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808

ㅌ씨와 ㄷ씨 (2025년 3월 17일)

어젠 처음으로 제 집을 방문한 귀한 손님 덕에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제가 '4김씨'라고부르는 둘째 수양딸 가족입니다. 수양딸 부부의아들은 ㅌ씨와 ㄷ씨인데, 나이 차이는 있되 둘 다 초등학교 입학 전입니다. 전에도 ㅌ씨와 ㄷ씨를 만난 적이 있지만, 그땐두 사람이 엄마 배 속에 있을 때였습니다. 엄마가 힘들 때 찾아온 ㅌ씨가 참 고마웠습니다. ㅌ씨가 태어나고 그가 자라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보며 수양딸이 참 좋은 엄마로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몇 해 후에 태어난 ㄷ씨는 ㅌ씨와 조금 달라 보였습니다. 조금 더 자유롭다고 할까요? 만나본 적 없으니 혼자 상상하고, 산책길에 남의 아이들을 보며 생각만 했습니다. 그러던 ㅌ씨와 ㄷ씨를 드디어 만났으니, 그 반가움이 얼마나 컸는지 모릅니다. 두 사람 다 수..

동행 2025.03.17

화이트 데이, 파이 데이 (2025년 3월 1 4일)

3월 14일을 어떤 날로 기념하는가를 보면 그 사람의성향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화이트 (White) 데이'이자 '파이 (π) 데이'이고, 세계적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생일입니다. '파이 (Pi)'는 원주율, 즉 원의 지름에 대한 원둘레의 비율을 뜻하며, 약 3.14로 알려진 상수입니다. 약 3.14인 이유는이 수가 소수점 아래로 계속 이어지기 때문입니다.2024년 6월 현재 소수점 이하 약 202조 번째 자릿수까지 구헀다고 하니, 수학 불능자인 저로서는 놀랍고 신기합니다. '파이 데이'는 1988년 샌프란시스코 과학관의 물리학자 래리 쇼가'파이'와 수학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일으키기 위해 시작하여현재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즐긴다고 합니다.  '파이 데이' 축제에서는 꼭 맛있는 파이 (..

동행 2025.03.14

노년일기 250: 그의 어머니 (2025년 3월9일)

가끔 가는 베이커리카페의 사장님으로부터시집을 선물받았습니다. 라는 제목에 마음이덜컹했습니다.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니 어떤 구절들이 돌부리 되어저를 주저앉혔습니다. 어려운 시어도 없고 세련된기교도 없는 단어들, 어머니의 사랑을 받은 자녀가부끄러워하며 꺼내놓은 진심이었습니다.  은평구에서 금은방을 한다는 시인, 빛나는 것들사이에 앉아 오히려 마음과 표현을 벼렸을 시인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졸저 에도 썼지만, 우리는 모두 시인입니다.사는 데 바빠 자신이 시인임을 잊은 사람들이 많지만, 조성찬 님은 자신이 시인임을 잊지 않았습니다.사람들이 모두 조성찬 님처럼 시를 쓰며 살면 세상은지금보다 훨씬 조용하고 살기 좋은 곳이 될 겁니다. 그의 시 '어머니의 전화' 속 '어머니 49재 지낸 게엊그제였는데/뻔히 알면..

동행 2025.03.09

노년일기 249: 고맙다, 청춘! (2025년 3월 6일)

볼 것 많은 계절, 봄! 초중고교가 개학하고 대학이 개강하니 동네가 계절입니다. 거리마다 어린이 젊은이가 가득하고 식당과 카페엔 앉을 자리가 없습니다.  마른 나무마다 눈물처럼 작은 봉오리들이 아름답지만,그들에게 눈도 주지 않고 지나가는 젊은이들이못지않게 아름답습니다. 학교 많은 곳에 살길잘했습니다. 이곳으로 이사를 결정했던 20년 전저를 칭찬합니다. 대학 주변은 아시아 거리입니다. 한국 젊은이처럼생겼는데 입을 열면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일본...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온 학생들입니다. 삼삼오오 모여 즐겁게 담소하는 한국과 이국의학생들을 보면 국적이 무슨 소용인가 하는 생각이듭니다. 어쩌면 국적은 총 들고 싸우는 전쟁이나총 없이 싸우는 외교에나 필요할지 모릅니다. 아니 어쩌면 지금 저들이 국적..

동행 2025.03.06

전시회, 전시회 (2025년 3월 1일)

오랜만에 인사동에 나갔습니다. 인사동은계속 달라지고 있습니다. 당연한 일이지요,옛날은 가고 오늘은 오니까요. 길은 복잡하고 상가는 현란했지만전시장 안은 대개 조용했습니다. 첫 번째 전시장에 들어갈 때는 잠깐망설였습니다. 언뜻 보기에 만화캐릭터 상품이 모인 팬시용품 가게같았습니다. 그러나... 들어가보고는 놀랐습니다. 젊은 작가 다수가 함께하는 전시이고 그중 여러 작가는 그림을 그릴 뿐만 아니라다른 작업도 하는 것 같았는데, 대부분색을 쓰는 법을 아주 잘 알고 있었습니다. 오래전 문화부 기자로서 미술을 담당할 때만났던 젊은 작가들과는 매우 달랐습니다.당시 젊은 작가가 전시회, 특히 개인전을하려면 돈 많은 부모가 있어야 했습니다. 부모 덕에 일찍부터 그림을 배운 사람들이 그림이 뭔지도 모르고 색을 쓰는 방법..

동행 2025.03.01

노년일기 248: 후배들에게 (2025년 2월 27일)

TV 화면에 피켓 든 대학생들의 격앙된 모습이보입니다. 연둣빛 번지는 모교 교정에서 후배들이두 갈래로 나뉘어 싸웁니다. 마이크를 통해 쏟아져나오는 목소리가 대포알 같습니다. 아름다운 젊은얼굴을 추하게 만든 나이 든 사람들이 밉습니다. 누군가를 해치고 싶은 마음이 범죄라면 저는 범죄인입니다. 개가 가장 심하게 모욕을 느낄 때는 뺨을 맞을 때라고 하던데, 투명망토가 있다면 그것을 입고 저 개만도 못한 늙은 거짓말쟁이들의 뺨을 때리고 싶습니다. 얘들아, 너희끼리 싸울 것 없어. 너희들이 각기 편드는 그 사람들, 너희만큼 순수하지 않고 너희만큼 정의롭지않아, 너희처럼 가난하지도 않고. 쓸데없는 데 에너지낭비하지 말고 교정이나 산책해, 가지마다 굳은 갈색 밀어올리는 연두를 봐. 아니면 교정의 건물들을 보거나. 그..

동행 2025.02.27

경찰관의 방문 (2025년 2월 24일)

일층에서 누군가 우리 집 호수를 눌렀습니다. 집안 벽에 붙은 화면을 보니유니폼인 듯한 옷을 입은 두 사람이 보입니다.기기가 오래 되어서인지 모습만 보일 뿐그들이 하는 말은 들리지 않습니다. 우리 층에 고장난 곳이 있어서 고치러 온사람들인가 생각하며 일층 출입문을열어줍니다. 조금 있으니 누군가 우리 집 문을 똑똑 두드립니다. '누구세요?' 물어도 대답하지 않습니다.    문을 여니 여자 하나 남자 하나 정복 경찰 둘이서 있습니다. "무슨 일이세요?" 하니 당황한 듯"아, 연락 안하셨어요?" 합니다. "아니오, 안했는데요?" 하자, 우리 집 호수를 확인합니다.호수는 맞지만 경찰에 연락한 적이 없다고 하자아, 그럼, 뭐가 잘못됐나 어쩌고 하더니 그냥갑니다. 참 황당합니다.  한 시간쯤 되었을까요? 또 누군가 ..

동행 2025.02.24

김창옥 선생 (2025년 2월 19일)

신열로 인해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없을 땐TV를 켜놓고 멍하니 앉아 있게 됩니다.그런데 갈수록 TV가 도움이 되지 않고열을 돋웁니다.  음식 먹기 또는 만들기, 천박한 말장난, 왜곡된 한국어, 오래전 방영했던 드라마리플레이 등 등 때문입니다. 절여진 배추처럼 힘없는 손의 리모컨이 계속 채널을 바꾸는 이유입니다.   그러다 김창옥 선생이 상담하는 프로그램을만나면 참 반갑습니다. 프로그램의 제목도모르고 어느 방송인지도 모르지만, 그가관객과 소통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감탄하게됩니다.  그는 청각장애인인 아버지와 일자무식인어머니의 아들로 태어나 공고를 다녔고해병대에서 군 생활을 한 후 대학에서 성악을전공했으며, 한때는 배우로 활동했다고 합니다.  제가 김창옥 선생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가상담 받는 분들의 문제에 ..

동행 2025.02.19

타이레놀 친구 (2025년 2월 16일)

아주 잠깐이라도 삶에 취해 죽음을 잊을라치면오래된 친구가 찾아옵니다. 친구는 제 눈과 뺨을 벌겋게 물들이며 주위의 소음을 지웁니다. 몸은 있던 곳에 있는데, 그 장소와 함께 있던 사람 모두멀어지는 느낌이 들고, 발이 바닥에서 떨어져 둥둥 떠있는 것  같습니다. 혈압이나 혈당이 갑자기 상승한 걸까요? 언젠가처럼앨러지 공격을 받은 걸까요? 뜨거운 머릿속에서일어나는 물음표들을 못 본 척 하던 일을 하니우리 집 의사가 타이레놀을 먹으라 합니다.  제 몸은 제 정신보다 훨씬 정직합니다. 조금 힘에부치면 바로 고열로써 제게 경고하는데, 한번은그 경고를 무시했다가 병원행을 한 적이 있습니다.경고가 오면 타이레놀을 먹고 죽은 듯이 쉬어야 합니다.쉬고 나서 다시 삶이라는 기차에 올라타는 거지요. 타이레놀 덕에 다시 일어..

동행 2025.02.16

그대를 부르고 나면 언제나 목이 마르고 (2025년 2월 13일)

오래된 친구를 오랜만에 만나고 나면 긴 여행을 한 것 같습니다.날짜는 기억나지 않아도 그와 처음 만났던 날이 떠오릅니다.우리가 겪은 일들, 함께 흘린 눈물... 무엇보다 그와 나 모두 고아가 되었고 젊음에서 해방되었습니다. 이름에 '별'이 들어간 그 친구와 저를 이어준 건 제 첫 번째 책입니다. 마침 제 블로그 방문자 중에 이 책에 대한 글을 보신 분이 계시어저도 15년 만에 다시 보았습니다. 책을 냈을 땐 부끄러워 병이 났지만, 친구를 만나게 해 준 고마운 책입니다. 흔들림 없는 우정에 감사하며, 2010년 1월 4일 이 블로그에 쓴 글을 아래에 옮겨둡니다. 문성님, 고맙습니다! ---------------------------------------------------------------------..

동행 2025.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