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 10

이름 바꾸기 (2026년 6월 29일)

월드컵 축구 국가대표팀의 졸전으로 홍명보 감독과 축구협회가국민적 비난의 타겟이 되자 6월 3일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문제점이 잠시 잊힌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문제점을 철저히 밝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조직을 개편하고, 내부 '카르텔'로 인한 자녀 및 친인척 특혜 채용 비리 수사와 임용 취소를 해내지 않으면 국민적 분노가 가라앉지 않을 겁니다. 선관위 개편 얘기가 나오자 마자 명칭부터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들립니다. 그러나 선관위는 말 그대로 선거를 관리하는 조직이고,앞으로도 그 역할엔 변함이 없을 테니 이름을 바꿀 필요는 없습니다.정부 기관의 이름을 바꾸는 일은 개인의 이름을 바꾸는 것과 달리 매우 큰 비용이 소요되니 괜히 이름을 바꿔 세금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는 거지요. 게다가 개인이든 기관이든..

동행 2026.06.29

대관절 '국포자'는 (2026년 6월 26일)

어제 월드컵에 나간 국가대표 축구팀이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유례없는 졸전을 벌여 국민을 화나게 했지만, 지금 이 나라가 안고 있는 문제들에 비해 그 졸전은 오히려 사소한 것입니다. 국무총리가 태극기 배지를 거꾸로 달고 외국을 방문하고,철자법에 맞지 않는 국어 문자가 방송 제목과 자막에 흔히등장하고, '국민의 방송' 아나운서들조차 모국어 발음을 틀리게 하고, 고등학교 학생들이 '국어'를 포기하는 나라...이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니까요. 총리는 어차피 그만두고 집권당 대표가 되려 한다니 국기를 거꾸로 달고 다닌 사실도 곧 잊히겠지만, 국어가 엉망이 되는 건 나라의 존망과 관계되는 일이니 걱정됩니다. 엊그제 여러 언론기관들은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2025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 의거해, 고등..

동행 2026.06.26

사람보다 반려동물 (2026년 6월 23일)

반려동물을 양육하는 국민의 수가 1546만 명, 총 인구의 30퍼센트나된다고 합니다. '반려'는 본디 '짝이 되는 동무'를 뜻하는데, 반려동물을키우는 가장 큰 이유도 '동무' 찾기인 듯합니다. 국가통계포털(KOSIS)의관련 통계에서도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유 1순위는 '반갑게 대해주어외롭지 않음'입니다. 반려동물의 증가 뒤에는 동물을 가족의 일원으로 여기는 풍조, 즉 '펫의인간화(pet humanization)'가 있습니다. 1인 가구의 증가, 저출산과 고령화 등으로 인한 가구의 구성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겠지요. 동물을 키움으로써 외로움을 줄이고 삶의 활력을 얻는 것을 비난할 수는없지만, 동물 사랑이 인간 밀어내기 혹은 인간 증오로 이어지는 경우를 볼 때면 안타깝습니다. 물론 이런 경우는 반려동물을 키우..

동행 2026.06.23

하지, 일 년 중 제일 긴 낮 (2026년 6월 21일)

사진 정남수​ 오늘은 일 년 24절기 중 열 번째 절기인 하지(夏至)입니다.일 년 중 해가 가장 높이 떠서 북반구의 낮이 가장 긴 날입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보니, 동지에 가장 길었던 밤이 조금씩 짧아져 오늘 가장 짧고, 낮은 14시간 35분으로 일 년 중 가장 길다고 합니다. 누군가에겐 긴 낮이 축복으로 느껴지겠지만 누군가에겐 긴 낮이 저주처럼 느껴질 겁니다. 같은 조건이나 존재가 다른 사람들에게 일으키는 감정은 참으로 다르고, 그것이 인생을 재미있게 합니다. 자신에겐 반갑지 않은 긴 낮이 누군가에겐 반가우리라 생각하며 스스로를 위로해도 좋겠지요. 옛날엔 하지가 지날 때까지 비가 오지 않으면 기우제를 지냈다는데, 기우제 없이 어제 내린 비... 참 반가웠습니다. 오랜만에 내린 비로 깨끗해..

동행 2026.06.21

고백 (2026년 6월 18일)

한국의 조혼인율(인구 천 명당 혼인 건수)은 1992년 9.6건이었으나작년엔 4.7건이었다고 합니다. 결혼하는 사람이 적어서일까요? 텔레비전에서 보여 주는 짝짓기 프로그램이 늘고 있습니다. 결혼한 커플중에 이혼하는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이혼 관련 프로그램도많아졌습니다. 작년 이혼율은 1.7건 (인구 천 명당 이혼 건수)이나 되었다는데, 그나마 그 전 해에 비해 0.1건 줄어든 거라고 합니다. 이혼을 많이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건 아마도 자신과 상대에 대해 잘 모르고 사랑하고 결혼하기 때문일 겁니다. 이혼을 피하려면미국의 시인이자 만화가인 셸 실버스틴 (Shel Silverstein: 1930-1999)처럼 확실하게 자신의 한계를 밝히는 게 중요할지 모릅니다. 사랑에 빠져 상대에게 '별도 달도 따..

동행 2026.06.18

참 교육 (2026년 6월 15일)

한국은 국민 대부분에게 살기 힘든 나라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중 압도적으로 높은 한국인의 자살률이 그것을 말해 줍니다. 성인들의 자살률도 높지만 10대들의 자살은 2011년 이후 줄곧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작년 10대 자살자는 역대 최다인 396명이나 되었습니다. 정신 건강 문제로 병원을 찾은 청소년도 급증해 작년엔 43만 천 명이었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우리 청소년들을 죽음과 파멸로 몰고 있을까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싶어 넷플릭스 시리즈 '참 교육'을 보았습니다. 웹툰을 각색해 만든 이 드라마가 글로벌 OTT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1위를 기록했다니, 청소년들과 그들을 가르치는 교육의 문제는 전 세계의 고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드라마를 보며 제가 아이..

동행 2026.06.15

노년일기 285: 그때 그 사람들 (2026년 6월 12일)

어젠 서울을 가로지르는 여행을 했습니다. 3호선과 2호선, 수인-분당선을 갈아타고 서부에서 중부를 거쳐 남동부에 있는서울숲에 갔습니다. 잘 하지 않는 긴 여행에 나선 건 숲 때문이었습니다. 숲을 매우 좋아하는 저는 우리말과 영어로 쓴 숲에 관한 시들로 이라는 제목의 시집을 낸 적도 있습니다. 숲이라는 이름 때문에 가보고 싶어했던 서울숲에 옛 직장 동료들이 간다는 말을 듣고 함께 간 것입니다. 일행은 저를 포함해 여덟 명. 일곱 명은 한 달에 한 번씩 만나 어딘가를 함께 가는데, 그 모임의 이름을 지은 저는 발족 초기에만 참여하고 거의 나가지 않았습니다. 서울숲역 4번 출구 앞에서 일행을 만나기로 했습니다. 높은 건물들이 많아서인지 바람이 거세다 할 정도로 불었습니다. 일행은 전에도 그곳에서 만난 적이..

동행 2026.06.12

꽃들의 학교 (2026년 6월 9일)

늘 다니던 길인데 전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입니다.꽃들입니다. 제 손바닥만한 얼굴도 있고 손톱보다 작은얼굴도 있는데, 하나같이 어여쁩니다. 언제 이렇게 피어나사람이 잘못 그린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걸까요? 인도의 시성 라빈드라나트 타고르(1861-1941)도 비슷한물음을 물었던 것 같습니다. 이 시는 그의 동시집 에실려 있는데, 벵갈어로 쓴 후 스스로 영어로 번역했다고 합니다. 13세에 어머니를 여읜 타고르는 평생 어머니를 그리며 어머니로상징되는 여성적 보살핌을 염원했다고 합니다. 아래에 그가 영역한 시 일부를 우리말로 번역해 영역본 전체와 함께 적어둡니다. 꽃들의 학교 하늘의 먹구름이 우르릉거리며 유월의 소나기가 내리면축축한 동풍이 황야로 진군하며 대나무들 사이에서 백파이프를 불어요, 그러면무리진..

오늘의 문장 2026.06.09

야간 비행 (2026년 6월 5일)

앙트완 드 생 텍쥐페리의 과 를 읽어 보면그는 31세에 이미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았고, 43세에는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완전히 이해했던 것 같습니다. 그는44세였던 1944년 7월 31일 정찰 비행에 나섰다가 실종되었습니다. 며칠 동안 가지고 다니던 을 어제 다 읽고 나니 한국의공직자들이 이 책을 읽었다면 이 사회가 이렇게 흘러가지 않을 텐데하는 생각이 듭니다. 월급을 모아 성형수술하는 군인들 때문에 하지 않는동료들의 부담이 가중되는 일이나, 대통령이 투표 용지를 남에게 보여 주고 투표소에 투표 용지가 부족해 투표를 못하는 일 같은 전대미문의 사태도 없었을 겁니다. 그들이 우편 항공망 전체의 책임자인 리비에르의 말과 생각을 읽었다면. 이원희 씨의 번역으로 소담출판사가 펴낸 은 으로유명한..

오늘의 문장 2026.06.05

투표라는 게임 (2026년 6월 2일)

오늘처럼 투표하는 날이면, 헨리 데이빗 소로우(Henry David Thoreau: 1817-1862)의 말이 떠오릅니다. 한국에서도 인기 있는 책 의 작가인 소로우는 1849년에 발표한 에세이 )에서 '모든 투표는 보드게임이나 주사위 놀음 같은 게임의 일종'이라며, 투표보다 중요한 건'양심'이라고 했습니다. 투표는 몇 년에 한 번씩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피력하는 것이지만, 양심은 삶을 구성하는 정치, 도덕 등 모든 요소에 대한 자신의 의지를매일 드러내는 것이니 그랬을 겁니다. 소로우가 살던 시대 미국엔 노예제가 있었고, 멕시코와 영토 전쟁을벌였습니다. 두 가지 모두 강력히 반대했던 소로우는 투표하지않았습니다. 지금 한국에는 양심보다 투표에 '진심'인 사람이 많은 것 같고,투표는 내 편과 내 편 아닌..

동행 2026.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