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참으로 묘한 것입니다. 처음 보는 순간 '이 사람이다!' 하고 빠져들게 하는 사랑이 있는가 하면 늘 만나면서도 알아차리지 못하다 그가 떠난 후에야 사랑이었음을 아는 일도 있습니다. 셸 실버스틴(1930-1999)에 대한 저의 사랑은 뒤늦은 사랑입니다. 그가 살아 있는 동안엔 존재조차 알지 못하다가 그가 떠나고 20여 년이 지난 후에야 사랑에 빠졌으니까요. 어쩌면 그는 저처럼 어리석은 사람이 많을 것을 알고 그렇게 많은 시와 그림과 책을 남긴 것인지 모릅니다. 큰사람이 작은 사람을 위로하는 방식이지요. 그를 가까운 친구에게 소개했더니 그도 셸과 사랑에 빠졌습니다. 그 친구가 사다준 셸의 책을 열 때는 기대와 슬픔이 동시에 찾아옵니다. 그의 반짝이는 위트와 그 위트가 이 세상을 완전히 떠났음을 깨닫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