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855

윌리엄 포크너의 문장들 4: 말, 말, 말 (2024년 7월 10일)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일이 있는가 하면, 말이 오히려 뜻을흐리는 경우도 있고, 말에 속아 분노하거나 슬퍼할 때도 있습니다.살기 위해, 혹은 이득을 위해 듣기 좋은 말을 하는 사람들도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말하는 대로 사는 사람이 갈수록 드물어져당연한 '언행일치 (言行一致)'가 지고한 덕이 되었습니다. 윌리엄 포크너의 의중요한 인물 애디 (Addie)가 첫 아이를 낳았던 때를 생각하며아래 인용문과 같은 말을 하게 된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겠지요. "When he was born I knew that motherhood was inventedby someone who had to have a word for it because the onesthat had the children didn't care ..

오늘의 문장 2024.07.10

내가 들은 말 (2024년 7월 6일)

그 베이커리 카페에 자주 가는 이유는 제법 맛 좋은커피를 싼 값에 마시며 책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그런데 오늘은 제 또래거나 저보다 두어 살 위일남녀들이 목청껏 떠드는 바람에 부끄럽고 괴로웠습니다.어제 고 장영희 교수의 책 에서 발견한척 로퍼 (Chuck Roper)의 시로 귀를 씻었으니 그나마 다행이지요. I Listen I listen to the trees, and they say:"Stand tall and yield. Be tolerant and flexible."....I listen to the sky, and it says:"Open up. Let go of the boundaries and barriers. Fly."I listen to the sun, and it says:"Nurt..

오늘의 문장 2024.07.06

윌리엄 포크너의 문장들 3: 하늘나라 (2024년 7월 3일)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서 부자가 된 사람들이 들으면서운하겠지만, 이렇게 왜곡된 세상에서 정직하고 성실하게 사는 건 바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끄러움 없이 죽기 위해 가능한 한정직하고 성실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것이지요. 죽음은순간의 일인데 그 순간의 평화를 위해 평생 정직, 근면하게살아야 한다니, 이 또한 삶의 아이러니이겠지요. 윌리엄 포크너 (William Faulkner)도 그런 생각을 했던것 같습니다. 에이런 문장이 있으니까요. 하늘나라에 가면 보상을받을 거라는 생각... 지금 우리나라 곳곳에도 이런믿음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이 있겠지요...  "Nowhere in this sinful world can a honest, hard-workingman profit. ..

오늘의 문장 2024.07.03

어제 읽은 시: 실 하나를 따라가는 일 (2024년 6월 30일)

유월의 끝에서 유월의 처음을 돌아봅니다.여전하게, 저의 길을 걸어온 한 달이었습니다. 어머니 이승 떠나시고 백일이 지나니 그때서야활자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글을 읽는 이유는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글의 큰 효용 중 하나는 위로일 겁니다. 여러 문장에서, 특히 시에서위로를 받았습니다. 어제 읽은 시는 고 장영희 교수 (1952-2009)의 책 에 수록된 윌리엄 스태포드 (William Stafford:1914-1993)의 'The Way It Is (삶이란 어떤 거냐하면)'이었습니다. 은 장 교수가 고르고 번역한 시들을 영한 대역으로 출판한 시집입니다.  "There's thread you follow. It goes among things that change. But it doesn't change.Pe..

오늘의 문장 2024.06.30

윌리엄 포크너의 문장들 2 (2024년 6월 26일)

윌리엄 포크너가 유명해지고 노벨문학상을 받은 것은그의 소설 때문이지만, 그의 소설 (As I Lay Dying)>를 읽다 보면 이 사람은 시인이구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시와 소설은 길이와 표현만 다른 것이 아닙니다.태생 자체가 다릅니다. 시가 태어나려면 먼저 시인이있어야 합니다. 시인은 누구나 보고 느끼는 것을 다른 눈으로보고 느끼는 사람이고, 그가 그 느낌을 글로 적은 것이 시가 되니까요.  소설의 경우엔 이야기가 소설가에 선행합니다.그러니 시인은 태어날 뿐 만들어질 수 없지만, 소설가는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을 읽다가 포크너가 시인임을 깨닫는 건문장에서 배어나오는 '다른' 시각, 즉 감수성 때문입니다. 포크너의 간략한 전기를 찾아봅니다. 그러면 그렇지! 그의 문학 창작은 소설보다 시가 먼저였습니다...

오늘의 문장 2024.06.26

윌리엄 포크너의 문장들1 (2024년 6월 23일)

책 한 권을 읽고 나면 책꽂이 앞에 서서 다음에읽을 책을 고릅니다. 첫 문단 혹은 첫 쪽을 읽다 보면 저절로 결정하게 됩니다. 이 책을 읽을 것인가, 책꽂이에 꽂을 것인가. '시절 인연'이란 불교적 용어는 책과 저의경우에도 적용됩니다. 두어 쪽  읽고 포기하기를 여러 번 했던 책이 어느 날 맛있는 커피처럼저를 붙잡으니까요. 우울할 때 꺼내 읽으며 소리 내어 웃는, 요즘 읽는  윌리엄 포크너 (William Faulkner: 1897-1962)의 죽어갈 때 (As I Lay Dying)>가 그런 책입니다.아래처럼 더위를 잊게 해주는 문장들 덕택입니다. "I can remember how when I was young I believed death to be a phenomenon of the body; n..

오늘의 문장 2024.06.23

오월이 간다는 것 (2024년 5월 31일)

새로 나온 이기철 시집 속'오월이 온다는 것'을 읽다가, "벚꽃 진 자리가너무 넓더니 /늦을세라 그 자리에 라일락이 왔다"에서울컥하고 나니 어느새 오월 끝.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에 서정시를 쓰는 시인의마음. 힌트는 '꽃'에.  꽃  기다려도 기다려도  오지 않아 혼자 피어 버렸다 네가 오지 않아 그만 피고 말았다

오늘의 문장 2024.05.31

노년일기 215: 해변에서 노는 아이 (2024년 5월 25일)

요 뗏목에 갇힌 지 4일 째 삶은 갈수록 단순합니다. 머리는 뜨겁고 목소리는 이상하고... 왜 칼 세이건(Carl Sagan: 1934-1996)의 를 펼치는 걸까요? 죽음을 가까이 느끼다 보니 죽기 전 뉴튼(Isaac Newton: 1643/42-1727/26)이 했던 말이 떠오른 걸까요? "I do not know what I may appear to the world;but to myself I seem to have been only like a boy, playing on the seashore, and diverting myself, in now and then finding a smoother pebble ora prettier shell than ordinary, while the grea..

오늘의 문장 2024.05.25

5.18의 물음표 (2024년 5월 18일)

이 블로그를 찾아준 알 수 없는 분 덕에5년 전 오늘 여기 올렸던 시를 만났습니다.정의를 위해 흘렸던 피와 희생조차 과거사가 되면잊히거나 이용당하는 일이 많으니, 착잡합니다.아래는 5년 전 이 블로그에 썼던 글의 일부입니다.그때의 마음과 지금의 마음이 다르지 않아아래에 옮겨둡니다.-------------------------------------------------------------------------------------  1980년대 전두환 정권과 싸웠던 '386세대' 대다수는 자신들이 타도의 대상으로 삼았던 사람들처럼 권력과 금력을 좇으며 '잘' 살고 있습니다. 잘 죽지도 못하고 잘 살지도 못하는 제 속에는 물음표만이 쌓여 갑니다. 그 물음표 중엔 시인 김남주(1946-1994)의 물음표가 ..

오늘의 문장 2024.05.18

도시의 유목인 (2024년 5월 14일)

작년 봄 언저리에 허먼 멜빌 (Herman Melville: 1819-1891)의 단편소설 '필경사 바틀비 (Bartleby, the Scrivener: A Story ofWall Street)'를 읽으며 재미와 슬픔을 동시에 느낀 적이 있습니다.  멜빌 하면 만  떠올리던 제게 '필경사 바틀비'는 놀라웠습니다. 마치 존 스타인벡 하면 만 생각하다가'진주 (The Pearl)'를 읽었을 때의 기분이라고 할까요? 변호사 사무실에 새로이 고용된 '필경사 바틀비'에 관한 이 짧은 소설은 단순하지만 답하기 어려운 '이뭐꼬?'와 같은 질문을 품고 있습니다. 처음엔 일을 잘하던 바틀비가 언제부턴가 일을 시키면  '하지 않고 싶습니다/하고 싶지 않습니다(I would prefer not to)'라고 말하며 일을 하지..

오늘의 문장 2024.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