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 바다는 여린 햇살을 사랑했습니다.
가을 초입 어느 날 바닷바람과 햇살은
향긋한 흙 이불 아래 몸을 섞었습니다.
봄 중간 어느 날 마늘 아기들이 태어났습니다.
흙집 주인 정 여사는 매끈 뽀얀 얼굴들을
서울 친구에게 보냈습니다.
사랑에서 태어난 아기들이 아는 건 사랑뿐
붉게 물든 김치소, 초콜릿 색 장아찌,
포도씨유 반짝이는 볶음이 되었습니다.
겨울 초입 거리를 덮은 낙엽을 보며
불면에 빠진 서울 친구에게 바닷바람과
햇살의 사랑이 떠올랐습니다.
김치와 장아찌와 마늘 볶음을 잔뜩 먹고
친구는 오랜만에 깊은 잠에 빠졌습니다.
뿡 뽀옹 풉 뽕 풉 먼 곳에서 연주하는
관악기 소리가 들렸습니다.
목관도 금관도 아닌, 사랑만 연주하는
토관악기였습니다.
'동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테파의 영웅들 (2024년 11월 28일) (2) | 2024.11.28 |
---|---|
노년일기 238: 눈과 바람의 날개 (2024년 11월 26일) (4) | 2024.11.26 |
노년일기 237: 평생 통틀어 지금이 제일! (2024년 11월 21일) (1) | 2024.11.21 |
노년일기 236: 집에서 살다 죽으려면 (2024년 11월 18일) (6) | 2024.11.18 |
'윙크'의사 서연주 (2024년 11월 12일) (3) | 2024.1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