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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로 출근하는 사람 (2026년 1월 24일)

인터넷 바다에서 우연히 전에 취재해 쓴 인터뷰 기사를 만났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여기에 옮겨둡니다. 인터뷰의 주인공 장수영 씨는 지금도 즐겁게 덕수궁으로 출근하고 있을까요? 부디 그러시길, 건강하고 보람차게 생활하시길 빕니다. 이 글은 외교부 산하 한국국제교류재단(Korea Foundation)에서 발행하는 한국 문화 예술 전문 계간지 '코리아나 (Koreana)'의 2019년 겨울호에 실렸습니다. '코리아나'는 10여 개 언어로 번역되어 세계 곳곳의 독자들을 만납니다. 링크를 클릭하면 '코리아나' 웹사이트로 연결됩니다.https://www.koreana.or.kr/koreana/main.do 궁궐에서 우리 역사와 문화를 해설하다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외국인에게 길을 안내해 주면 묘한 뿌듯함을 느끼기 마..

Koreana 2026.01.24

음악을 듣는 시간 (2026년 1월 22일)

요즘 어린이들이 제 나이쯤 되어 어린 시절을 회상하면제일 먼저 영어가 떠오를지 모릅니다. 젖먹이 아기 옆에전자기기에서 나오는 영어를 틀어놓는 엄마들이 적지않으니까요. 그러나 요즘 아이들보다 운 좋은 어린이였던 제게어린 시절의 기억은 음악으로 시작합니다. 축음기에서흘러나오는 체코 작곡가 안토닌 드보르자크(1841-1904)의 '신세계교향곡'과 '시냇물은 졸졸졸졸' '아빠하고 나하고' 등 동요들이지요. 음악은 그렇게 책 읽는 재미를 알기 전 어린 저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저희 세대가 학교에 다니던 시절엔 학생들 대부분이클래식 음악으로 음악 듣기를 시작했습니다. 물론거리의 상점에서 틀어 놓은 라디오에서는 흔히 '뽕짝'이라불리는 대중가요가 흘러나오기도 했지만 요즘 K팝과 트로트처럼 대세는 아니었습니다. 클래식과..

동행 2026.01.22

얼굴 (2026년 1월 20일)

어젠 오랜 친구들을 만나러 시내에 나갔습니다.버스 창문밖 서울은 많이 달라져 보였지만,버스 안의 늙고 젊은 얼굴들은 별로 달라진 것같지 않았습니다. 긴장, 불안, 불만, 외로움이풍기는 얼굴들... 행복한 얼굴이 거의 보이지 않아마음이 아팠습니다. 신호를 기다리는 안국동 횡단보도엔 매서운바람이 불었습니다. 미세먼지를 밀어낸 바람이고마우면서도 미세먼지는 밀어내되 이렇게 차갑지 않을 수는 없을까, 왜 모든 좋은 것엔, 바람에게까지도 세금 같은 그림자가 붙는 걸까 생각했습니다. 네 사람이 한 테이블에 앉은 건 한참만이었습니다.지난달 한 친구의 어머님이 돌아가셔서장례식장에서 잠깐 보긴 했지만, 네 사람이 네 사람을 보기 위해 만난 건 오랜만이었습니다. 저를 뺀 세 사람은 모두 노화가 정지된 듯한모습이었습니다. ..

동행 2026.01.20

아빠 김병기, 엄마 이혜훈 (2026년 1월 18일)

더불어민주당 전 원내대표 김병기 씨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이혜훈 씨의 재산 축적과 자식 지원 과정을 보고절망하며 자녀에게 미안함을 느끼는 사람이 저 하나는 아닐 겁니다. 저도 평생 제법 열심히 일하며 살았지만 그 사람들처럼 머리 써서 돈을 모으기는커녕 힘들어 보이는 사람들에게쓰기 바빴고 제가 사는 방식이 옳은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부자 많은 나라의 돈 없는 노인이 되어 보니,돌아가신 어머니가 왜 늘 제게 '매달린 개가 누워 있는개들을 안쓰러워한다'며 혀를 차셨는지 알 것 같고,매달 월세와 공용 요금을 내느라 끙끙 앓는 제 아이에게미안합니다. 그런대로 보람 있는 삶을 살았다고 생각하는 제가 이런회의와 미안함을 느낄 때, 김 씨와 이 씨처럼 돈 많고'헌신적인' 부모를 갖지 못한 청년들은 어떤 ..

동행 2026.01.18

유명인의 사인 (2026년 1월 16일)

한국 언론이 저지르는 셀 수 없이 많은 잘못 중엔국민에게 직접적 피해를 주는 것들도 있습니다.그중 하나는 사회적으로 알려진 사람의 사망 기사에사인을 밝히는 것입니다. 지난해 말부터 올초까지 이승을 떠난 한국 유명인들의사인은 배우 이순재 씨를 제외하면 주로 암이었습니다.매년 22만 명이 새로 암환자 진단을 받는 나라이니놀랍지 않습니다. 문제는 언론이 별 생각 없이, 혹은 '알 권리'라는 미명 아래 보도하는 특정암으로 인한 유명인의 사망이 그 암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심대한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겁니다. 특히 배우 윤석화 씨나 안성기 씨처럼 요즘 기준으로 일찍 세상을 뜬 분들의 경우, 그분들이 특정암을 앓다가 별세했다는 사실은 그분들 또래나 그분들보다 젊은 환우들의 투병 의지를 약하게 합니다. 이..

동행 2026.01.16

2080 치약 리콜 (2026년 1월 14일)

재작년 12월 3일 계엄을 선포했다가 여섯 시간 만에해제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이 어제 열린 내란 우두머리1심 결심 공판에서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 받았습니다.구형은 선고가 아니고, 사형이 선고된다 해도 집행되지는 않을 테니 지금 제 관심을 끄는 건 윤석열 씨의 앞날보다2080 치약입니다. 애경산업의 발표에 따르면 2023년 4월 이후 제조된 일부 제품에서 금지 성분인 트리클로산이 검출되어 회수 중이라고합니다. 트리클로산은 효과적인 항균 보존제이지만 체내에누적되면 암을 유발할 수 있어 국내에서는 2016년부터 치약에사용하는 걸 금지했다고 합니다. 회수 중인 제품들은 중국 도미(Domy)가 제조해 애경산업이 수입·판매하는 제품으로 2080베이직치약, 2080데일리케어치약,2080스마트케어플러스치약, 2..

동행 2026.01.14

미당 서정주 (2026년 1월 12일)

어제 오후 겨울 바람 속을 걷다가 올려다 본 하늘,너무도 푸르러 눈물이 날 것 같았습니다.송창식 씨가 노래한 서정주(1915-2000) 시인의 '푸르른 날'이 떠올랐습니다. 푸르른 날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저기 저기 저, 가을 꽃 자리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데눈이 나리면 어이 하리야봄이 또 오면 어이 하리야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서정주 시인은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누구보다 잘드러낸 시인으로 일컬어지고, 저와 제 앞뒤 세대는 운 좋게도 국어 교과서를 통해 그의 시를 접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친일 행적과 전두환 정권 치하 정치 행위가 부각되며 이제 그의 시들은 교과서에서 모두 사라졌다고 합니다. 사람은 다면적 존..

동행 2026.01.12

노년일기 273: 최고 수익률 내는 투자 (2026년 1월 10일)

어젯밤 시부모님 제사를 모셨습니다.제사 후엔 어깨, 허리, 손목, 다리, 발바닥... 두루 아파 파스 여섯 장을 붙이고 잤습니다.아직 몸 여기저기가 뻐근하지만 예전에비하면 상태가 좋은 편입니다. 한때는 발바닥이아파 발을 딛지 못할 정도였으니까요. 어려서부터 골골하던 제가 나이 들며 나아지는주요 이유를 생각해 보니 1. 젊을 때와 달리 일상적 과로를 하지 않고 2. 매일 많이 걷고 3. 마음이 평화롭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과로가 사라진 건 나이 들며 돈 버는 일이 줄어서인데, 그로 인해 제수용품을 살 때 고민하는 시간이 늘어난 대신좋아하면서도 자주 하지 못하던 산책을 마음껏 하게 되었으니 나쁘기만 한 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이런 긍정적 태도가 마음의 평화에 기여할지 모릅니다. 온 나라에 주식 투..

동행 2026.01.10

노년일기 272: 종착역 (2026년 1월 8일)

저와 한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이 자꾸 떠나가니죽음을 생각하는 일이 잦습니다. 죽음에 대한생각은 이미 정리가 되어 있어 죽음을 생각한다고해서 우울해지거나 조급해지지는 않습니다.오히려 늘 보던 것들의 아름다움, 늘 접하던사람들에 대한 감사가 충만해짐을 느낍니다. 생각이 시를 부르는 걸까요? 단골 북카페에서 랄프 왈도 에머슨 (Ralph Waldo Emerson: 1803-1882)의 시 '터미너스'를 만났습니다. 대학교 1학년 때 지독한 염세와 싸우던 제 앞에 나타나 삶을 지속하도록 격려해 준 에머슨... 어느새 그와 제가 친구가 된 것 같다고 하면, 오래 전 천상의 시민이 된 그는 뭐라고 할까요? 'Terminus'는 종착역을 뜻하는데, 경계석을뜻하는 라틴어 단어이며, 고대 로마에서는경계 표식을 지키는 ..

동행 2026.01.08

안성기: 걸출한 배우, 훌륭한 사람 (2026년 1월 6일)

아버지 어머니, 좋은 사람이고 좋은 배우였던안성기 씨가 어제 두 분의 세상으로 갔습니다.아버지 어머니가 벗어 놓고 가신 육신을 품은양평 '별 그리다'가 안성기 씨가 남긴 육신의집이 될 거라고 합니다. 혹시라도 아들뻘인 그를 만나시거든, 오랫동안 애썼다고 따뜻하게위로해 주십시오. 1950년 마지막 날에 태어나 1957년에 영화에처음 출연한 안성기 씨는 '모두를 보듬는' 겸손한사람이었다고 합니다. 60년이 넘게 최고 배우로이름을 날렸지만 그를 영화 아닌 곳에서 보기는어려웠습니다. 시간의 흐름 덕에 얻은 주름은 그의 인품을 보여주는 증거로, 영화의 깊이를 더해주는 장치로 기능했습니다. 조금만 이름을 얻으면 광고와 연예 프로그램에서 '활약'하며 주름과 검버섯을 지우느라 분주한 사람들의 무리에서 그는 얼마나 ..

동행 2026.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