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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일기 255: 독수리처럼 (2025년 5월 20일)

대통령 후보들의 경력을 보며 짧지 않은 제 생애를 돌아봅니다. 신문기자, 통신기자,대사관 전문위원, 방송 진행자, 칼럼니스트, 아름다운서당 교수, 시인, 에세이스트, 번역자, 아무도 출간해 주지 않는 소설을 쓰는 소설가... 다양한 일을 하며 살아온 줄 알았는데 제가 한 일은 오직 하나, 글 쓰는 일이었습니다. 글을 쓴다는 건 남과 있어도 홀로 있는 일, 매 순간 자신의 무지와 무식을 마주하는 일입니다. 살아 움직이는 모든 것엔 관성이 있으니사람들의 인생 또한 관성을 보여 줍니다.사기꾼들이 죽을 때까지 사기를 치는 식이지요. 그러니 저는 아마도 죽을 때까지 글을 쓸 겁니다.가능하면 미국 시인 엘리너 와일리 (Elinor Wylie: 1885-1928)가 노래했던 '독수리'처럼 살면서. 독수리와 ..

나의 이야기 2025.05.20

대통령 후보들의 관상 (2025년 5월 17일)

기호 1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2번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4번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5번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 6번 구주와 자유통일당 후보, 7번 황교안 무소속 후보, 8번 송진호 무소속 후보. 산책길에 나붙은 21대 대통령 선거 후보 벽보를 보면'마흔이 넘으면 누구나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에이브러햄 링컨 미국 대통령의 말이 떠오릅니다. 정말이지 얼굴처럼 노골적인 성적표는 없을 겁니다. 교활한 사기꾼 관상이 두엇 있는가 하면, 죽어도양심 따라 살 '꼴통'도 있고, 타고난 운이 좋아 벽보에낀 듯한 얼굴도 있습니다. 좋은 사람처럼 보이도록,혹은 대통령감으로 보이도록 '뽀샵'을 했겠지요.3번이 없는 이유는 원내 3당인 조국혁신당이 후보를내지 않아서라고 합니다. 저도 한때는 관상 잘 ..

동행 2025.05.17

칸 국제영화제와 한국 영화 (2025년 5월 14일)

현지 시각 13일 프랑스 칸에서 국제 영화제가 개막했습니다. 2019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던 영화제입니다. 그러나 한국 영화는 3년 연속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번에 칸에서 상영하는 한국 영화는 정유미 감독의 애니메이션 '안경'과 허가영 감독의 단편 '첫여름'뿐입니다. 한국 영화가 이렇게 지지부진한 이유는 무엇일까요?비평가들 중에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중심으로영화산업 구조가 바뀌어서라고 하는 사람이 있지만,그와 같은 변화는 한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제가 보기에 가장 근본적 이유는 '돈'입니다.하고 싶은 말을 시네마라는 종합예술을 통해서 하고 싶은 사람들은 사라지고 '천만 관객'을 염두에 둔 사람들이 영화판을 점령했기 때문..

동행 2025.05.14

내 사랑은 하얀 재스민 (2025년 5월 11일)

화분에선 보라빛 재스민 꽃이 하얗게 바래 시들고뒷산엔 아카시아가 피었습니다. 옥상의 뽕나무엔 작은 새의 부리 같은 초록잎이 돋고, 울 안의 장미와 울 밖의 장미들 모두 꽃을 피우려고 안간힘을 씁니다. 기후 변화가 재앙이라 해도 욕심 많은 사람들이 일으키는풍파만 할까요? 기후 위기 속에서도 꽃들은 제 할 일을 하지만, 사람들은 '기후 위기'라는 제목만 붙여두고 앞서산 사람들이 하던 어리석은 게임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능력은 미천하나 양심적인 삶을 지향하는 소시민의 위로는 사람보다는 꽃에서 옵니다. 가수로서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밥 딜런 (Bob Dylan)이자신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고 밝힌 시, 스코틀랜드 국민 시인 로버트 번즈 ( Robert Burns: 1759-1796) 의 '붉고 붉..

동행 2025.05.11

'헛똑똑이'들의 나라 (2025년 5월 8일)

이 나라처럼 성적 좋은 아이들을 편애하는 나라는 없을 겁니다. 가족 구성원으로서 할 일을 하지 않고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하지않으며 예의를 몰라도 성적만 좋으면 문제되지 않습니다. 부모와 형제는 물론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웬만큼 못 되게 굴어도 성적이 좋으면 합당한 처벌을 받지 않습니다. 형편 없는 인간성의 소유자도 소위 명문대 출신이면 비난과 벌을 면하거나 덜 받고사소한 성취에도 큰 칭찬을 받는 일이 흔합니다. '합력하여 선善을 이룬다'는 말이 있지만, 이 나라의 성적 우선주의는 '합력하여 악惡'을 이룹니다. '헛똑똑이' 부모들이 '헛똑똑이' 자식을 기르고, 그들이 자라 사회 지도층으로 행세하니 나라 또한 '헛똑똑이' 나라가 되어 동네북이 되기 일쑤입니다. 이 불행한 추세를 막을 수 있을까요..

동행 2025.05.08

우리 큰딸 사랑한다 (2025년 5월 6일)

아버지 안 계신 어버이날이 여덟 번... 그리곤어머니도 아버지 계신 곳으로 떠나셨습니다.두 분께 어떤 선물을 드릴까 며칠 전부터 고심하던날들이 꿈 속의 일 같습니다. 매일 아침 두 분의 자유와 평안을 위해 기도하는 시간이면 눈이 젖기 일쑤입니다. 어제는 편지 봉투들을뒤적이다 어머니가 농협은행 봉투에 쓰신 '우리 큰딸사랑한다 2022년 4月 21日'을 보고 홀로 울었습니다. 그때 어머니가 그 봉투에 '용돈'을 담아 주시기에"엄마, 저는 돈보다 엄마 글이 좋아요. 몇 자 적어 주세요"하고 졸랐습니다. 쓰시지 않겠다기에 그럼 봉투를 받지 않겠다고 버티자 어머니가 하는 수 없이봉투 겉봉에 써 주신 글자입니다. 어머니를 뵈온 듯 기쁘면서도 슬펐습니다. 누구보다 지적인 분이지만 정규교육을 받지 못하신 어머니는 ..

나의 이야기 2025.05.06

아, 민주당이여! (2025년 5월 3일)

정치부 기자로 일한 적이 있고 정치를 소재로 칼럼을 쓴 적도 있지만, 언제부턴가 저는 정치에 대해 말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바꾸되,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바꿀 수 없는 것에 대해선 말하지 말자'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15년 간의 기자 생활과 오래 이어진 칼럼니스트 생활 동안 '좌파'로 찍혀 피곤할 때도 있었지만 불평한 적은 없었습니다. '좌파'는 개인의 이익만을 좇지 않고 동시대인 모두와 '더불어' 잘 사는 길을 모색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2015년 12월 28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주도해새정치민주연합을 더불어민주당으로 바꾸었을 때새 이름의 '더불어'를 좋아한 것도 바로 그래서였습니다. 그러나 이달 들어서며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하는 짓*을 ..

동행 2025.05.03

5월은 천둥 번개와 함께 (2025년 5월 1일)

드디어 5월입니다. 어린이날 노래는 '오월은 푸르구나'로 시작하지만 올 오월은 천둥 번개로 시작합니다. 우리 속담에 '천둥 번개 칠 땐 천하 사람이 한맘 한뜻'이라고 했습니다. 오늘 오후 3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상고심 선고가 어떻게 나오든, 모든 국민이 '한맘 한뜻'으로받아들이고 '한맘 한뜻'으로 나아가면 좋겠습니다. 지금 한국은 어두운 밤 천둥 번개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어린이와 같으니까요. 2017년 겨울에 출간한 졸저 는 날짜 별로 쓰인글들의 모임입니다. 5월 1일자 글의 제목은 '파우스트', 이 글을 보니 저는 8년 전이나 지금이나 현실에서 조금 떨어져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정상적 사고를 유지하기 위한 고육지책이겠지요. 그 글의 말미에 저는 괴테의 ..

나의 이야기 2025.05.01

강남 3구 어린이의 우울증과 불안장애 (2025년 4월 29일)

지구상에 한국처럼 이상한 나라가 또 있을까요? 아이가 태어나지 않아 큰일이라며 첨단 기술을 이용해 아이를 낳은 다음엔 그 아이를 괴롭히느라 안간힘을 쓰는 나라, 제가 알기론 이렇게 이상한 나라는 한국뿐입니다. 몇 해 전부터 4세 안팎 아이들을 영어 유치원에 보내어 괴롭힌다는 기사를 보며 혀를 찼는데, 엊그제 나온 기사를 보니 그런 식의 괴롭힘이어린이들을 우울증과 불안으로 몰고 있다고 합니다. 아이들아 부디 태어나지 말아라, 꼭 태어나고 싶으면 한반도 아닌 곳에 태어나거라! 아래는 동아일보에 실린 '"4세 고시"의 그림자...강남 3구 아동, 우울·불안장애 4년새 3배로' 라는 제목의 기사입니다. 기사가 길어 사진과 통계는 빼고 옮겨둡니다. 기사 원문은 이 링크에서 볼 수 있습니다. https://w..

동행 2025.04.29

교황님의 미술 사랑 (2025년 4월 27일)

어제 열린 장례 미사로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하늘로 가는귀로에 오르셨습니다. 교황님의 사랑을 기리고 선종을 슬퍼하는 마지막 글은 교황님의 예술 사랑에 대한 것입니다. 동아일보의 '이은화의 미술시간'에 따르면, 교황님은 카라바조의'성 마태오의 부름'을 가장 좋아하셨고, 세상엔 예술가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셨다 합니다. 카라바조 (Michelangelo Merisi da Caravaggio 1571-1619)는 이탈리아의 화가입니다.아래에 '이은화의 미술시간'을 옮겨둡니다.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250423/131481165/2 이은화의 미술시간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이은화의 미술시간]〈367〉 프란치스코 교황이 21일 선종했다. 아르헨..

동행 2025.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