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876

서대문구의회 때문에 (2025년 11월 13일)

종로구에 근 20년을 살다가 서대문구로 이사온 지 근 20년,서대문구에 살아서 참 좋다고 생각했는데 날이 갈수록회의가 생깁니다. 서대문구 살림을 맡아 하는 구의회와 구청이 어떤 원칙으로 움직이는지, 원칙이란 게 있긴 있는지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구청이 하는 일 중에는 통행이 많아 꼭 정비해야 할 보도 대신 행인이 뜸해 공사하기 편한 보도를 정비하는 것처럼사소한 일도 있고, '우리 시대 최고의 철학자'라는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의 강의를 일년에 몇 번씩 개최하는 일도 있습니다. 올해 2월에 '명사 특강'을 했던 김 교수님을 9월~12월에매월 한 번씩 네 번이나 초청해 '인문학 특강'을 연다는데,이성헌 구청장이 연세대 출신이라 김 교수님을 특별히 모신다는 말이 들립니다. 김형석 교수님은 1920년 생입니다..

동행 2025.11.13

'운'을 바꾸려면 (2025년 11월 12일)

초겨울 거리를 걷다 보면 나무는 말라가고 사람은 살찌는구나 하는생각이 듭니다. 옷이 두꺼워져서일까요? 오가는 사람들 중에 살찐사람이 많습니다. 오래전 미국에 출장 갔을 때의 일이 떠오릅니다. 미국엔 신문 기자로일하던 1986년에 한 번, 미국대사관 전문위원이던 2002년에 한 번, 두 번 갔는데 두 번 다 체격이 사회경제적 계층을 드러낸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소위 행세께나 하는 사람들 중엔 뚱뚱한 사람이 드물고, 건물의 문지기나 수퍼의 계산원들은 대개 뚱뚱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아직 체격이 사회적 계층을 드러내진 않지만,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질병관리청이 ' 2024 지역사회건강조사’ 자료를 기반으로 분석한 한국 성인의 비만율을 보면, 남성 비만율이 41.4퍼센트로 여성(23%)의..

동행 2025.11.12

노년일기 269: 습관으로부터의 자유 (2025년 11월 9일)

지난달 하순에 눈병이 나서 병원에 다녀왔습니다.병원에서 하라는 대로 하니 나아져서 살 만했는데, 자꾸 불편해지고 아픈 걸 보니 완전히 나은 게 아닌가 봅니다. 넣지 않던 안약을 다시 넣으면 좀 편해지니다행이지요. 가만히 생각하니 책이나 글을 보지 않아야 나을 것같은데, 이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기침하면서담배를 피우는 사람을 보면 어리석다고 혀를 차던제가 눈이 아프면서도 책을 보니 참 한심합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습(習)'이 떠오릅니다. 몸에 밴버릇이나 과거의 생에서 쌓은 '습'은 미래를 결정하는중요한 요소이고, '업(業)'과 윤회와 연결된다고 하지요. 도대체 책은 왜 읽는가 생각하니, 재미 때문입니다.사람을 만나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틈만 나면 사람을 만나고,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휴가를..

동행 2025.11.09

ADHD와 사교육 1번지 (2025년 11월 6일)

한국인의 수는 줄고 있지만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ADHD)를 앓고 있는 한국인의 수는 가파르게 증가하고있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달 31일에 발표한 연구 결과를보면, ADHD 치료제로 쓰이는 메틸페니데이트의 작년사용량이 2007년의 4배로 증가했다고 합니다. 연령대로는 10대에 처방받는 사람이 가장 많았고, 작년의경우 7, 13, 16, 24세, 즉 초중고에 입학할 나이에 처음으로 처방받은 사람이 급증했다고 합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인구에 대비해서 이 약을 많이 처방받은 지역은 고소득자가 많고 사교육 열기가 높은 지역, 즉 서울 강남, 서초, 경기 분당, 서울 송파, 용산 순이고, 동별로는 강남구 대치동, 서초구 반포동, 송파구 잠실동, 강남구 일원동이라고 합니다. ADHD는 한마디로,..

동행 2025.11.06

큰나무가 보는 것 (2025년 11월 4일)

한국에서 가장 키가 큰 나무는 서울 홍릉숲의 노블 포플러나무라고 합니다. 수령 50세이니 저보다 한참 어린데, 키가38.97미터나 된다고 합니다. 아무리 속성수라 해도 그가 저렇게 자라는 동안 나는 무얼했다지? 왜 사람은 나무처럼 계속 자라지 못하는 거지?질문이 나무뿌리처럼 이어집니다. 이 노블 포플러가 제일 큰 나무로 인정받기 전까지는 경기도양평군 용문사 은행나무가 제일 큰 나무였다고 합니다.그는 수령 1100년이 넘은 천연기념물 30호로 노블 포플러보다 17센티미터 작다고 합니다. 문득 두 나무가 보는 것과 그들의 나이테가 궁금합니다. 자라는 속도가 다른 만큼 보는 것도 다르고 경험하는 것도 다르고 갈무리하는 것도 다르겠지요? 어쩌면 포플러가 저리도 빨리 자라는 건 숲에 있기 때문일지모릅니다. 옆..

동행 2025.11.04

11월을 좋아하는 일 (2025년 11월 1일)

언제부터일까요? 11월을 좋아하게 된 것이.11월을 좋아하는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요... 그건 어쩌면, 아무것도 영원하지 않음을 아는마음, 삶에 깃든 슬픔을 조금 알게 되어 한낮보다 석양을 좋아하는 마음, 옷을 벗어젖히게 하는 열기를 즐기기보다 옷깃을 여미게 하는 찬 바람 속을 걷는 마음일 겁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 11월의 도착을 환영하며11월에 어울리는 노래 두 곡을 소개합니다.한 곡은 미국 밴드인 건즈 앤 로지스(Guns N' Roses)의'11월의 비 (November Rain)'이고, 두 번째 곡은한국 원맨 인디밴드인 지미 스트레인의 '어른'입니다. 두 곡의 가사를 두 문단씩 옮겨두었는데 '11월의 비'는 가사가 길어 일부이고, '어른'의 가사는 전문입니다.각 가사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동행 2025.11.01

10월 29일 사이렌과 차별적 추모 (2025년 10월 30일)

어제 아침 갑자기 사이렌 소리가 들렸습니다. 사이렌은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을 기리는 현충일(6월 6일)에 울리는 건데 무슨 일이지? 하는 생각이들었습니다. 현충일엔 오전 10시에 울리는데, 어제는 10시 29분에울렸습니다. 인터넷을 검색하니, 사이렌은 어제 정부가 이태원에서 일어났던 핼러윈데이 참사 3주기를 맞아 유가족과 함께 주최한 첫 공식 추모 행사의 일부였다고 합니다. 그 소식을 접하니 지난 4월 11주기를 맞은 세월호 참사와 작년12월 29일 무안공항에서 일어난 제주항공 참사가 떠올랐습니다. 세월호와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들을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는 공식 추모 행사도 없었고 사이렌도 울리지 않았는데.. 의아했습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수가 다른 참사의 희생자 수보다 많은 걸..

동행 2025.10.30

차인현 신부의 삶과 음악 2 (2025년 10월 27일)

차인현 신부님은 1938년 평안북도 선천에서 태어나 자라다1949년 여름 어머니와 누이동생과 함께 서울로 월남하셨습니다.1952년 세례를 받고 알로이시오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1966년에 사제 서품을 받고 아현동성당 보좌신부가 되었고1971년엔 응암동성당 주임신부가 되셨습니다. 1973년엔 서울대교구의 결정으로 로마에 유학을 가셨는데,그건 차 신부님이 사제로서는 드물게 피아노 치는 모습을김수환 추기경님이 보셨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차 신부님은 훌륭한 첼리스트이기도 했습니다. 추기경님은 성(聖)음악의 중요성을 아시고 음악에 조예가 깊은젊은 사제를 교황청에 보내어 성음악을 배우게 하신 거지만,이탈리아어를 전혀 모르는 상태로 로마의 교황청립 음악대학(무지카사크라)에 입학하신 가난한 사제의 고생이 얼마나 컸던지..

동행 2025.10.27

차인현 신부의 삶과 음악 1 (2025년 10월 25일)

몇 년 만일까요, 제가 마이크를 든 것이?5년 7개월 동안 진행했던 tbs의 '즐거운 산책 김흥숙입니다'를 그만둔 게 2017년 가을이고, 그 후엔 가끔 도서관이나 주민센터의 초청으로 강의를 했지만 그마저도 코로나 후엔 그만두었습니다. 세상이 날로 소란스러워지고 천박해지는 것 같아 칩거하듯 동네에만 머물렀는데, 그날은 서울 한복판 정동에까지 나갔으니 제 일상이 제대로 깨뜨려진 날이었습니다. 정동에 나가 마이크를 든 것, 그건 모두 한 번도 만나뵌 적 없는 한 신부님과 그분을 기리는 한 권의 책 때문이었습니다. 그분은 차인현 알로이시오 신부님. 생전의 차인현 신부님. 박홍철 신부 제공 그분이 살아계실 땐 그분을 몰랐고 제가 그분 때문에 안하던 짓을 하게 될 거라는 것도 몰랐습니다. 그저 주변 사람들 입..

동행 2025.10.25

내 친구 '공안과' (2025년 10월 20일)

나빠지는 시력을 보완할 길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을한 지는 한참 되었지만 외출이 싫어 미루다가 마침내지난 금요일 공안과를 찾았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안경을 쓰다가 대학 시절 처음으로 공안과에 가서 콘택트렌즈를 맞췄습니다.콘택트렌즈는 말 그대로 렌즈를 눈의 각막에 직접부착해 사용하여 안경을 쓸 때보다 잘 보였습니다. 신문 기자가 된 후엔 공안과의 문턱이 닳을 정도로드나들었습니다. 조간 기자 노릇을 하며 잠은 적게자고 글은 많이 읽어서인지 시력이 나쁜 데다 약시였던눈이 빨간 토끼 눈이 되기 일쑤였습니다. 그때는 의료보험증이라는 걸 들고 병원에 갔고 병원방문 후엔 그 보험증에 병원의 이름이 찍혔는데, 제 의료보험증엔 온통 공안과뿐이었습니다. 신문사는중학동, 공안과는 서린동, 모두 종로구에 있어 가..

동행 2025.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