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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일기 295: 가족이 싫어질 때 (2026년 9월 22일)

고아에게 가족은 알 수 없는 그리움의 대상이지만 고아가 아닌사람 중엔 가족으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이 많습니다. 어떤 사람은 가족이 자꾸 싫어진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가족이란 결코 버릴수 없는 평생의 짐과 같다고 합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추석과 같은 명절은 괴로운 날입니다. 오랜만에 만난 자리에서 만나지 못하는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긍정적 호기심을 갖고 애정으로 묻는다면, 추석 같은 명절이 피하고 싶은 날이 되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긍정적 호기심을 가진 사람은 갈수록 줄고, 나이나 돈을 내세워 답하기 힘든질문을 던지며 도움 대신 아픔을 주는 사람이 많습니다. 무례한 질문과 충고를 하는 사람 중엔 나이 든 사람이 많습니다. 빠른 사람은 50대부터 이런 노인 노릇--본인은 '어른' 노릇이라 하겠지만--을 ..

동행 2026.09.22

책 사재기 (2026년 9월 19일)

법정 노인이 되어 읽고 있는 고전들은 대개 오래 전에 산책들입니다. 대학 시절에 사서 읽기를 시도하다 실패한책도 있고, 기자 시절 그리고 중년에 읽고 싶어 샀으나 읽을 시간이 없어 미뤄 두었던 책도 있습니다. 책을 읽다 보면 그때 사 두길 참 잘했다고 저 자신을 칭찬하게됩니다. 수입 적은 노인이 책--요즘 책 대부분은 제게 너무 비쌉니다--을 사는 건 쉬운 일이 아닌데, 그때 사 둔 덕에 읽고 싶을 때 언제나 읽을 수 있으니까요.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고전'도 있고, 별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제겐 아주 좋은 스승 같고 친구 같은 책도 있는데, 이들의공통점은 자꾸 보게 된다는 겁니다. 한 번만 읽을 책이면 살 필요가 없다는 말도 있지만, 어떤책은 살 필요가 있고 어떤 책은 살 필요가 없는지를 판단하는것은..

동행 2026.09.19

노년일기 294: 9월 라일락(2026년 9월 17일)

제 오랜 친구 중 하나는 귓병입니다. 젊은 시절 중이염으로고생한 후 좀 무리한다 싶으면 잊지 않고 찾아와 경종을 울렸습니다. '살 만하다고 까불지 마' 하는 것 같았습니다. 법적으로 노인이 된 후엔 몸의 말을 경청하며 산 덕에 귓병을 잊고 살았는데 며칠 전 다시 찾아왔습니다. 아버지의 기일을앞두고 슬픔이 깊어진 데다 맡은 일이 있어 신경을 썼더니'정신 차리라!'고 온 것이지요. 귓병 덕에 아침 산책을 며칠 거르고 나가니 산책로 주변의 풀들이 밑둥만 남고 텁텁한 흙이 드러나 있었습니다.하천 바로 옆 비탈의 풀들은 그냥 있는데 산책로 옆 평평한곳의 풀들만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풀도 사람처럼 어디에뿌리를 내리는가가 중요한가 봅니다. 아침 산책길에 영롱하던 나팔꽃들이 생각났습니다. 길 옆풀들 사이에 피었던 잉..

동행 2026.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