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3228

동계올림픽 시청을 방해하는 jtbc (2026년 2월 20일)

산책을 할 뿐 운동은 하지 않는 저이지만 올림픽게임 중계는 열심히 봅니다. 여러 가지를 할 수 있는 젊은이들이 다양한 활동으로 즐거움을 찾는 대신 온 힘을 모아 자신과 싸우며 올림픽을 준비했으니 중계라도 보며 그들에게 감사와 응원의 박수를 보내는 겁니다. 그런데 지금 진행 중인 겨울 올림픽 중계는 보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이번 올림픽 중계권을 독점한 jtbc 때문입니다. 전 세계에서 모인 3,500명의 선수들이 116개의 세부 종목에서 겨루고 있지만 jtbc는 컬링, 스노보드, 쇼트 트랙 등 한국 선수가 메달을 땄거나 딸 가능성이 높은 경기만 보여 줍니다. 결과적으로 똑같은 경기는 여러 번 방영되고 피겨 스케이터 차준환 선수처럼 뛰어난 기량에도 불구하고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의 경..

동행 11:48:57

노년일기 277: 엄마, 잘못했어요(2026년 2월 18일)

엄마, 제 집 창으로 들어오는 봄바람이 '별 그리다'에도 불겠지요? 내일이면 엄마 떠나신 지 꼭 2년. 하루도 엄마 생각을 하지 않은 날이 없고 매일 아침 엄마의 자유와 평안을 위해 기도하지만 새삼 눈물이 납니다. 요 며칠 베란다에서는 엄마가 좋아하시던 두 가지가향기 싸움을 벌였답니다. 천리향은 겨울에도 봄 같았던 엄마처럼 겨울을 이기고 피운 꽃향내로, 굽힐 줄 몰랐던엄마의 심지를 닮은 홍어는 삭을 뿐 상할 줄 모르는 기질의 알칼리성 냄새로 겨루었지요. 엄마, 어리석은 딸은 엄마가 이 세상에 계실 때 잘하지 못한 것을 참회하느라 아직도 엄마 사시던 동네를 가지 못합니다. 제일 잘못한 것은 엄마의 외로움을 알지못한 것입니다. 아버지 떠나시고 9년 가까이 두 분 사시던 방에 홀로 사시며 외롭다 외롭다 하..

나의 이야기 2026.02.18

선물 못하는 설 (2026년 2월 14일)

해마다 설을 앞두고 친구들에게 즐거운 명절을기원하는 메시지나 작은 선물을 보내곤 했는데, 올해는 하지 않았습니다. 명절 앞두고 보낸 작은 인사가 큰 선물로 돌아오는 일이 흔해서입니다. 답례를 할 수 있는 형편일 때는 선물을 받아도 괜찮지만 답례를 할 수 없을 때는 선물 받기가 미안합니다. 제법 노인 축에 드는 나이가 되니 조금씩 들어오던일거리마저 거의 끊겨, 갈수록 사람 노릇이 어렵습니다.선물 하기 좋아하는 김흥숙에게서 선물이 오지 않으니김흥숙이 변했나 보다 생각하지 마시고, 형편이 마음같지 않은가 보구나 하고 이해해 주십시오. 명절 인사를 보내진 않았지만, 제가 아는 모든 분들과알지 못하는 모든 분들이 건강하고 즐거운 명절 연휴를보내시길 기도했습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저를 격려해 주시고 사랑해 주..

동행 2026.02.14

노년일기 276: 흰머리 총잡이 (2026년 2월 13일)

한국은 미국보다 작고 부족한 점도 많지만한국이 미국보다 나은 점도 있습니다. 그중 첫째는미국에서는 시민의 총기 소지가 합법이지만 한국에선불법이라는 겁니다. 한국인은 유난히 감정적이라니 총기까지 자유롭게 소지할 수 있으면 범죄율이 높아질지 모릅니다. 총기 소지가 불법인 걸 다행으로 생각하는 저이지만사실 저는 거의 매일 총을 쏘고 있습니다. 좀 과장해말하면, 이상(異常)이 정상화된 이 나라에서 제가 온전한 정신(sanity)을 유지할 수 있는 건 언제나 총을 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총을 가장 자주 쏘는 곳은 저희 집 아래 큰길의횡단보도입니다. 횡단보도 앞에 차량 정지선이 있지만 그 정지선에서 멈추지 않고 횡단보도를 침범하는 자동차가 흔합니다. 한국 차도 있고 외국 차도 있고승용차도 있고 승합차와 트럭..

동행 2026.02.13

사람을 찾습니다! (2026년 2월 12일)

어제 낮 한진택배에서 문자가 왔습니다.'프레스티크'라는 분이 제게 아보카도오일을선물로 보냈으니 오후 다섯 시에서 일곱 시사이에 배달하겠다고. 아보카도오일이 좋다는 얘긴 들었지만비싼 것이니 맛 볼 엄두도 내지 못했는데,누가 그걸 선물로 보냈을까 궁금했습니다. 첫 문자 받고 네 시간 후쯤 다시 문자가왔습니다. 택배기사가 몸살에 걸려 병원에다녀오느라 배송시간이 늦어질 수 있으니양해해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걱정 마시고천천히 다니'시라는 답장을 보냈습니다. 밤 아홉 시 51분 세 번째 문자가 왔습니다.문 앞에 상품을 배달했으니 들여가라는문자였습니다. 이제야 보낸 사람을 알겠구나 하고 상자 전면의 주소 용지를 살펴보았지만 '보내는 사람'은 프레스티크, '받는 사람'은 김흥숙으로 되어 있을 뿐이었습니다. 저희 집 ..

동행 2026.02.12

김수철과 최병소(2026년 2월 9일)

한국은 천재를 알아보는 데 서투르고 천재를 인정하는 데 인색합니다. 보통 사람, 즉 생활인을 평가하는 잣대를 천재에게 들이대어 천재가 고사하게 하거나 숨게 합니다. 가수 김수철 씨(1957~)는 그런 나라의 천재 중 한 사람입니다. 그가 지금껏 받은 박수는 받아야할 박수보다 훨씬 작지만, 그는 괘념치 않고 자기길을 가며 '저는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지, 계획을 짜는 사람이 아니에요'라고 말합니다.그가 가수 겸 작곡가로 일하면서 30년 넘게 그린그림을 14일부터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전시한다고 합니다. 저는 한강을 건너는 걸 좋아하지 않지만 한 번은 건너야겠습니다. 김수철 씨의 전시회와 함께 봐야 할 전시가 하나 더 있으니까요. 바로 페로탕 갤러리에서진행 중인 화가 최병소 씨(1943-202..

동행 2026.02.09

성수동 백일몽 (2026년 2월 5일)

우리는 어디서 왔고, 우리는 무엇이며,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십대 중반 성수동은 낯익었습니다.화양리 쪽에 있는 중학교를 다니며 버스 차창을 통해 저만치 성수동을 보기도 했고, 걸어가며 조금 더 가까이서 성수동을 구경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때 그곳은 서울의 대표적 공업지역이었고 10대, 20대들에겐좀 이질적인 공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그곳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핫플'이 되었다는 말이 들렸습니다. 한국은 매일 변하는 나라이니성수동의 변화도 당연하겠지만 '핫플'이 되었다는 건 믿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다 마침내 어제 성수동에 갔습니다. 어제 본 성수동은 다른 나라, 다른 도시였습니다. 유명한K팝 주도 기업들의 본부가 있는가 하면, 전 세계 유명 브랜드들의 팝업 스토어들이 넘쳐났습니다. 거리마다 ..

동행 2026.02.05

AI 대나무숲 (2026년 2월 3일)

'대나무숲'이라는 말은 삼국유사의 경문왕 관련 설화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왕의 귀가 왕좌에오른 후 갑자기 길어졌는데, 그걸 아는 사람은두건을 만드는 장인 한 사람뿐이었다고 합니다.그 사람은 평생 그 사실을 말하지 않다가 죽기 전에야사람 없는 도림사 대나무 숲에 들어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쳤고, 그 후 바람이 불면 대나무 숲에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소리가 들렸다는 것이지요.(나무위키: https://namu.wiki/w/%EA%B2%BD%EB%AC%B8%EC%99%95)인터넷 용어 '대나무숲'은 특정 분야 사람들이 속내를 털어놓는 SNS 공동 계정인데, 지난 1월 28일 마침내 사람 아닌 AI에이전트들의 대나무숲이 생겼다고 합니다. '몰트북 (Moltbook.com)'이라는 미..

동행 2026.02.03

노년일기 275: 금반지(2026년 1월 31일)

현관문 앞에 작은 상자 하나가 놓여 있었습니다.우리집에 왔던 택배 상자 중에 가장 초라했습니다.궁금한 마음으로 상자를 집어들고 앞면에 적힌 것을보니, 주소는 정확히 우리집이지만 받는 사람의 이름(세 글자 중 두 글자)과 전화번호(010-중간 숫자)가 다 낯설었습니다. 품목이 '주얼리'인 걸 보니 잘못 온 게 틀림없었습니다. 잘못 배달된 걸 알고 찾으러 오겠지 하고 그냥 문 옆에 두었습니다. 아침에 온 택배 상자가 저녁이 되어도 여전히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받을 사람의 전화번호가다 적혀 있었으면 연락했을지 모르지만, 망설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주문하지 않은 물건을 배달해서전화를 유도하는 신종 사기가 있다는 얘길 들었으니까요. 저녁 늦게 집에 들른 아들이 상자에 쓰인 이름 일부를 보더니 옆집으로 갈 게 ..

동행 2026.01.31

블랙 코미디 (2026년 1월 29일)

늙으면 다 그런가책을 읽다 보면 하품이 나1984처럼 재미있는 책도마찬가지야 하품이 나면 눈물이 나고눈물이 나면 콧물이 나핑핑 팽팽 코 풀다 보면결국 웃음이 나블랙 코미디를 볼 때처럼 책 읽다 울고 웃는 시간은사춘기 같은 걸까갱년기 같은 걸까 아니면 모든 것을 보고시침 떼는 하늘이나모두를 묻고도 덤덤한흙의 장난일까 그래서 늙은이들이책을 읽지 않는 걸까?그래서 조지 오웰*이늙기 전에 죽은 걸까? *조지 오웰 (George Orwell: 1903-1950): 소설 의 작가.

나의 이야기 2026.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