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879

가시버시, 우야돈동 (2026년 5월 9일)

5월 상순은 제게 만남의 날들입니다. 젊은 친구들,함께 익어가는 친구들, 직접 보기도 하고 목소리로만나기도 하면서 '5월은 푸르구나, 우리들 세상'을노래합니다. 어린이들이 보기엔 늙은 사람이지만우주의 눈으로 보면 저도 어린이입니다. '상순'은 1일부터 10일까지를 일컫는데, MZ세대친구 중엔 모르는 사람이 많을 겁니다. 제 또래들은'상순'은 알아도 MZ들이 쓰는 말은 모르는 일이 많습니다. 모르는 마음을 알려고 하는 게 사랑이듯,모르는 말을 알려고 하는 것도 사랑일 겁니다.사랑하는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넷에서 오랜만에 임의진 목사님의 글을 만났습니다.사랑을 나르는 암호 같은 말들, 알고 싶을 분들을 위해옮겨둡니다. 지난 4월 29일 경향신문의 '임의진의시골편지'에 실린 글입니다. 맨 아래 링..

오늘의 문장 2026.05.09

연말에 읽는 시 3 (2025년 12월 31일)

내리는 눈을 보며 눈 내린 후를 걱정하는 사람은젊어도 늙은 사람입니다. 내리는 눈을 보며 환호하거나눈을 크게 뜨고 미소 짓는 사람은 늙어도 젊은, 혹은 어린 사람입니다. 비록 그가 눈길에 발을 내딛지 못한다 해도. 장편소설 으로 유명한 에밀리 브론테(1818-1848)는 어땠을까요?겨우 서른 살에 죽은 그의 시들로 미루어 볼 때 그는 후자에 속하는 사람이었을 것 같습니다. 아래에 그의 시 '눈꽃 화환에게'를 번역해 둡니다. 2025년 한 해 동안 눈 없는 겨울처럼 장식 없는 이 블로그를 찾아 주신 분들께 감사 드리며, 새해 건강하고 복 많이 받으시어 많은 기쁨 추수하시길 빕니다. 눈꽃 화환에게 오 찰나를 머무는 하늘 여행자여!겨울 하늘의 소리 없는 몸짓이여!어떤 역품이 그대의 돛을 몰았는가죄수 하..

오늘의 문장 2025.12.31

연말에 읽는 시 2 (2025년 12월 29일)

가을에 떠나지 말고 차라리 하얀 겨울에 떠나라고 애소하는 가요가 있습니다. 칼바람 속에서 냉정하게돌아서는 연인을 보낸 후 눈 덮힌 길을 걸으며 옛일을 잊겠다는 겁니다. 눈길을 걷다 보면 차디찬 바람이 머리를 명료하게 해주어, 인간의 변심은 겨울바람보다 차가울 뿐만아니라 겨울의 눈처럼 흔한 일이라는 걸 깨닫게 되기때문일지 모릅니다.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의 희곡 '좋으실 대로(As You Like It: 뜻대로 하세요)' 2막 7장에도 그런 각성을 담은 시/노래가 나옵니다. 불어라 불어라 그대 겨울 바람이여 불어라, 불어라, 그대 겨울바람이여,그대가 불친절하다 해도인간의 배은망덕엔 미치지 못하니.그대의 이빨도 그리 날카롭진 않다,그대 숨결 거칠지라도 그대 모습 보이지 않으니.아! ..

오늘의 문장 2025.12.29

연말에 읽는 시 1 (2025년 12월 28일)

오늘은 12월 28일, 2025년이 끝나려면 3일밖에 남지않았습니다. 세상 곳곳에는 이 해의 죽음을 알리는징표들이 가득합니다. 죽음을 앞두고 갑자기 거칠어진숨소리 같은 것, 문득 다가온 죽음 앞에서 당황한 눈길같은 것... 그러나 죽음은 언제나 새로운 탄생으로 이어지니 희망 가득한 목소리도 들립니다. 슬픔과 희망이 혼재하는 시기, 연말이야말로 시를 읽기에 좋은 계절입니다. 첫 번째시는 19세기 영국 시인 아서 휴 클러프(Arthur Hugh Clough: 1819-1861)의 시, '애써 봤자 소용없다고 말하지 말라'입니다. 일년 동안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기위해 애쓴 모든 분들께 드립니다. 애써 봤자 소용없다고 말하지 말라 애써 봤자 소용없다고 말하지 말라 수고와 상처 모두 헛된것이라고,적을 무..

오늘의 문장 2025.12.28

비에도 지지 않고 (2025년 12월 21일)

엊그제 자유칼럼에서 보내준 임종건 선배의 '드라이 펜' 칼럼의 제목은 '총리의 문학 강좌'였습니다. 어느 나라 총리이기에 문학 강좌를 하는 걸까 궁금해 읽어 보니 이명박 정부 시절의 김황식 총리였습니다. 김 전 총리는 언론인 모임 관훈클럽의 영시 공부 모임에서 최초로 일본 문학에 대해 강연했는데, 강연은 그의 저서 이야기>에서 다룬 시인 미야자와 겐지(1896-1933)의 시, '비에도 지지 않고( 雨ニモマケズ)'를 중심으로 진행됐다고 합니다. 가난에 시달리다 37세에 요절한 시인의 이 시는 그가 세상을 떠난 후에야 출간되어 그를 '국민 시인'의 반열에 올려놓았고, 그의 장편 동화 '은하철도의 밤'은 훗날 유명한 애니메이션 '은하철도 999'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게 임종건 선배의 말씀입니다. 이 아..

오늘의 문장 2025.12.21

눈 속의 나그네 (2025년 12월 6일)

지난 4일 저녁 소담하게 내린 첫눈을 보고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 1877-1962)의 시 '눈 속의 나그네(Wanderer im Schnee: Wanderer in the Snow)'를 읽었습니다. 오래전에 잠깐 배웠던 독일어가 하나도 떠오르지 않아 영어 번역본을 찾아 읽고, 그것을 우리말로 대충 번역해 아래에 적었습니다. 독일어에선 모든 명사의 첫 글자를 대문자로 쓴다는 사실조차 잊고 있었습니다. '나그네'를 뜻하는 독일어와 영어 단어가 모두 Wanderer라는 게 신기합니다. 두 언어의 뿌리가 같아서 그렇겠지요? 눈 속의 나그네 골짜기의 시계가 자정을 알립니다. 헐벗은 달은 추위에 떨며 하늘을 헤맵니다. 나는 달빛 아래 눈 속으로 홀로내 그림자와 함께 걸어갑니다. 봄의 푸르름 속..

오늘의 문장 2025.12.06

사랑의 그림자 (2025년 10월 1일)

애도할 일은 많지만 애도하기엔 너무 바쁜 한국인들...즐거움은 가볍게 하고 슬픔은 깊어지게 하는데, 이 나라엔즐거움을 찾는 사람들뿐입니다. 얼마나 외면하고 싶은 게많으면 저럴까 이해를 하면서도, 즐거움이 수반하는 가벼움이 절망을 일으킬 때가 잦아집니다. 그래서 시월의 첫날, 슬픈 시를 읽습니다. 늘 슬픈 시를 쓰는 시인의 시가 아니고, 못 마땅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신랄하게 보여주는 찰스 부코스키 (Charles Bukowski: 1920-1994)의 시입니다. 그는 미국 사회의 민낯을 폭로하는 시와 소설로 '미국 하류 인생의 계관 시인'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아래의 시는 그가 죽은 첫사랑 제인 쿠니 베이커를 애도하며쓴 시입니다. 원문 전체에, 첫 연을 번역해 곁들입니다. 제인에게 225일이나 풀밭 ..

오늘의 문장 2025.10.01

모든 것의 가장자리에서 2 (2025년 9월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랑을 받던보수 청년 정치인 찰리 커크(Charlie Kirk)가 대학에서 열린 행사 도중 저격범의 총에 맞아 숨졌습니다. 현지 시각 10일 낮 12시 10분에 일어난 일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정말훌륭한' 커크를 위해 기도하자며, 14일 저녁6시까지 조기를 게양하라고 지시했습니다. 1993년 생으로 32번 째 생일을 한 달 앞두고 사망한 커크는 2012년에 ‘터닝 포인트 유에스에이(Turning Point USA: TPUSA)'라는 우익 정치 단체를 설립하고 활발하게 활동했습니다. 'TPUSA'는 미국 850여 개 대학에 지부를 두고 있으며, 커크는 이번에 15개 대학 캠퍼스에서‘미국이 돌아왔다’ 행사를 열 계획이었으나 첫 방문지인 유타주 유타밸리대학..

오늘의 문장 2025.09.12

모든 것의 가장자리에서 1(2025년 9월 5일)

냉방하는 공간에 머물러서인지 창문을열어 놓고 잤기 때문인지 감기에 걸렸습니다.열이 오르내려 창조적인 일을 하기 어려우니책을 읽습니다. . 원제는 Gravity, and Getting Old>입니다. 프랑스의 사상가이며 정치행동가인 시몬 베유(1909-1943)의 책 이 떠오릅니다.젊은 시절에 인식하지 못했던 '중력'과 '은총'을나이 들어가며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한국어 번역판은 원제를 이루는 단어들 중에서 'Getting Old'에 주목했나 봅니다. 가장자리에서>라는 제목 왼쪽에 '나이듦에 관한일곱 가지 프리즘'이라 쓰여 있으니까요. 책을 읽다가 잘못된 글씨를 발견하면 그 책이읽기 싫어집니다. 이 책의 경우도 23쪽에서잘못된 글씨를 보자 읽기가 싫어졌습니다.그러나 제가 경애해 마지않는 ..

오늘의 문장 2025.09.05

그저 사랑한다는 것은 (2025년 7월 13일)

아파트 꼭대기에 턱을 괴고 앉은 달을 보았습니다. 지쳐 보였습니다. 해의 독재에 지친 것일까요? 사랑하다 지친 것일 수도 있겠지요. 높이 솟은 건물들 사이 엄거주춤한 달을보았습니다. 저 달의 자세는 겸손일까요 비굴일까요,솟는 것 많은 지상에서 가만히 있어도 낮아지는우리 같은 것일까요? 늘 보는 얼굴과 늘 들리는 목소리 아닌 얼굴과목소리를 보고 듣고 싶어,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1900-1944)의 을펼쳤습니다. 2차 세계대전에 공군으로 참전, 1944년 아홉 번째 정찰 비행에 나섰다가 영영 사라져 버린 비행사-소설가 생텍쥐페리... 88쪽에서 만났습니다. 산상에 돌기둥을 남긴 잉카의 지도자가 종족의 소멸에대해 느꼈을 동정심, 생텍쥐페리가 세계대전 중인 인류를 보며 느꼈을 동정심, 그런 동정심이 지금..

오늘의 문장 2025.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