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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동불거, 천명미상 (2025년 12월 9일)

대학교수들이 뽑은 2025년 '올해의 사자성어'는 '변동불거( 變動不居)', '세상이 잠시도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흘러가며 변한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변동불거' 하지 않는 해나 변화 없는 날들이 있었느냐고물을 수 있지만, 올해는 AI의 발전이 초래할 인류 문명의 변화가 그 어느 때보다 부각되어 이 사자성어를 선정했겠지요. 변화는 피할 수 없는 것이지만 변화 속에서도 제정신을유지하며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고, 그러려면 평소에훌륭한 마부가 말을 키우고 지키듯 마음을 키우고 지켜야하겠지요. 부디 그런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아래에 중앙일보의 관련 기사를 옮겨둡니다. 올해의 사자성어 ‘변동불거(變動不居)’…“멈추지 않고 변하는 세상” 2025년 ‘올해의 사자성어’로 ‘변동불거(變動不居)’가 ..

동행 2025.12.09

눈 속의 나그네 (2025년 12월 6일)

지난 4일 저녁 소담하게 내린 첫눈을 보고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 1877-1962)의 시 '눈 속의 나그네(Wanderer im Schnee: Wanderer in the Snow)'를 읽었습니다. 오래전에 잠깐 배웠던 독일어가 하나도 떠오르지 않아 영어 번역본을 찾아 읽고, 그것을 우리말로 대충 번역해 아래에 적었습니다. 독일어에선 모든 명사의 첫 글자를 대문자로 쓴다는 사실조차 잊고 있었습니다. '나그네'를 뜻하는 독일어와 영어 단어가 모두 Wanderer라는 게 신기합니다. 두 언어의 뿌리가 같아서 그렇겠지요? 눈 속의 나그네 골짜기의 시계가 자정을 알립니다. 헐벗은 달은 추위에 떨며 하늘을 헤맵니다. 나는 달빛 아래 눈 속으로 홀로내 그림자와 함께 걸어갑니다. 봄의 푸르름 속..

오늘의 문장 2025.12.06

무안 참사 유가족의 삭발(2025년 12월 3일)

12월엔 조용히 지나가는 한 해를 돌이켜 보며 새해 계획을세우고 싶지만, 그러기엔 세상이 너무나 소란합니다.국내 전자상거래 1위 업체 쿠팡에선 3370만 명의고객 정보가 유출되었고, 기록적 폭우가 쏟아진 동남아에서는 사망자가 천 명을 넘었습니다. 수많은 사건과 사고 소식 속에서도 특히 마음을 아프게 한 건무안공항에서 일어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숨진 이들의유가족들이 삭발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승객 전원을 비롯해탑승자 181명 중 179명이 사망한 참사이지만, SBS가 지난2월 23일 보도한 대로 "이상하리 만큼 조용하게, 이번 참사는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로 관심에서 멀어"진 듯합니다. 유가족들이 삭발을 한 건 국토교통부 소속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의 무안공항 참사 공청회를 막기 위해서였다고 합니..

동행 2025.12.03

법의 몰락 (2025년 12월 1일)

북서풍 덕에 맑아진 파란 하늘 아래 햇볕 속을걷다 들어왔습니다. 행복한 기분으로 12월을시작하려 했는데, 그렇게 되지 않았습니다. 책상 앞에 앉아 뉴스를 검색하다 동남아에 큰비가 내려 1000명 가까이 사망한 것을 알았습니다. 최소 146명이 숨졌다는 홍콩 아파트 화재 사건이인도네시아, 태국, 스리랑카의 폭우 피해를 가렸나봅니다. 무거운 마음으로 인터넷을 서핑하다 분노가 솟구치는 기사를 만났습니다. 날이 갈수록 이 나라가 엉망이 되는 건 잘못된 법과 그 법률 덕에 먹고 사는 사람들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한 번 그 생각에 힘을 주는 판결을 접한 겁니다. 조카가 다섯 살 때부터 8년 동안 조카를 성폭행한 외삼촌에게 법원이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징역 15년을 선고했다는 겁니다. 이런 사람..

동행 2025.12.01

김수환 추기경과 차인현 신부 회고록(2025년 11월 28일)

어제 저녁 오랜만에 한강을 건넜습니다. 강남성모병원 장례식장(서울성모장례식장)에 계신김란성 마리아님께 마지막 인사를 드리기 위해서였습니다.마리아님은 제 오랜 친구 홍혜련 소피아의 어머님이십니다.거의 1세기, 때로는 행복하고 때로는 고통스러웠을 이승의삶을 뒤로 하신 어머님께 절 올리며, 그분의 자유와 평안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겨울이 시작됐지만 장례식장에는 꽃이 많았습니다.망인들을 기리는 사람들의 발길이 분주한 방 앞 복도마다조화(弔花)들이 줄 맞춰 서 있었습니다. 그 꽃들의 향기가고인들을 위로해 주길, 그분들이 유가족들에 대해 느꼈을지모를 서운함을 덜어 주길 기원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어제 장례식장에 함께 갔던 '사단법인 봄'의 이승정 상임이사님에게서 가톨릭평화신문에 실린 차인현신부님 회고록 기사 링크..

동행 2025.11.28

이순재 선생님 영면(2025년 11월 27일)

진짜 사람의 인생을 사시며 마지막 순간까지대배우의 역할에 진력하신 이순재 선생님.선생님의 영결식이 오늘 새벽 5시 반 서울 아산병원에서 열렸습니다.선생님, 선생님과 동시대인이어서 영광입니다.부디 자유와 평안을 누리소서... 2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원로 배우 고(故) 이순재의 영결식이 엄수되고 있다./뉴시스 이순재李順載 | Lee Soon-jae 출생1934년 11월 16일[1]일본령 조선 함경북도 회령군(現 북한 함경북도 회령시)사망2025년 11월 25일 (향년 91세)대한민국 서울특별시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2]장지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서이천로 449-82(목리, 이천 에덴낙원 봉안당)직업배우 (1956년~2025년)정치인 (1992년~1996년)[3]데뷔1956..

동행 2025.11.27

사랑의 슬픔(2025년 11월 24일)

공공장소에서 제 책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도서관에서 만날 때도 있고 카페에서 만날때도 있습니다. 그럴 땐 책을 펼치고 다른 사람들의 책을 보듯 보게 됩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다른사람의 문장보다 제가 쓴 문장에 담긴 감성이나사고를 이해하고 공감하기 쉽다는 것이겠지요. 엊그제 카페에서 만난 제 시산문집 의 '사랑의 슬픔1'을 읽을 때처럼. 제 사랑을 받다가 떠나간 사람들... 저는아직 여기서, 여전히, 그들을 사랑하며 가끔 눈물짓습니다. 사랑의 슬픔1 사랑받는 자들은 떠나가고사랑하는 자들은 남는다사랑받는 자들은 언제나사랑보다 먼저 떠나간다 , 서울셀렉션

나의 이야기 2025.11.24

HD현대중공업과 거북선 (2025년 11월 22일)

어떤 일을 하는 사람들이 그 일을 잘해 보려 애쓰던 시대는가버렸다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자신이 만드는 물건이 무엇을 위한 건지, 자신이 파는 물건이 무엇으로 만든 건지, 자신이 돈을 벌어 궁극적으로 하려고 하는 일이 무엇인지에 관해 생각하지도않고 일터로 가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런 사람들로 인해 일어난 사건과 사고가 차고 넘치는 세상에서오랜만에 가슴이 뭉클해지는 '일꾼'에 관한 기사를 보았습니다. 현대그룹 창업자 정주영 회장(1915-2001)과 그분이 세운조선회사 얘기입니다. 기사를 읽고 나니 평생 처음으로 주식을 한 주 사야겠다는생각이 듭니다. HD현대중공업 주식이지요. 얼마면 살 수 있나인터넷에 들어가 보니 한 주에 55만 5천 원이라고 합니다. 2만8천 원이 떨어진 값이라고 하지만..

동행 2025.11.22

'AI 커닝' 시대 대학이 사는 법 (2025년 11월 19일)

서울대를 비롯한 여러 대학에서 학생들이 AI(인공지능)를 이용해 커닝하다 적발됐다는 기사에 이어 AI 부적절 사용으로 철회된 논문이 200편이 넘는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AI 사용 의심 논문은 챗GPT 등이 등장한 2022년까지 9건에 그쳤지만, 2023년 이후 195건으로 급증했다고합니다. 이런 기사를 접하며 혀를 차는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AI는점점 더 자주, 더 폭넓게 대학의 시험과 논문에 이용될 겁니다.그러니 한때 고등교육을 전담하다시피했던 대학이 학생들과 연구자들의 실력 검증 수단으로 사용했던 시험과 논문이 여전히 유효한 검증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을지, 지극히 회의적입니다. 나아가 AI를 이용하면 '온 세상'의 지식과 정보를 접할 수있는 이 시대에 '점수' 중심의 ..

동행 2025.11.19

어린이 '마음속 폭탄'이 터지는 이유 (2025년 11월 16일)

오후 산책길엔 영어유치원 아이들을 만나기 일쑤입니다.집에서 가까운 곳에 '플라토(Plato)'라는 이름의 아주 큰영어 학원이 있기 때문입니다. 소위 원어민 교사들이4세 안팎 아이들을 인솔하고 나오면 인도에 접한 차도를 따라 서 있던 노란 유치원 버스들이 문을 엽니다. 버스를 타지 않는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기다리던엄마들을 따라 갑니다. 전에도 그 아이들을 보면 가슴이 아팠지만 엊그제한국일보에서 본 글이 더욱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그 기사는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김효원 박사가 '성장통을 겪는 부모들'에게 4주에 한 번 쓰는 편지이자 조언입니다. '플라토'는 기원전 4세기에서 5세기에 걸쳐 살았던 그리스 철학자입니다. 소크라테스의 제자이자 아리스토텔레스의 스승인 그는 한국에서는 '플라..

동행 2025.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