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32

노년일기 176: 죽어라 살다가 (2023년 7월 15일)

전문적인 사기꾼이 아닌 한 사람의 말은 그 사람의 상황을 반영합니다. 그러니 나이 들어가는 친구들이 모인 어제 점심 자리의 주제가 죽음이 될 수밖에 없었겠지요. 유월에 어머니를 잃은 친구, 며칠 전 아주버님과 사별한 친구, 남편이 아주 떠난 후 모임에 나오지 못하고 있는 두 선배들... 죽음은 이 오랜 친구 모임의 보이지 않는 구성원이 되었습니다. 가장 돈이 많은 친구는 언제나처럼 걱정이 많았습니다. 자신이 죽으면 들어가 누울 공원묘지의 묫자리를 사려는데 몇 인 분짜리를 사야 할지 고민이라고 했습니다. 친구들이 갖가지 답을 내놓았는데, 한마디로 정리하면 그건 남는 사람들이 알아서 할 일이지 당신이 고민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그 친구는 그동안 자식들이 편히 살게 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

동행 2023.07.15

노년일기 135: 제일 좋은 친구 (2022년 10월 4일)

'좋은 친구'는 누구일까요? 내게 좋은 것을 주는 친구? 얘기 상대가 되어주는 사람? 돈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를 때 돈을 빌려주는 사람? 그러면 '제일 좋은 친구'는 누구일까요? 제 생각에 그는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존재입니다. 사는 게 너무 힘들어 죽고 싶을 때 다시 신발 끈을 고쳐 매게 하는. '당신의 제일 좋은 친구가 누구냐'고 물으면 사람들은 대개 이름이나 호칭을 댑니다. 아버지, 어머니, 영희, 철수 등 등. 하지만 제게 제일 좋은 친구는 늘 죽음이었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죽고 싶을 땐 언제나 죽음을 생각했습니다. '언제든 죽을 수 있으니 지금 죽지는 말자, 이보다 더 힘들 때 죽자' 하고 생각한 적이 많았습니다. 죽음을 시도했다가 운명 덕에 살아남은 후에도 죽음은 변함없이 힘든 상황을 견디게 ..

동행 2022.10.04

경험, 반항. 죽음 (2021년 10월 4일)

작은 노트에서 9월 23일에 적은 일부를 만났는데 이 책의 원제가 무엇인지, 누가 번역했는지는 써놓지 않았으니 답답합니다. 원제가 무엇이든 번역자가 누구이든 원저자는 헨리 데이빗 소로우가 분명하고, 글이 전하려는 메시지 또한 분명하니 아래에 옮겨둡니다. 말없음표는 문장이 생략되었음을 뜻합니다. 먼저 인용 구절을 쓰고 괄호 안에 제 생각을 적습니다. p. 201 경험을 통해 배울 만큼 나이를 많이 먹은 이가 과연 어디에 있을까? (경험을 통해 배우지 못하는 사람도 많지만 경험을 통해 배우는 사람도 많습니다. 나이들어가며 조금이나마 지혜로워진다면 경험에서 배운 것을 숙고하며 실천하는 덕이겠지요.) p. 242 한 사람의 인생을 특징 짓는 것은 천성에 대한 순종이 아니라 반항이다. 인간은 여러 가지 방향으로 ..

오늘의 문장 2021.10.04

노년일기 57: 부음, 갑작스런 (2020년 10월 25일)

오랜만에 시내에 나가 존경하는 윤석남 선생님과 차와 담소를 나누고 행복한 마음으로 돌아왔습니다. 가족들과 평소보다 늦은 저녁식사를 막 마쳤을 때 전화에서 문자 도착을 알리는 소리가 났습니다. 누굴까 기대하며 전화를 여니 부음이었습니다. 나흘 전 아파트 동대표회의에서 만나 대화와 미소를 나눴던 아파트 소장님의 부음. 순식간에 머리가 띵해지며 숨쉬기가 힘들어졌습니다. 막 70세를 넘긴 건강한 분이 이렇게 갑자기 돌아가실 수 있는가, 왜 그분께 좀 더 잘해드리지 못했던가, 의문과 탄식이 이어졌습니다. 조금 지나서야, 댁에 화재가 발생했고 소장님이 불을 끄러 들어갔다가 돌아가셨다는 얘길 들었습니다. 갑자기 죽음을 맞은 소장님과, 화재를 당하고 남편이자 아버지인 소장님까지 잃은 가족들을 어떻게 위로할 수 있을까요..

동행 2020.10.25

광화문, 장갑, 이종걸(2016년 11월 27일)

좋은 정부는 건강한 신체기관과 같습니다. 눈이 건강하면 눈의 존재를 잊고 위가 정상적으로 활동하면 위의 존재를 잊는 것처럼 좋은 정부는 존재 자체를 잊게 합니다. 그러나 이 나라의 정부와 그 정부를 이끌고 있는 박근혜 씨는 단 하루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하는 일마다 상식을 벗어나기 때문입니다. 몸의 일부분에 병이 나면 일과에 차질이 빚어집니다. 정부가 고장나면 시민이 자신의 삶에 집중할 수가 없습니다. 요즘 글다운 글을 쓰기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토요일 저녁마다 광화문에 나가 박근혜 씨의 퇴진을 외치고 오면 노년에 들어선 몸이 탈진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시간이 길어집니다. 어제는 청와대가 멀지 않은 창성동 길에서 젊은 인파에 몸을 맡겼습니다. 박근혜 씨가 어서 청와대를 떠나주길 바랄 뿐입니다. 그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