도 아버지 계신 곳으로 떠나셨습니다.두 분께 어떤 선물을 드릴까 며칠 전부터 고심하던날들이 꿈 속의 일 같습니다. 매일 아침 두 분의 자유와 평안을 위해 기도하는 시간이면 눈이 젖기 일쑤입니다. 어제는 편지 봉투들을뒤적이다 어머니가 농협은행 봉투에 쓰신 '우리 큰딸사랑한다 2022년 4月 21日'을 보고 홀로 울었습니다. 그때 어머니가 그 봉투에 '용돈'을 담아 주시기에"엄마, 저는 돈보다 엄마 글이 좋아요. 몇 자 적어 주세요"하고 졸랐습니다. 쓰시지 않겠다기에 그럼 봉투를 받지 않겠다고 버티자 어머니가 하는 수 없이봉투 겉봉에 써 주신 글자입니다. 어머니를 뵈온 듯 기쁘면서도 슬펐습니다. 누구보다 지적인 분이지만 정규교육을 받지 못하신 어머니는 ..

나의 이야기 2025.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