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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솔로: 편집의 어려움 (2024년 11월 8일)

divicom 2024. 11. 8. 10:23

원고 청탁을 받아 짧은 글을 써 보냈습니다.

그쪽에서 편집해 보내온 글을 보니 첫 문단이 조금

달라져 있었습니다. 편집은 글을 더 낫게 하기 위한

과정인데, 그 목적에 합당한 편집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편집자가 자기 글에 손대면 심하게 화내는 필자도

있다지만, 저는 그런 적이 없습니다. 편집자들이

제 글을 손대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그럴 수도

있고, 제가 편집자의 권리를 존중하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요. 신문과 통신에서 15년을 일했고 쓰거나

번역한 책이  20여 권이니, 저는 편집자의 권리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 

 

편집자와 연락해 편집된 글에 대해 얘기하니 매체의

특성에 맞게 고친 것이라고 했습니다. 저로 선 그 매체의

특성과 그 글의 변화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이해하기

쉽지 않았지만, 매체의 특성에 대해선 몸담고 있는 사람이

저보다 잘 알 겁니다. 짧은 논의 끝에 편집된 글의 일부를

들어내는 것으로 결론 짓고 나니 최근에 방영된  '나는 솔로'가

떠올랐습니다.

 

'나는 솔로'는 남녀 각 예닐곱 명으로 한 기를 이루어

진행하는 일종의 짝짓기 프로그램으로, 한 기 에피소드가

대개 6, 7 회 방영됩니다. 그런데 가장 최근 기수의

에피소드 첫회가 방영되자마자 큰 물의가 일었습니다.

첫회를 본 시청자들이 출연진 중 한 사람의 범죄 사실을

폭로한 것입니다.

 

그 사건을 접하자 제일 먼저 그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피디와 작가들이 떠올랐습니다. 이미 만들어 둔 6, 7회

방영분을 편집해 문제의 출연자를 빼고 빠른 시일 안에

다시 새로운 방영분을 만들어 내야 할 테니까요.

 

그 어려움 때문인지 지난 수요일에 방영된 2회분은

원래 '나는 솔로'보다 15분가량 짧았습니다. 문제의

출연자는 자신이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다고 했다는데,

편집진의 노고를 모르니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거곘지요.

 

글의 창작과 방송의 제작 모두 어렵지만 그 내용이

독자와 시청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되게 하는

과정으로써 편집은 매우 중요합니다. 제대로 하지 않으면,

편집된 완성본이 열심히 성실하게 산 사람의 일생을 

왜곡하는 부고 꼴이 될 수 있으니까요.

 

'나는 솔로' 제작진 여러분,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