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874

상자에 담기는 것 (2025년 9월 2일)

8월 생으로 알려져 8월에 생일 선물을 받았는데,동생이 알려주었습니다. 올해는 음력 6월이 윤달이라제 생일이 9월 초라는 걸. 달력을 들여다보니 정말그렇습니다. 생일이 언제인지 신경 쓰지 않다가 선물을 받으며생일인가 보다 했는데... 오지도 않은 생일을 미리 축하받았으니 선물 준 친구들에게 미안합니다. 생일을 생각하니 새삼 어머니와 아버지가 그립습니다.제 회갑을 축하해 주시며 '몸이 하도 약해 잘 자랄까걱정했는데 이렇게 잘 살아 주어 고맙다'하시던 아버지.저보다 3일 빠른 동생의 생일과 저의 생일을 묶어좋은 식당에 가서 맛있는 밥을 사 주시던 어머니...아버지 돌아가신 지 올해로 십 년, 어머니 돌아가신 지 일년 반이 되었습니다. 책꽂이 위 칸 네모난 액자 속에서 저를 내려다 보시는부모님... 지금 ..

동행 2025.09.02

남성 난임이 느는 이유 (2025년 8월 30일)

'뉴스'는 '새 소식'이라 놀라워야 하지만, 요즘은놀랍지 않은 뉴스가 많습니다. 남성 난임이 늘고 있다는 사실도 뉴스가 되기엔 늦은 감이 있습니다. 젊은이들이 많은 동네에 살며 느낀 점은 남성은 갈수록 여성적이 되고 여성 중엔 남성적인 사람이 많아진다는 것입니다. 한국인의 비만지수가 '정상'에서 '과체중'으로 바뀐 것과 상관이 있을 겁니다. 과체중인 여성에게서는 남성 호르몬 생성이 증가하며, 과체중인 남성에게서는 여성 호르몬 수치가 높아진다고 하니까요. 의학적 이유로 인한 것이 아니라면 과체중은 섭취하는칼로리에 비해 소모되는 칼로리가 적을 때 일어나는현상입니다. 제가 어렸을 때는 나이에 상관없이 뚱뚱한사람이 적었는데, 그땐 먹을 게 지금처럼 풍족하지 않은 데다 활동량은 지금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특히..

동행 2025.08.30

대통령의 통역관 (2025년 8월 28일)

한국인이 영어로 밥벌이를 하는 데는 몇 가지방법이 있습니다. 그중 가장 흔한 것은 학교나 학원에서 영어 선생을 하는 것, 외교관이 되거나 기업체에서 외국과 관계되는 부서에 근무하는 것, 외국 언론사나 한국의 영자 신문에서 일하는 것,통역이나 번역에 종사하는 것입니다. 영자 신문에서 12년, 통신사 국제국에서 3년, 주한 미국대사관에서 4년 3개월 일하고 10여 권의 책을 우리말에서 영어로, 혹은 영어에서우리말로 번역하고, 영어와 우리말로 쓴 시집을출간한 저 같은 사람이야말로 영어로 먹고 사는 한국인의 전형일 겁니다. 중등학교 영어 교사 자격증을 가진 제가 교사 되기를포기한 건 대학 4학년 때 했던 교생 실습 때문이었습니다. 학생들은 반짝반짝 귀여웠고 영어 수업은 재미있었습니다. 학생들도 저를 좋아..

동행 2025.08.28

노년일기 265: 늙은 부자들의 걱정 (2025년 8월 25일)

늙어가는 부자들이 걱정한다병 들어 돈이 필요하게 될까 봐돈 쓰기가 겁난다고.돈이 없어 돈 걱정을 해 본 적이없는 나는 나에게 약간 분개한다. 저들이 대학 갈 때 대학 진학률은 7퍼센트, 대학 가는 건 특권이었는데그 특권을 누린 사람들이 자신과자식들을 모두 부자로 만든 후에 돈이 필요하게 될 때를 걱정하는데 평생 특권을 부끄러워하며 남의 가난을 걱정하던 나는 늙도록제 가난을 모르고 살다가 저만큼늙은 부자들 사이에서 생각한다바보 겁쟁이 늙은이가 되기 전아까운 나이에 떠난 친구들의 현명을 오, 천지신명이시여,이 어리석은 자에게 돈이 필요한 때가 오지 않게 하소서!

동행 2025.08.25

글을 묻는 사람에게 2 (2025년 8월 22일)

지난번에 얘기한 대로 오늘은 어떻게 해야 오류 많은 자기 글과 사랑에 빠지는 일을피할 수 있는지 얘기하겠습니다. 얼핏 어려운 일처럼 보이지만, 사실은간단합니다. 그저 자기가 쓴 글을 남의 글읽듯 읽어 보면 되니까요. 글을 쓴 다음 읽어 보는 것은 외출복을 입고 나가기 전에 거울을 보는 것보다 당연한 일이지만, 자기가 쓴 글을 읽어 보지 않는 사람이 꽤 많은 것 같습니다. 자신이 쓴 글을 읽어본다면 적어도 맞춤법이 틀린 글을 세상에 내놓지는 않을 테니까요. 아침 신문을 보다가도 오류를 발견하곤하는데, 기사를 쓴 기자나 그 기사를 검수한사람이 제대로 보았다면 잘못된 철자나 표현이 그대로 신문에 인쇄돼 나오진 않을 겁니다. 자기가 쓴 글을 남의 글 읽듯, 무조건 자기아이 편을 드는 무지한 엄마처럼 자기 글..

동행 2025.08.22

글을 묻는 사람에게 1 (2025년 8월 19일)

책 읽고 글 쓰는 것을 업 삼아 살다 보니가끔 '어떻게 해야 글을 잘 쓰나요?' 하는 질문을받습니다. 이 질문은 '어떻게 해야 잘 사나요?'와 비슷한질문입니다. 질문 받은 사람이 잘 살아서 그런질문을 받기보다는, 질문하는 사람이 보기에 잘 사는 것처럼 보여서 그런 질문을 받으니까요. 그러니 제가 '어떻게 해야 글을 잘 쓰나요?'라는 질문을 받는 것과 제 글쓰기 능력과는 상관이없습니다. 제가 여기 기술하는 것도 누구를 가르치기 위한 지침이 아니고 저 자신을 탁마하는 데 쓰는 경책입니다. 첫째는 자기 글과 사랑에 빠지지 말라는 것입니다.글을 다루어 먹고 사는 사람답게 저는 꽤 다양한글을 읽고 손보곤 합니다. 논문으로 자신을증명해야 하는 박사 교수부터 글 쓰는 일과 멀어보이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까지, 제..

동행 2025.08.19

당신 방으로 가는 문 (2025년 8월 16일)

입추 이틀 전날 밤 잠자리에 눕자 가을벌레 소리가들렸습니다. 37, 8도 더위를 어찌 살아남아 노래를부르는가, 가을벌레가 울면 뒷산의 매미들은 어찌 되나...상념 끝에 자연의 순환을 생각하니 젖던 눈이말랐습니다. 자연은 사람보다 혹은 사람만큼 예의 바르니 계절이바뀌기 전엔 늘 대청소를 합니다. 13일부터 비가내리기 시작했습니다. 과유불급 (過猶不及), 정도를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지만 비도 사람을 닮았습니다.비는 여름 찌꺼기만 씻어내지 않고 피해도 남겼습니다. 오래전 수재민이 되어 소중한 것들을 무수히 잃었던저는 이번엔 운 좋게 수재를 피하고 수해로 희망을 잃은 분들을 어찌 위로하나... 마음만 아픕니다. 8월은 이글이글한 태양과 호우의 계절. 그러나 태양의 열기가 아무리 뜨겁고 비가 남긴 상처가 아무..

동행 2025.08.16

'기테이 손'과 '쇼루 난' (2025년 8월 14일)

일본과 일본인에 대한 한국인의 태도는 참 복잡미묘합니다.세계인들 중에서 일본을 가장 많이 방문하는 한국인들은 외교 문제에 있어서는 가장 소리 높여 일본을 비난합니다. 작년 일년 동안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은 881만7,800명으로 그 전해에 비해 26.7퍼센트 증가했는데, 그 수는 역대 최고였던 2018년의 753만8,952명보다도 약 17퍼센트 많았다고 합니다.(여행신문 https://www.traveltimes.co.kr) 한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일본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는 매우인기가 높습니다. 그런가 하면 일본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기 위해 일본제 볼펜을 밟아 못 쓰게 만든 한국 젊은이들도 있습니다. 유니클로를 입는 젊은이들만 일본에 가고 일제 볼펜을 밟아망가뜨리는 젊은이들은 일본에 가지 않을까요? ..

동행 2025.08.14

노년일기 264: 지상에서 영원으로 (2025년 8월 12일)

20세기 영화사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영화 중에1953년에 발표된 '지상에서 영원으로 (From Here to Eternity)'라는 제목의 영화가 있습니다. 이 표현은 영국이 자랑하는 러디어드 키플링 (Rudyard Kipling: 1865-1936)의 시 'Gentlemen-Rankers (특권층 출신 병정들)에서 처음 쓰였고, 제가 좋아하는 제임스 존스 (James Jones: 1921-1977)의 소설 제목이 되었다가 그 소설로 만든 영화의 제목이 되었습니다. '지상에서 영원으로' 하면 얼핏 낭만적으로 들리지만, 사실 이 표현은 지상에서 살지 못해 죽음으로 가는 사람들을 뜻합니다. 지금 이 시각에도 세계 곳곳 전쟁터에서 죽는 사람들, 매일 10.5명씩 자살하는 한국 노인들... 모두 지상에서..

동행 2025.08.12

KBS 수신료를 낼 수 없는 이유 (2025년 8월 9일)

지난 목요일 밤 12시가 조금 지난 시각 한국방송 (KBS)에서 방영하는 허원숙 피아노 리사이틀을 보았습니다. K팝과 트로트 일색인 티브이에서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연주를 보고 들으니 행복했습니다. 어쩌면 저처럼 머리 흰 피아니스트의 연주라서 더 마음에 와닿았던 건지도 모릅니다. 시사매거진에 따르면, 허원숙 피아니스트는 2019년부터 작년까지 5년 동안 하이든의 피아노 소나타 56곡 전곡을 녹음하고 다섯 차례의 연주회를 통해 직접 청중에게 들려주었는데, 지난 6월 26일부터는 '잘츠부르크와 뮌헨 소나타'라는 제목으로 '모차르트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18곡과 변주곡15곡 전곡을 연주할 거라고 합니다. 목요일 밤에 KBS 1TV 'KBS 중계석'에서..

동행 2025.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