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노년일기 238: 눈과 바람의 날개 (2024년 11월 26일)

divicom 2024. 11. 26. 10:38

여름이 떠나지 않는다고 단풍이 들지 않는다고

끌탕했는데, 11월 말에 찾아온 추위가 산을

물들이고 도시의 보도를 낙엽으로 덮었습니다.

 

오늘 새벽엔 비 내려 대지를 식히더니 거센 바람이

짧았던 가을의 흔적을 지웁니다. 자연의 순환

앞에서 인간이 일으킨 기후 변화는 맹수 앞의

토끼 꼴입니다.

 

소설가 공지영 씨는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는

단편에서 '죽어도 죽지 않는' 할머니를 묘사했지만,

소설 밖 할머니들은 결국 다 죽습니다. 올여름처럼

오래 지지부진 지속되는 생生이 있을 뿐이지요.

 

요양원 등 장기요양시설에 머무는 노인의 87퍼센트가

마약성  진통제를 복용하고 있다는 기사를 보니 

떠나야 할 때 떠나지 못해 살아서 잊힌 노인들이

떠오릅니다.

 

지금 창밖에서 우는 북풍아, 내일 새벽 내릴 눈아,

살아서 죽은 노인들에게도 그대들 것 같은 날개를

달아다오!  이제 그만 고통의 의복을 벗고 저승으로

날아가게 해다오! 자연의 순환이 인간의 산업보다

우위임을 보여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