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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레놀 친구 (2025년 2월 16일)

아주 잠깐이라도 삶에 취해 죽음을 잊을라치면오래된 친구가 찾아옵니다. 친구는 제 눈과 뺨을 벌겋게 물들이며 주위의 소음을 지웁니다. 몸은 있던 곳에 있는데, 그 장소와 함께 있던 사람 모두멀어지는 느낌이 들고, 발이 바닥에서 떨어져 둥둥 떠있는 것  같습니다. 혈압이나 혈당이 갑자기 상승한 걸까요? 언젠가처럼앨러지 공격을 받은 걸까요? 뜨거운 머릿속에서일어나는 물음표들을 못 본 척 하던 일을 하니우리 집 의사가 타이레놀을 먹으라 합니다.  제 몸은 제 정신보다 훨씬 정직합니다. 조금 힘에부치면 바로 고열로써 제게 경고하는데, 한번은그 경고를 무시했다가 병원행을 한 적이 있습니다.경고가 오면 타이레놀을 먹고 죽은 듯이 쉬어야 합니다.쉬고 나서 다시 삶이라는 기차에 올라타는 거지요. 타이레놀 덕에 다시 일어..

동행 2025.02.16

그대를 부르고 나면 언제나 목이 마르고 (2025년 2월 13일)

오래된 친구를 오랜만에 만나고 나면 긴 여행을 한 것 같습니다.날짜는 기억나지 않아도 그와 처음 만났던 날이 떠오릅니다.우리가 겪은 일들, 함께 흘린 눈물... 무엇보다 그와 나 모두 고아가 되었고 젊음에서 해방되었습니다. 이름에 '별'이 들어간 그 친구와 저를 이어준 건 제 첫 번째 책입니다. 마침 제 블로그 방문자 중에 이 책에 대한 글을 보신 분이 계시어저도 15년 만에 다시 보았습니다. 책을 냈을 땐 부끄러워 병이 났지만, 친구를 만나게 해 준 고마운 책입니다. 흔들림 없는 우정에 감사하며, 2010년 1월 4일 이 블로그에 쓴 글을 아래에 옮겨둡니다. 문성님, 고맙습니다! ---------------------------------------------------------------------..

동행 2025.02.13

롯데리아에서 생긴 일 (2025년 2월 10일)

햄버거는 좋아하지 않지만 명지대 앞 롯데리아는좋아합니다. 거의 20년 전 제가 이 동네로 이사왔을 때도있던 가게입니다. 거기서 가까운 곳에 맥도널드가 새 건물을지어 문을 열었지만 롯데리아는 여전히 제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지난 여름 산책 중에 너무 땀이 나거나 햇살을 견딜 수없을 땐 롯데리아에 들어가곤 했습니다. 그곳은 냉방이 심하지 않은데다 세일하는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천 원도안되는 값에 먹을 수 있었습니다.   그 롯데리아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곳이 마음 편한동네 사랑방 같기 때문입니다. 너무 요란하지 않은실내장식, 기계적이지 않은 직원들, 언제나 깨끗한 실내 ... 요즘은 화장실 없이 음식을 파는 집들이 많이있지만 롯데리아엔 넉넉한 화장실이 있습니다. 롯데리아에 앉아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먹다 보..

동행 2025.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