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806

겨울 까치집 (2024년 12월 29일)

2008년 12월 28일에 게재된 제 글을 만났습니다. 자그만치 16년 전. 자유칼럼의 '김흥숙 동행'과 희망제작소 웹사이트의 '김흥숙의 낮은 목소리'에  실린 글입니다. 글 아래에 머리 검은 제 사진과 소개가 있습니다.저서가 2권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지금은 7권이니지난 16년 동안 저의 소출은 5권의 책과 흰머리뿐...부끄럽습니다. 한겨울에 부암동 길가 가로수에 지어진 까치집을 보고 썼던 글...그때나 지금이나 저는 더 나은 사람이되겠다고 결심하는 어린아이입니다. 김흥숙의 낮은 목소리 겨울 까치집나쁜 일 많은 한 해가 지나갑니다. 아주 떠나간 친구들, 병마에 잡혀 고생하는 친구들, 힘겨워지는 살림살이에 지쳐가는 친구들을 생각하며 거리를 떠돕니다.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는 자신에게 화가 납니다. 쌩쌩 ..

동행 2024.12.29

우는 남자들 (2024년 12월 28일)

웃을 때보다 울 때 더 아름다운 사람도 있다고 하지만그런 사람은 별로 보지 못했습니다. 웃으면 복이 온다고하는 건 웃는 모습이 우는 모습보다 보기 좋기 때문에생긴 말이겠지요.  그러다 보니 웃는 건 남들 앞에서 해도 되지만 우는 건 되도록 개인적 공간에서 하는 관습이 생겼고, 누군가의 앞에서 마음껏 울 수 있다는 건 그만큼 그 사람을 신뢰한다는의미가 되었습니다.  성인이 공공장소에서 울어도 질시를 받지 않고 공감이나 동정을 일으키는 경우는 나라나 가족을 잃었을 때, 가족 같은 존재를 잃었을 때, 다시는 가질 수 없는 스승이나 친구를 잃었을 때처럼 매우 제한된 경우일  겁니다.  그런데 요즘 '나는 솔로'에는 우는 얼굴이 꽤 흔합니다. 남자도 울고 여자도 우는데, 그들의 눈물이 얼마나 공감을일으키는지는 모..

동행 2024.12.28

크리스마스 케이크 (2024년 12월 24일)

오늘, 내일, 아니 매일, 케이크를 한 조각 더 먹을까말까,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제가 좋아하는 쉘 실버스틴 (Shel Silverstein)은 어떤 문제에 대해서든 명쾌한 답을 내놓습니다. 게다가 시(詩)의 형태로! 아래의 시는 '파이'에 대한 고민을 다루지만, 케이크에대한 고민의 해결책도 다르지 않을 겁니다.대충 번역해 옮겨둡니다. 즐겁고 맛있는 크리스마스 보내세요!즐겁고 맛있는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없는 사람들도 많지만...  Pie Problem If I eat one more piece of pie, I'll die!If I can't have one more piece of pie, I'll die!So since it's all decided I must die,I might a..

동행 2024.12.24

악귀야, 물렀거라: 동지 팥호박죽 (2024년 12월 20일)

내일은 동지, 24절기 중 22번 째 절기입니다.일 년 중 낮이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긴 날,음기가 극에 달하며 양기가 생겨나는 때라고 합니다. 우리 조상들은 동지에 양색인 붉은 색 팥으로 죽을 쑤어 먹음으로써 음귀를 쫓았다고 하지요. 올해는 팥의 작황이 매우 나빠 값이 엄청 비쌉니다.팥만으로 팥죽을 쑤어 먹는 것은 부자들에게나가능할 테고, 저는 가을 끝에 사 두었던 늙은호박을 주로 하고 팥은 다만 곁들여 죽을 쑵니다.본래는 찹쌀 경단으로 만든 새알심을 넣어야 하지만찹쌀 가루가 없으니 며칠 전 세일할 때 샀던 밤을 삶아 새알심을 삼습니다. 요즘 이 나라엔 무속 신앙이 판을 칩니다.대통령 부부 주변에도 역술인 천공과 건진법사가있고, 카페에서 옆자리에 앉은 사람들이 '용한 점쟁이'와'새해 운세' 얘기를 하는..

동행 2024.12.20

독단적일수록 나쁜 판단을 (2024년 12월 18일)

독단적인 사람은 대개 외롭고 불행합니다.그의 독단성이 주변 사람들을 밀어내어 그러겠지짐작했는데, 오늘 아침에 본 기사는 뇌 과학적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독단적인 사람은 정보를 덜 찾으며 자신이 틀린것을 알아도 자신의 관점을 바꾸지 않아결국 나쁜 판단을 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지요.나쁜 판단이 거듭되면 실수나 실패가 늘어나고주변의 사람도 줄어 자연히 외롭고 불행해지겠지요. 살아오면서 '난 원래 이런 사람이야. 그러니내게 바뀌라고 하지 마' 하는 사람을 종종보았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차마 대놓고말하진 못하고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바뀌지 않겠다면 이미 죽은 사람 아닌가'.  새로운 정보에 무심하고 새 정보를 접하고도 관점을 바꾸지 않는 독단적인 사람들만 있다면 인류는 지금과 같은 발전을 이루지 못했을 겁니..

동행 2024.12.18

노년일기 242: 그가 떠난 후에도 (2024년 12월 16일)

가끔 꿈이 깨달음을 줄 때가 있습니다.엊그제 꿈은 죽음은 나눌 수 없는 것이며죽는 사람, 오로지 그 한 사람의 것이라고얘기했습니다. 태어나서 죽음에 이를 때까지의 기간, 죽음의방식 또한 그 사람만의 것입니다. 죽음은 삶을 채운 상자의 뚜껑을 닫는 것. 삶이 그 사람만의것이듯 죽음 또한 그만의 것이겠지요. 누군가 이곳에서 떠났을 때 그와의 이별과 그와 다시 만날 수 없음을 슬퍼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그의 부재(不在)를이유로 자신의 나날을 낭비하는 것은 자신의삶에 대한 예의가 아닐 뿐만 아니라 그의 죽음의 의미에도 부합하는 게 아닐 겁니다. 2024년의 끄트머리에서 돌아보니 참 많은소중한 사람들을 잃었습니다. 어머니가 2월에떠나셨고 4월엔 사촌동생 이정자와 팀북투>의 작가 폴 오스터(Paul Aus..

동행 2024.12.16

조국, 그리고 칼레의 시민 (2024년 12월 13일)

어제 대법원이 조국혁신당 대표 조국 씨에게 징역 2년과600만원의 추징 명령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는보도를 보니 며칠 전 신문에서 본 '칼레의 시민'이 떠오릅니다.  조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 혐의(업무방해, 허위·위조 공문서작성·행사, 사문서위조·행사 등)와 딸 조민 씨 장학금 부정수수혐의 등으로 2019년 12월 재판에 넘겨져 2심까지 관련 혐의가대부분 유죄로 인정됐으며, 청와대 민정수석 재직 시 유재수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관한 특별감찰반의 감찰을 무마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도 일부 유죄가 인정됐다고 합니다. 조국 씨는 오늘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이 여의도의 한 카페에'작은 이별 선물'로 333잔의 음료값을 선결제했다며 시민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대고 먹으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는 대법원..

동행 2024.12.13

노년일기 240: 노화에 대한 보상 (2024년 12월 8일)

나이가 들어가며 실수가 잦아집니다.어딘가에 부딪혀 다치고 뭔가를 떨어뜨리고앞에 앉은 사람의 말을 놓치는가 하면 티비에서 나오는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늙어간다는 건 바보가 되어가는 건가 생각하다가 문득, 그런데 그런 실수는 젊어서도 하지 않았던가자문합니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노인' 칭호를 듣는사람들은 자신의 실수를 나이 탓으로 돌리기일쑤입니다. 힘은 빠지고 아픈 곳은 많아지고 정신은 멍해지고...이 모든 부정적 노화 증세에 대한 보상은 무엇일까요? 보상이 있긴 있을까요?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 1882-1941)는 에서 피터 월쉬의입을 빌어 보상이 있다고 말합니다. 그 보상은 바로자신의 경험을 다른 각도에서 비춰 봄으로써 '존재자체만으로  충분'하여, '타인이 필요치..

동행 2024.12.08

나르시시스트 리더의 자아 과잉 (2024년 12월 5일)

지난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걸4일 아침에야 알았습니다. 제가 뉴스를 보지 않는 동안 비상계엄이 내려지고 해제되었습니다. 저로선 참 운이 좋았던 것이지요. 계엄이 선포된 것을 알았으면잠도 못 자고 나라 걱정을 했을 테니까요. 어제 아침 이 소식을 접하자 제일 먼저 대통령 주변에사람이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삼국지에서 보듯 공명이 있거나 방통이 있거나 주유가 있거나, 리더의 장점과 단점을 아는 책사가 옆에 있어야 할 텐데, 윤 대통령에겐 그런 사람이 없는 것 같습니다. 마침 어제 열렸던 동아비즈니스포럼에서 맨프레드 케츠드 브리스 ( Manfred Kets De Vries) 교수가 이번 계엄 사태에딱 어울리는 얘기를 했기에 첫 부분만 아래에 옮겨둡니다. 아래를 클릭하면 기사 전문..

동행 2024.12.05

스님과 사제를 수입한다고? (2024년 12월 3일)

며칠 전 신문에서 사제와 스님 등 구도자들이부족하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구도 희망자의 부족으로신학대학 입학생이 줄어 문 닫는 신학교가 생겼고,현재의 추세가 계속되면 빈 절과 빈 성당이 생겨날 테니 외국 사제와 스님들의 수입을 늘릴 거라고 합니다. 절과 성당과 교회가 있는 이유는 신도가 있기 때문이니그런 종교기관들이 문을 닫는 이유는 신도가 줄기때문이겠지요. 그러면 사제와 스님을 '수입'하기 전에왜 신도가 줄고 있는지 먼저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가장 큰 이유는 존재론적 고민을 하는 사람이 줄어서일 겁니다. 20세기 말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생각했습니다.산다는 건 무엇인가, 잘 사는 건 어떻게 사는 것인가, 죽음은 무엇이며 죽은 후엔 어떻게 되는가... 젊은이들은 특히 그런 질문과 씨름하며 밤을 새우..

동행 2024.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