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808

나르시시스트 리더의 자아 과잉 (2024년 12월 5일)

지난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걸4일 아침에야 알았습니다. 제가 뉴스를 보지 않는 동안 비상계엄이 내려지고 해제되었습니다. 저로선 참 운이 좋았던 것이지요. 계엄이 선포된 것을 알았으면잠도 못 자고 나라 걱정을 했을 테니까요. 어제 아침 이 소식을 접하자 제일 먼저 대통령 주변에사람이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삼국지에서 보듯 공명이 있거나 방통이 있거나 주유가 있거나, 리더의 장점과 단점을 아는 책사가 옆에 있어야 할 텐데, 윤 대통령에겐 그런 사람이 없는 것 같습니다. 마침 어제 열렸던 동아비즈니스포럼에서 맨프레드 케츠드 브리스 ( Manfred Kets De Vries) 교수가 이번 계엄 사태에딱 어울리는 얘기를 했기에 첫 부분만 아래에 옮겨둡니다. 아래를 클릭하면 기사 전문..

동행 2024.12.05

스님과 사제를 수입한다고? (2024년 12월 3일)

며칠 전 신문에서 사제와 스님 등 구도자들이부족하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구도 희망자의 부족으로신학대학 입학생이 줄어 문 닫는 신학교가 생겼고,현재의 추세가 계속되면 빈 절과 빈 성당이 생겨날 테니 외국 사제와 스님들의 수입을 늘릴 거라고 합니다. 절과 성당과 교회가 있는 이유는 신도가 있기 때문이니그런 종교기관들이 문을 닫는 이유는 신도가 줄기때문이겠지요. 그러면 사제와 스님을 '수입'하기 전에왜 신도가 줄고 있는지 먼저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가장 큰 이유는 존재론적 고민을 하는 사람이 줄어서일 겁니다. 20세기 말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생각했습니다.산다는 건 무엇인가, 잘 사는 건 어떻게 사는 것인가, 죽음은 무엇이며 죽은 후엔 어떻게 되는가... 젊은이들은 특히 그런 질문과 씨름하며 밤을 새우..

동행 2024.12.03

스테파의 영웅들 (2024년 11월 28일)

엠넷플러스 (Mnet Plus)의 남자 무용수 서바이벌 프로그램'스테이지 파이터 (스테파)'가 끝났습니다. 에피소드마다 너무 여러 번  보아서 심사위원들과 무용수들이 말하기 전에 그들의 말을 떠올릴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렇지만 또 재방송을 하면 또 보게 될 것 같습니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많아도이렇게 아름답고 품격 있는 도전은 본 적이 없으니까요.  한국 무용, 현대 무용, 발레를 전공한 64명의 무용수들을처음 보았을 때는 룸메와 제가 이 프로그램을 이렇게 열렬히좋아하게 될 줄 몰랐습니다. 본래 발레를 좋아하는 제가채널을 돌리다가 이 프로그램을 발견했는데, 우연히 옆에서함께 본 룸메가 저보다 더 열렬한 팬이 되었습니다. 어느 날은 "저 친구들을 보니 부끄럽네. 내가 저렇게 치열하게산 적이 있었던가"라..

동행 2024.11.28

노년일기 238: 눈과 바람의 날개 (2024년 11월 26일)

여름이 떠나지 않는다고 단풍이 들지 않는다고끌탕했는데, 11월 말에 찾아온 추위가 산을물들이고 도시의 보도를 낙엽으로 덮었습니다. 오늘 새벽엔 비 내려 대지를 식히더니 거센 바람이짧았던 가을의 흔적을 지웁니다. 자연의 순환앞에서 인간이 일으킨 기후 변화는 맹수 앞의토끼 꼴입니다. 소설가 공지영 씨는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는단편에서 '죽어도 죽지 않는' 할머니를 묘사했지만,소설 밖 할머니들은 결국 다 죽습니다. 올여름처럼오래 지지부진 지속되는 생生이 있을 뿐이지요. 요양원 등 장기요양시설에 머무는 노인의 87퍼센트가마약성  진통제를 복용하고 있다는 기사를 보니 떠나야 할 때 떠나지 못해 살아서 잊힌 노인들이떠오릅니다.  지금 창밖에서 우는 북풍아, 내일 새벽 내릴 눈아, 살아서 죽은 노인들에게도 그대들 ..

동행 2024.11.26

마늘 방귀 (2024년 11월 24일)

고흥 바다는 여린 햇살을 사랑했습니다.가을 초입 어느 날 바닷바람과 햇살은향긋한 흙 이불 아래 몸을 섞었습니다. 봄 중간 어느 날 마늘 아기들이 태어났습니다.흙집 주인 정 여사는 매끈 뽀얀 얼굴들을서울 친구에게 보냈습니다. 사랑에서 태어난 아기들이 아는 건 사랑뿐붉게 물든 김치소, 초콜릿 색 장아찌,포도씨유 반짝이는 볶음이 되었습니다. 겨울 초입 거리를 덮은 낙엽을 보며불면에 빠진 서울 친구에게 바닷바람과햇살의 사랑이 떠올랐습니다.  김치와 장아찌와 마늘 볶음을 잔뜩 먹고친구는 오랜만에 깊은 잠에 빠졌습니다.뿡 뽀옹 풉 뽕 풉 먼 곳에서 연주하는관악기 소리가 들렸습니다.목관도 금관도 아닌, 사랑만 연주하는토관악기였습니다.

동행 2024.11.24

노년일기 237: 평생 통틀어 지금이 제일! (2024년 11월 21일)

TV에서 89세 할머니를 보았습니다.평생 음악가를 꿈꾸다가 89세에 음악가가되셨답니다. 아버지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할머니 손에자랐고, 할머니도 돌아가신 후 혼자가 되어한 남자와 결혼했는데, 아침부터 밤까지밭에서 일하고 방과 부엌을 들락거리며 아이 여섯을 키우셨답니다.  허리를 펴 볼 시간도 없이 바쁘게 살았지만그래도 행복했답니다. 늘 외로웠는데 가족이많으니 정말 좋았고, 종일 일을 해도 상관없었답니다. 남편이 죽고 아이들이 결혼해 떠나자할머니는 다시 혼자가 되었답니다. 변하지 않은 건 할머니의 꿈뿐이었습니다. 할머니는 아코디언을 샀습니다. 아코디언을연주하며 노래하다 보니 오르간이 필요했습니다. 할머니는 오르간을 샀습니다. 악보 보기는 힘들지만 할머니는 오르간을 연주하며 노래하는 나날이 행복합니다. '평생..

동행 2024.11.21

노년일기 236: 집에서 살다 죽으려면 (2024년 11월 18일)

노인들의 반 정도는 몸이 아파도 병원이나 요양원에가기보다 집에 있고 싶어한다는 '2023년 노인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니 부모님 생각이 납니다. 아버지와 어머니 두 분 모두 집에서 돌아가셨다고 하면놀라는 사람이 많습니다. 아버지는 90세에, 어머니는94세에 돌아가셨다고 하면, 그 연세까지 집에서 사셨다니복이 많은 분들이라고 얘기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병원이나 시설에 가지 않고 죽는 날까지집에서 살기를 원하지만, 그러려면 긴 준비가 필요하다는것을 부모님을 보며 배웠습니다.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1. 나이 들수록 말을 줄인다.     아버지는 연설을 하여 돈을 벌 정도로 말씀을 잘하시던    분이지만 연세가 드실수록 말씀을 줄여 최소한만    하셨습니다. 아무리 독립적인 사람도 늙으면 가족의    온기가 필..

동행 2024.11.18

'윙크'의사 서연주 (2024년 11월 12일)

매일 오는 신문이지만 신문에서 머리를 탁 치거나여운을 남기는 글을 만나는 일은 드뭅니다.어제 신문에서 그런 글을 보았기에 아래에옮겨둡니다. '윙크'의사 서연주 님, 고맙습니다!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241110/130399209/2삶의 변화를 받아들이기 (내가 만난 명문장)서연주 성빈센트병원 응급 내과 전담의·‘씨 유 어게인’ 저자 “세상은 계속해서 움직이고 변화합니다. 변화의 방향은 우리가 원하는 것과 대체로 무관합니다. 그러나 세상이 생각대로 바뀌어야만 내가 나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세상에 마음처럼 되는 것이 이토록 없나 싶을 때가 있다. 건강도, 일도, 관계도, 모든 것..

동행 2024.11.12

노년일기 235: 나쁜 친구 (2024년 11월 10일)

'친구'의 사전적 의미는 '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입니다.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이라고 해서 다 훌륭한 사람은아니니 친구 중엔 좋은 친구도 있고 나쁜 친구도 있습니다. 좋다, 나쁘다를 판단하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릅니다.하자는 대로 하는 친구를 좋은 친구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듣기 싫은 말을 해도 좋은 친구 대접을 받는 사람도 있습니다. 제 친구 중엔 다 좋은 사람만 있습니다. 제 눈에 좋지않다고 생각하는 사람과는 '가깝게 오래' 사귀지않으니까요. 그런데 엊그제 친구 모임에 갔다가 고민에 빠지고말았습니다. 제가 정기적으로 나가는 모임은그 모임 하나 뿐인데 그 모임의 친구 하나가 저를 고민에 빠뜨린 겁니다. 그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경력과 재산을 가진 사람이고,인류를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으로 가르면 분명좋은 ..

동행 2024.11.10

나는 솔로: 편집의 어려움 (2024년 11월 8일)

원고 청탁을 받아 짧은 글을 써 보냈습니다.그쪽에서 편집해 보내온 글을 보니 첫 문단이 조금달라져 있었습니다. 편집은 글을 더 낫게 하기 위한과정인데, 그 목적에 합당한 편집이 아니라는 생각이들었습니다. 편집자가 자기 글에 손대면 심하게 화내는 필자도 있다지만, 저는 그런 적이 없습니다. 편집자들이 제 글을 손대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그럴 수도 있고, 제가 편집자의 권리를 존중하기 때문일 수도있겠지요. 신문과 통신에서 15년을 일했고 쓰거나 번역한 책이  20여 권이니, 저는 편집자의 권리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  편집자와 연락해 편집된 글에 대해 얘기하니 매체의특성에 맞게 고친 것이라고 했습니다. 저로 선 그 매체의특성과 그 글의 변화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이해하기쉽지 않았지만, 매체의 ..

동행 2024.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