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3102

부자 동네일수록 공기가 나쁘다 (2025년 4월 10일)

늘 '적당히 가난해서 다행이다, 아이처럼 세상 물정을 모르는데도 굶지 않고  사니 나날이 기적이구나' 하는 생각으로 사는데, 오늘 읽은기사 하나는 제가 생각하던 것보다 더 운이좋은 사람이라는 걸 알려줍니다. 집값이 비싼 동네일수록 공기의 질이 나쁘다는기사입니다. 전에 살던 동네에 이사 갔던 것도공기 때문이었는데, 그곳을 떠난 것도 공기 때문이었습니다. 아침에 문을 열면 밀려들던 숲 냄새가 언제부턴가 배기가스 냄새로 바뀌니살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지금 사는 동네를 알게 되어이사온 지 19년이 되어갑니다. 여기서는 아침저녁으로 숲 냄새를 맡으니 살 것 같습니다. 서울의 아파트 값이 다 오를 때도 이 아파트의값은 오르지 않아 이웃들의 원성이 자자했는데, 아래 기사를 보면 이웃들의 마음도 좀 편해질..

동행 2025.04.10

노년일기 254: 층계참에서 (2025년 4월 8일)

타이레놀을 먹어도 열이 내려가지 않았습니다.보이지 않는 사람들에게 전신을 구속 당한 듯꼼짝 못 하고 누워 보냈습니다. (를 다시 보고 싶습니다.)  과로라고 할 만한 일을 하지도 않았는데, 왜 이러는 거지? 남의 몸 같은 제 몸을 관찰 또 관찰해도 답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문득 노화는 계단식으로 진행된다는 말을생각했습니다. 평평한 듯한 길을 걷다가 갑자기나타나는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는 것, 그게노화의 과정이라고 합니다.  어떤 사람은 그 계단에서 넘어져 다시 일어나지 못하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가느다란 난간을붙잡고 조심조심 내려갑니다. 위태로운 계단을 몇 개 내려가고 나면 다시 평평한 길이 나오지만,살 만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다시 계단이 나타납니다.  두꺼운 계단 두어 개를 내려가 층계참에 이른..

나의 이야기 2025.04.08

사건 2024헌나8 (2025년 4월 5일)

어제 오전 11시 22분,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12월 3일밤 10시 28분에 선포하고 12월 4일 오전 4시 30분에해제한 계엄으로 탄핵 소추된  사건에 대해 헌법재판소 (헌재)가 '결정'을 내렸습니다. '사건 2024헌나8 (대통령) 윤석열 탄핵'에 대해내린 '주문'은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탄핵한다.' 이 결정은 '8-0' 전원일치로 이루어져 한국의 분열을걱정하던 나라 안팎의 사람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비가 내립니다. 이 비가 대립의 앙금을 모두 씻어주기를, 낙엽 아래 도사리고 있던 불씨들을 완전히 식혀 흙과 한몸으로 만들어 주기를 바랍니다. BBC는 헌재의 결정을 보도하면서, 한국의 대통령들은감옥에 가거나 유배되거나 탄핵되었다며 한국의앞날이 우려스럽다고 했습니다. 다른 외국..

동행 2025.04.05

폭싹 속았수다 (2025년 4월 2일)

폭삭 시든 꼴로 누웠다 앉았다 감기를 앓으면서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를 보고 있습니다.처음엔 2편씩 보았지만 이제는 하루 1편씩 봅니다.체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드라마가 소환하는 이 나라와 저의 과거가 버거워서입니다.   처음엔 별로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아이유 씨와박보검 씨, 둘 다 제가 좋아하는 타입의 배우가 아닙니다.그런데 드라마를 보니 두 배우는 보이지 않고 아이유 씨가연기한 애순과 박보검 씨가 연기한 관식만 보입니다. 평론가들과 시청자들, IMDB, Rotten Tomato등영화 관련 매체들이 칭찬을 쏟아낸다니, 그 칭찬 속에 제가 이 드라마를 계속 보는 이유도 들어있을까요? 제가 이 드라마를 보는 이유는 '순애 (殉愛)'와'순애 (純愛) ' 때문입니다. 첫 번째 순애는 '사랑을 위해모든..

동행 2025.04.02

노년일기 253: 깨어나라! (2025년 3월 31일)

누구나 그렇듯이 저도 장점과 단점을 두루 가진인간입니다. 장점은 아마도 책임감일 겁니다.어떤 일을 하기로 하면 가능한 한 주어진 시간  안에 잘해내려고 하는 것이지요. 단점은 장점에 비해 훨씬 많은데, 그중에서도 문제가되는 것은 자신이 아프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것입니다. 열이 올라도 웬만큼 올라서는 신경 쓰지 않고살던 대로 살기 일쑤입니다. 그러다가 몇 해 전 고열에 잡혀  잘하던 노래를 못하게 되었지만, 습성은 잘 변하지않는 것 같습니다. 그 습성 때문에 이틀여를 꼬박 누워 있다 일어나 보니눕기 전에 사다둔 봄동이 저처럼 시들어 있습니다.봄동을 물에 담가 놓고, 누워 보낸 시간과 그 앞뒤의 시간을 생각합니다. 그 시간이 제게 해준 말은 무엇보다 살던 대로 살지 말고 관성에서 '깨어나라!'입니다. 어..

나의 이야기 2025.03.31

우리가 물이 되어 (2025년 3월 28일)

오랜만에 맑은 하늘을 보며 집으로 오는 길, 연기 가득할 남녘을 생각합니다.소나기가 쏟아져 저 산불을 다 꺼주면 얼마나좋을까...  비 바라는 마음이 강은교 시인의 시집을찾게 합니다.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가문 어느 집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우리가키 큰 나무와 함께 서서/우르르 우르르 비오는 소리로 흐른다면..." 스물여덟 명의 목숨을 앗아간 화마, 아직도그칠 줄 모르는 화마, 그 불의 시작이 모두혹은 거의 실화라니 기가막힙니다.  어리석은 나의 동행들이여, 부디 정신 차리시라!아직 물이 되지 못하는 우리, 불만은 놓지 마시라!  우리가 물이 되어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가문 어느 집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우리가 키 큰 나무와 함께 서서우르르 우르르 비오는 소리로 흐른다면.흐르고 흘러서 저물..

오늘의 문장 2025.03.28

좋음, 매우 좋음 (2025년 3월 25일)

하늘이 뿌옇기에 미세먼지 정보를 보니미세먼지 '나쁨',  초미세먼지 '매우 나쁨'입니다.또 하루 숨 쉬기 힘든 하루가 시작되었습니다. 하필 먼 곳의 친구가 오는 날 공기가 나쁘니먼지 속을 헤쳐 올 친구에게 미안합니다.그렇지만 '공기가 나쁘니 오늘 오지 마시고,공기 좀 나아지면 볼까요?' 하는 전화를 하지 않고가만히 있습니다. 친구를 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나쁜 공기를 핑계로 어영부영하고 싶지만어제 꽃과 나무들을 보았으니 그럴 수 없습니다. 어제도 공기가 나빴지만 나무마다 새 잎들이 어린이의 눈동자처럼 반짝이고, 개나리엔 이미 노란 안개가 어리어 있었습니다. 나쁜 공기는 나쁜 사람들처럼 세상을 시끄럽고탁하게 하지만, 꽃과 나무는 신경 쓰지 않고 제 할 일을 합니다. 저도 그래야겠습니다. 친구를 만나 우정에..

나의 이야기 2025.03.25

노년일기 252: 토마토 거울 (2025년 3월 22일)

창가의 토마토 나무에 다섯 개의 열매가 열린 건한겨울이었습니다. 손톱만한 열매를 처음 보았을 땐방울토마토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습니다.  겨울 햇살도 햇살이라 열매가 자꾸 커졌습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난 방울토마토가 아니야!'라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몸은 자랐지만 빛깔은 짙푸른 채 변하지 않았습니다.몸집이 커지는 데는 햇살로 족하지만, 몸이 익는 데는햇살의 온도가 중요한가 보다 생각했습니다. 겨울 날씨와 봄 날씨가 엎치락뒤치락하더니한낮엔 봄에 여름 몇 방울이 섞인 듯 더워졌습니다.그러더니 대번에 토마토의 색깔이 달라졌습니다.푸름에 붉음이 섞이기 시작한 겁니다.   창밖에 눈 내리는 날 짙푸른 토마토를 보면안쓰러웠는데, 푸름과 붉음이 보기 좋은 모습을보면 대견합니다. 오늘 같은 날씨가 며칠 계속되면..

나의 이야기 2025.03.22

ㅌ씨와 ㄷ씨 (2025년 3월 17일)

어젠 처음으로 제 집을 방문한 귀한 손님 덕에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제가 '4김씨'라고부르는 둘째 수양딸 가족입니다. 수양딸 부부의아들은 ㅌ씨와 ㄷ씨인데, 나이 차이는 있되 둘 다 초등학교 입학 전입니다. 전에도 ㅌ씨와 ㄷ씨를 만난 적이 있지만, 그땐두 사람이 엄마 배 속에 있을 때였습니다. 엄마가 힘들 때 찾아온 ㅌ씨가 참 고마웠습니다. ㅌ씨가 태어나고 그가 자라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보며 수양딸이 참 좋은 엄마로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몇 해 후에 태어난 ㄷ씨는 ㅌ씨와 조금 달라 보였습니다. 조금 더 자유롭다고 할까요? 만나본 적 없으니 혼자 상상하고, 산책길에 남의 아이들을 보며 생각만 했습니다. 그러던 ㅌ씨와 ㄷ씨를 드디어 만났으니, 그 반가움이 얼마나 컸는지 모릅니다. 두 사람 다 수..

동행 2025.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