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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묻는 사람에게 2 (2025년 8월 22일)

지난번에 얘기한 대로 오늘은 어떻게 해야 오류 많은 자기 글과 사랑에 빠지는 일을피할 수 있는지 얘기하겠습니다. 얼핏 어려운 일처럼 보이지만, 사실은간단합니다. 그저 자기가 쓴 글을 남의 글읽듯 읽어 보면 되니까요. 글을 쓴 다음 읽어 보는 것은 외출복을 입고 나가기 전에 거울을 보는 것보다 당연한 일이지만, 자기가 쓴 글을 읽어 보지 않는 사람이 꽤 많은 것 같습니다. 자신이 쓴 글을 읽어본다면 적어도 맞춤법이 틀린 글을 세상에 내놓지는 않을 테니까요. 아침 신문을 보다가도 오류를 발견하곤하는데, 기사를 쓴 기자나 그 기사를 검수한사람이 제대로 보았다면 잘못된 철자나 표현이 그대로 신문에 인쇄돼 나오진 않을 겁니다. 자기가 쓴 글을 남의 글 읽듯, 무조건 자기아이 편을 드는 무지한 엄마처럼 자기 글..

동행 2025.08.22

글을 묻는 사람에게 1 (2025년 8월 19일)

책 읽고 글 쓰는 것을 업 삼아 살다 보니가끔 '어떻게 해야 글을 잘 쓰나요?' 하는 질문을받습니다. 이 질문은 '어떻게 해야 잘 사나요?'와 비슷한질문입니다. 질문 받은 사람이 잘 살아서 그런질문을 받기보다는, 질문하는 사람이 보기에 잘 사는 것처럼 보여서 그런 질문을 받으니까요. 그러니 제가 '어떻게 해야 글을 잘 쓰나요?'라는 질문을 받는 것과 제 글쓰기 능력과는 상관이없습니다. 제가 여기 기술하는 것도 누구를 가르치기 위한 지침이 아니고 저 자신을 탁마하는 데 쓰는 경책입니다. 첫째는 자기 글과 사랑에 빠지지 말라는 것입니다.글을 다루어 먹고 사는 사람답게 저는 꽤 다양한글을 읽고 손보곤 합니다. 논문으로 자신을증명해야 하는 박사 교수부터 글 쓰는 일과 멀어보이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까지, 제..

동행 2025.08.19

당신 방으로 가는 문 (2025년 8월 16일)

입추 이틀 전날 밤 잠자리에 눕자 가을벌레 소리가들렸습니다. 37, 8도 더위를 어찌 살아남아 노래를부르는가, 가을벌레가 울면 뒷산의 매미들은 어찌 되나...상념 끝에 자연의 순환을 생각하니 젖던 눈이말랐습니다. 자연은 사람보다 혹은 사람만큼 예의 바르니 계절이바뀌기 전엔 늘 대청소를 합니다. 13일부터 비가내리기 시작했습니다. 과유불급 (過猶不及), 정도를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지만 비도 사람을 닮았습니다.비는 여름 찌꺼기만 씻어내지 않고 피해도 남겼습니다. 오래전 수재민이 되어 소중한 것들을 무수히 잃었던저는 이번엔 운 좋게 수재를 피하고 수해로 희망을 잃은 분들을 어찌 위로하나... 마음만 아픕니다. 8월은 이글이글한 태양과 호우의 계절. 그러나 태양의 열기가 아무리 뜨겁고 비가 남긴 상처가 아무..

동행 2025.08.16

'기테이 손'과 '쇼루 난' (2025년 8월 14일)

일본과 일본인에 대한 한국인의 태도는 참 복잡미묘합니다.세계인들 중에서 일본을 가장 많이 방문하는 한국인들은 외교 문제에 있어서는 가장 소리 높여 일본을 비난합니다. 작년 일년 동안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은 881만7,800명으로 그 전해에 비해 26.7퍼센트 증가했는데, 그 수는 역대 최고였던 2018년의 753만8,952명보다도 약 17퍼센트 많았다고 합니다.(여행신문 https://www.traveltimes.co.kr) 한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일본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는 매우인기가 높습니다. 그런가 하면 일본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기 위해 일본제 볼펜을 밟아 못 쓰게 만든 한국 젊은이들도 있습니다. 유니클로를 입는 젊은이들만 일본에 가고 일제 볼펜을 밟아망가뜨리는 젊은이들은 일본에 가지 않을까요? ..

동행 2025.08.14

노년일기 264: 지상에서 영원으로 (2025년 8월 12일)

20세기 영화사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영화 중에1953년에 발표된 '지상에서 영원으로 (From Here to Eternity)'라는 제목의 영화가 있습니다. 이 표현은 영국이 자랑하는 러디어드 키플링 (Rudyard Kipling: 1865-1936)의 시 'Gentlemen-Rankers (특권층 출신 병정들)에서 처음 쓰였고, 제가 좋아하는 제임스 존스 (James Jones: 1921-1977)의 소설 제목이 되었다가 그 소설로 만든 영화의 제목이 되었습니다. '지상에서 영원으로' 하면 얼핏 낭만적으로 들리지만, 사실 이 표현은 지상에서 살지 못해 죽음으로 가는 사람들을 뜻합니다. 지금 이 시각에도 세계 곳곳 전쟁터에서 죽는 사람들, 매일 10.5명씩 자살하는 한국 노인들... 모두 지상에서..

동행 2025.08.12

KBS 수신료를 낼 수 없는 이유 (2025년 8월 9일)

지난 목요일 밤 12시가 조금 지난 시각 한국방송 (KBS)에서 방영하는 허원숙 피아노 리사이틀을 보았습니다. K팝과 트로트 일색인 티브이에서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연주를 보고 들으니 행복했습니다. 어쩌면 저처럼 머리 흰 피아니스트의 연주라서 더 마음에 와닿았던 건지도 모릅니다. 시사매거진에 따르면, 허원숙 피아니스트는 2019년부터 작년까지 5년 동안 하이든의 피아노 소나타 56곡 전곡을 녹음하고 다섯 차례의 연주회를 통해 직접 청중에게 들려주었는데, 지난 6월 26일부터는 '잘츠부르크와 뮌헨 소나타'라는 제목으로 '모차르트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18곡과 변주곡15곡 전곡을 연주할 거라고 합니다. 목요일 밤에 KBS 1TV 'KBS 중계석'에서..

동행 2025.08.09

카페에서 뛰는 아이 (2025년 8월 7일)

집에서 가까운 베이커리 카페를 가지 않게 된 건카페 안을 종횡무진하는 아이들 때문이 아닙니다.그 아이들에게 뛰지 말라고 하지 않는 어머니들,아이들보다 더 큰 소리로 떠드는 어른들, 자기들은하하호호 떠들면서 아이들에겐 책 펴놓고 공부하라고눈을 부라리는 어머니들 때문입니다. 지난 4일자 서울신문 인터넷판에 실린 "공공장소서뛰는 아이? 엄마가 '무개념'이죠"라는 제목의 기사를보니 꽤 오래 전 어떤 카페에서 겪은 일이 떠오릅니다. 그 카페가 제법 넓어서인지 유치원생으로 보이는 사내아이 하나가 장애물 경기하듯 테이블 사이를 뛰어다녔습니다. 정신이 없기도 하고 무엇보다 위험해서 어머니가 제지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아이의 어머니는 다른 어머니들과 앉아 떠드느라아이에겐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마침 아이가 제 근처로 ..

동행 2025.08.07

노년일기 263: 용기를 내겠습니다! (2025년 8월 5일)

어려서부터 음력 생일에 미역국을 먹었습니다.양력 날짜를 알려면 달력에 작게 쓰인 음력 날짜를확인해야 하는데, 언제부턴가 그 일을 하지 않게되었습니다. 태어난 날로부터 멀어지며 죽음을 가깝게 느끼기 때문이겠지요. 문득 생일에 대해 생각하게 된 건 수양딸에게서 생일에 맛있는 것을 사 주겠다는 메일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긴 인연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서로의생일이 든 달만 알 뿐 날짜도 모르는데, 바쁜 생활 중에 생일을 기억해 주니 이미 잔칫상을 받은 것 같습니다. 메일을 보고 나서 저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생각해 봅니다. 갈수록 성취가 드물어지는 데다 발전도 더뎌지고 투지도 약해집니다. 제가 맞서 싸워야 할 가장 큰 적은 바로 저입니다. 그런대로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며 살지만 어느 순간 갑자기 마음이 요동칠..

동행 2025.08.05

한여름 백로의 마음 (2025년 8월 3일)

아침 일찍 서쪽에서 동쪽으로 날아가는 새들을보았습니다. 서쪽에서 무엇이 오기에 동쪽으로서둘러가는 걸까요? 새들이 날아가고 난 하늘 아래 동(東)으로도 서(西)로도 가지 못하는 제 앞엔 엊그제 우연히 마주친 문장들만 남았습니다. 을사년, '푸른 뱀의 해'의 여덟 번째 달 ... 激石灘聲如戰鼓(격석탄성여전고)하고飜天浪色似銀山(번천낭색사은산)이로다.灘驚浪打風兼雨(탄경랑타풍겸우)나獨立亭亭意愈閑(독립정정의유한)이로다. 여울의 바위 치는 물소리는 전쟁터 북소리 같고하늘을 뒤덮은 물보라 은산과 같네.여울의 파도는 바람과 비를 함께 때리지만홀로 서 있는 백로의 마음은 오히려 한가롭네.-- 대한불교조계종 종정 중봉 성파 대종사 을사년 신년 법어

동행 2025.08.03

떠나간 성직자, 남은 성직자 (2025년 7월 31일)

조계종 총무원장인 진우스님과 천주교 광주대교구장인 옥현진 대주교가 최근 이재명 대통령에게,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의 특별사면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보냈다는 기사를보았습니다. 기사를 보는 순간, 지금 이 나라에서 그렇게 높은 성직에계신 분들이 해야 할 일이 그 일일까 하는 생각이 들며이태석 신부님이 떠올랐습니다. 이 신부님 떠나신 게 2020년 1월 14일이니 벌써 5년이흘렀습니다. 그리고 그 5년 동안 이 나라는 더 천박해지고 더분열되었고, 작년 자살자 수는 13년 만의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 나라의 고위 성직자들이 해야 할 일이 조국 씨의 특별사면 요청일까요? 하느님, 부처님의 침묵 속에 답이 있겠지요. 7월의 끝에서 기도합니다. 우리의 8월이 7월보다 덜 부끄럽기를... 아래는 ..

동행 2025.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