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771

'윙크'의사 서연주 (2024년 11월 12일)

매일 오는 신문이지만 신문에서 머리를 탁 치거나여운을 남기는 글을 만나는 일은 드뭅니다.어제 신문에서 그런 글을 보았기에 아래에옮겨둡니다. '윙크'의사 서연주 님, 고맙습니다!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241110/130399209/2삶의 변화를 받아들이기 (내가 만난 명문장)서연주 성빈센트병원 응급 내과 전담의·‘씨 유 어게인’ 저자 “세상은 계속해서 움직이고 변화합니다. 변화의 방향은 우리가 원하는 것과 대체로 무관합니다. 그러나 세상이 생각대로 바뀌어야만 내가 나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세상에 마음처럼 되는 것이 이토록 없나 싶을 때가 있다. 건강도, 일도, 관계도, 모든 것..

동행 2024.11.12

노년일기 235: 나쁜 친구 (2024년 11월 10일)

'친구'의 사전적 의미는 '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입니다.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이라고 해서 다 훌륭한 사람은아니니 친구 중엔 좋은 친구도 있고 나쁜 친구도 있습니다. 좋다, 나쁘다를 판단하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릅니다.하자는 대로 하는 친구를 좋은 친구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듣기 싫은 말을 해도 좋은 친구 대접을 받는 사람도 있습니다. 제 친구 중엔 다 좋은 사람만 있습니다. 제 눈에 좋지않다고 생각하는 사람과는 '가깝게 오래' 사귀지않으니까요. 그런데 엊그제 친구 모임에 갔다가 고민에 빠지고말았습니다. 제가 정기적으로 나가는 모임은그 모임 하나 뿐인데 그 모임의 친구 하나가 저를 고민에 빠뜨린 겁니다. 그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경력과 재산을 가진 사람이고,인류를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으로 가르면 분명좋은 ..

동행 2024.11.10

나는 솔로: 편집의 어려움 (2024년 11월 8일)

원고 청탁을 받아 짧은 글을 써 보냈습니다.그쪽에서 편집해 보내온 글을 보니 첫 문단이 조금달라져 있었습니다. 편집은 글을 더 낫게 하기 위한과정인데, 그 목적에 합당한 편집이 아니라는 생각이들었습니다. 편집자가 자기 글에 손대면 심하게 화내는 필자도 있다지만, 저는 그런 적이 없습니다. 편집자들이 제 글을 손대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그럴 수도 있고, 제가 편집자의 권리를 존중하기 때문일 수도있겠지요. 신문과 통신에서 15년을 일했고 쓰거나 번역한 책이  20여 권이니, 저는 편집자의 권리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  편집자와 연락해 편집된 글에 대해 얘기하니 매체의특성에 맞게 고친 것이라고 했습니다. 저로 선 그 매체의특성과 그 글의 변화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이해하기쉽지 않았지만, 매체의 ..

동행 2024.11.08

마트가 망하는 이유 (2024년 11월 6일)

지금 사는 동네로 이사온 지 20년이 조금못 되었습니다. 학교가 많아 젊은이들을 자주볼 수 있다는 점 외에도 마트와 식당, 카페,편의점 등 가게가 많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한때는 마트가 지금보다 더 많았습니다.제법 큰 것만 꼽아도 농협하나로마트, 홈마트, 롯데수퍼 등이 있었는데, 몇 년 전 이마트에브리데이가생기면서 제일 먼저 농협마트가 사라졌습니다. 그 마트가 사라진 건 조금도 놀랍지 않았습니다.농협이라 농부들과 직거래할 테니 신선식품이싸겠구나 생각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공산품도 아니고 채소와 과일이 다른 마트보다 비싼 건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그곳 직원들에게선 일터에 있는 일꾼의긴장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열심히 일하는다른 농협마트의 직원들에겐 미안하지만, 그들을 보며농..

동행 2024.11.06

노년일기 234: 전화 (2024년 11월 3일)

머리 아픈 회의 끝 참석자들과 헤어지는데전화벨이 울립니다. 서둘러 인사하고 바지주머니의 전화기를 꺼냅니다.  번호를 보니 3월에 마지막으로 통화했던 친구입니다. 제 어머니 돌아가신 걸 뒤늦게 알았다며 미안해하던 친구의 목소리가 떠오릅니다. 제 몸과 마음이 좀 편해진 후에만나자고 하고는 7개월이나 소식을 전하지못했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여보세요" "여보세요" 연거푸불렀지만 달그락달그락 그릇 소리만 났습니다.친구가 저와 통화하려고 번호를 누른 게아니고 동작 중에 제 번호가 눌리었나 봅니다. 전화를 걸까 하다가 그만두었습니다. 아직은오랜만에 만난 자리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을 자신이 없습니다.  설 연휴 끝나고 돌아가신 어머니가 떠오릅니다.어머니도 가끔 그러셨습니다. 전화벨이 울리고낯익은 번호가 보이면 반가워..

동행 2024.11.03

시월의 마지막 날, 그리고 에곤 실레 (2024년 10월 31일)

인간은 약한 존재일까요, 강한 존재일까요?지구의 기후를 바꾸는 존재이니, 인간 스스로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 같으면 노랗고 붉은 단풍이 거리를 뒤덮을 때이지만, 올가을 가로수들은 푸르지도 붉지도않은 어정쩡한 모습입니다. 저 나무들이 저렇게된 건 바로 인간 때문입니다. 새삼 인간이 놀랍고,자연이 인간에게 복수하는 방식이 무섭습니다. 아름다운 단풍의 부재처럼,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 즉 지구적 전염병도 자연의 복수를 보여줍니다.1918년에서 1920년까지 전 세계를 휩쓴 스페인 독감도그중 하나이겠지요.  겨우 28세에 시월의 마지막 날 스페인 독감으로 사망한오스트리아의 화가 에곤 실레 (Egon Schiele: 1890-1918)는 지구를 괴롭힌 인류의 한 구성원으로서복수 당한 ..

동행 2024.10.31

아기에겐 죄가 없다 (2024년 10월 28일)

커피를 좋아하지만 카페에 갈 때는 생각해야 합니다.커피값을 지불하고 휴식을 누릴 만큼 열심히 살았는가,열심히 일했는가.. 커피값이 비싼 카페에 갈 때는 싼 집에 갈 때보다 더 생각해야 합니다. 생각을 끝낸 후 카페에가서 맛있는 커피를 마실 때는 더 없이 행복합니다. 그런데 오늘은 기분을 망치고 말았습니다. 부자에겐큰돈이 아니지만 제게는 큰돈을 내고 커피를 마시며책을 보는데, 아기띠를 멘 세 명의 엄마가 끊임없이 카페 안을 돌아다니며 아기를 얼렀기  때문입니다.  스타벅스처럼 큰 카페면 아기띠에 안은 아기를 어르는  엄마가 다섯쯤 돌아다녀도 괜찮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제가 간 북카페는 테이블이 몇 개 안 되는 조그만 카페였습니다. 그 카페의 주인은 누구보다 아기와 어린이를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오늘은 완전..

동행 2024.10.28

오세훈 시장, 남대문시장 (2024년 10월 22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왜 보이는 것에 집착할까요?왜 오래된 것은 없애거나 바꿔야 한다고 생각할까요?그에게 어떤 내면의 허기가 있는 걸까요? 서울시가 남대문시장을 확 바꿀 거라니 기쁨보다불안이 엄습합니다. 그는 2007년 유서 깊은 동대문운동장을없애고 DDP (서울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를 세우는 계획을세웠습니다.  DDP는 2014년에 완공됐지만, 이라크 출신의 영국 건축가 자하 하디드 (Zaha Hadid)의  작품으로 유명할 뿐 동대문시장과 주변 상가들에게 새 숨을 불어넣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오 시장은 '디자인'을 추구하지만, 도시는 디자인만으로완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오랜 시간 동안 무수한 발자국이 찍힌 골목들, 풍상을 겪어 첨단빌딩들과 대조를 이루는 건물들, 그 모든 것을 지켜보며 묵묵히 나이 든..

동행 2024.10.22

<리처드 3세>: 친구 (2024년 10월 20일)

셰익스피어의 를 다 읽었습니다.'다 읽었다'는 건 말 그대로 처음부터 끝까지한 번 읽어 보았다는 뜻일 뿐, 내용과 문장의 맛을음미하려면 다섯 번은 읽어야 할 겁니다. '한 번 읽고 말 책이면 아예 읽지 말라'는 말이 있는데, 요즘은 지면이 많은 만큼 '작가'도 많아 '한 번' 아니 '반 번' 읽는 것으로 충분한 책들이 양산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셰익스피어의 작품들, 를 비롯한 괴테의 작품들은 읽고 또 읽어도 새로운 깨달음과 재미를 줍니다. 는 왕위를 차지하기 위해 왕이 될수 있는 동생, 조카 등 주변 모든 혈족을 살해하는 주인공과 그의 교활한 언변 때문에 화가 나서 읽기를 멈춘 적이 여러 번이었습니다.   오늘 한국엔 왕이 없지만 권모술수와 잔인함으로 무장하고 권력의 최정상을 차지하려는 사람들은있습..

동행 2024.10.20

노년일기 233: 옹졸 백발 (2024년 10월 18일)

제가 얼마나 옹졸한 사람인지 어제, 그 가게에갈 때까지는 몰랐습니다. 그 집 물건을 사서 주변 사람들에게 보내곤 했고 어제도 주소 두 개를 적어 들고 갔습니다. 주인이 종이쪽지에 손으로 적은 주소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습니다. "문자로 보내시지 적어 오셨네"하더니, 소리 내어 읽으며 주소를 확인했습니다.그 사람의 태도가 거슬렸지만 잠자코 대금을 지불하고 돌아왔습니다.  집에 돌아온 후 문자 한 통을 받았습니다.전화번호를 보니 조금 전에 본 가게 주인인데,문자에는 오직 '다음에는 글씨 좀  크게 부탁드립니다!' 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표현은 '부탁드립니다!'였지만, 그 사람의 찌푸린얼굴이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제 글씨가 심하게 작지도 않았을 뿐더러, 아까 제 앞에서 한 차례불평했던 사람이 문자까지 보내다..

동행 2024.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