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사전적 의미는 '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입니다.
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이라고 해서 다 훌륭한 사람은
아니니 친구 중엔 좋은 친구도 있고 나쁜 친구도 있습니다.
좋다, 나쁘다를 판단하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하자는 대로 하는 친구를 좋은 친구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듣기 싫은 말을 해도 좋은 친구 대접을 받는 사람도 있습니다.
제 친구 중엔 다 좋은 사람만 있습니다. 제 눈에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과는 '가깝게 오래' 사귀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엊그제 친구 모임에 갔다가 고민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제가 정기적으로 나가는 모임은
그 모임 하나 뿐인데 그 모임의 친구 하나가 저를
고민에 빠뜨린 겁니다.
그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경력과 재산을 가진 사람이고,
인류를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으로 가르면 분명
좋은 사람에 들어갈 사람입니다. 그런데 왜 저는
그 사람 때문에 그 모임에 나가기 싫어지는 걸까요?
그건 무엇보다 그로 인해서 제 안의 나쁜 점이 밖으로
나오기 때문입니다. 엊그제 모임에서도 그에게
'공부 좀' 하라고 말하고 말았습니다.
머리가 하얀 지금도 무지와 무식과 싸우는 제가
박사인 그에게 공부를 하라니요? 제가 왜 그런
건방진 말을 했는지 돌아보니 그의 말을 듣다가
화가 났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무리 화가 나도
하지 말아야 할 말은 하지 말아야 하는데...
그는 늘 돈과 아파트, 건물 등에 관해 얘기하는데,
자신이 그런 말을 하는 게 다른 친구들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상처를 주어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글이든 말이든 행동이든 가급적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저는 그런 말을 들으면
불쾌해집니다. 그날은 불쾌가 화로 심화되어 하면
안 될 말을 한 것이지요.
인간에겐 축생보다 못한 점, 악마 같은 점, 천사 같은 점,
예수님 같은 점, 부처님 같은 점이 두루 있으며, 그중
좋은 점을 끌어내 주면 좋은 친구이고 나쁜 점을
나오게 하면 나쁜 친구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렇게 보면 그는 나쁜 친구인데, 저는 그에게 어떤
친구일까요? 혹시 그가 다른 자리에선 돈 자랑을
하지 않는데 돈에 무심한 제가 있는 자리에서만
돈 자랑을 하는 건 아닐까요? 그러면 저도 그의
나쁜 친구이겠지요?
이래저래 생각 많은 주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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