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사람보다 반려동물 (2026년 6월 23일)

divicom 2026. 6. 23. 07:18

반려동물을 양육하는 국민의 수가 1546만 명, 총 인구의 30퍼센트나

된다고 합니다. '반려'는 본디 '짝이 되는 동무'를 뜻하는데,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장 큰 이유도 '동무' 찾기인 듯합니다. 국가통계포털(KOSIS)의

관련 통계에서도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유 1순위는 '반갑게 대해주어

외롭지 않음'입니다.

 

반려동물의 증가 뒤에는 동물을 가족의 일원으로 여기는 풍조, 즉 '펫의

인간화(pet humanization)'가 있습니다. 1인 가구의 증가, 저출산과 

고령화 등으로 인한 가구의 구성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겠지요. 

 

동물을 키움으로써 외로움을 줄이고 삶의 활력을 얻는 것을 비난할 수는

없지만, 동물 사랑이 인간 밀어내기 혹은 인간 증오로 이어지는 경우를

볼 때면 안타깝습니다. 물론 이런 경우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보다

자신이 키우지 않는 길고양이에게 집착하는 캣맘들 사이에서 흔합니다.

프랑스 화학자 앙투안 라부아지에(Antoine Lavoisier)의 질량 보존의 

법칙을 원용하여, 동물을 지나치게 사랑하는 사람은 인간 사랑에

인색하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부모나 가족에겐 마음도 돈도 쓰지 않으면서 반려동물에겐 무엇을 써도

아깝지 않다고 하는 사람이 늘고 있고, 가족의 장례는 간소화하면서

반려동물 장례는 고급스럽게 하고 싶어 하는 사람도 날로 증가한다고

합니다. 자연을 구성하는 동물 중 다른 종을 자기 종보다 사랑하는 건

인간뿐이니, 이런 현상도 인류세가 수반하는 이상 증세일까요?

 

아래에 동아일보 이진영 논설위원의 관련 칼럼을 옮겨둡니다. 

맨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원문을 볼 수 있습니다. 

 

[횡설수설/이진영]반려동물 화장시설

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은 키우는 사람에겐 가족과 다름없다. 같이 산책하고

맛집 가고, 혼자 두고 외출할 땐 냉난방 장치 가동을 예약해 둔다. 사료비와 간식비에

건강보조식품까지 월 양육비로 19만4000원을 쓰고, 정기 검진과 각종 치료비로

연간 51만 원을 지출한다(2025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 반려동물을 ‘아들’ ‘딸’이라

부르거나, 손주들에게 ‘이모’나 ‘삼촌’으로 부르라 하는 집도 있다.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반려동물의 장례 의식도 날로 정교해지는 추세다.

▷반려동물의 사체를 처리하는 방법은 세 가지다. 종량제 봉투에 담아 생활폐기물로

버리거나, 동물병원에 맡겨 의료폐기물로 처리하거나, 화장시설에서 화장하는 방법이다.

매장은 환경오염과 감염병 위험이 있어 불법이다. 생전에 물고 빨던 반려동물을 ‘폐기물’로

처리하기는 어려운 법. 대개는 화장을 택한다. 두 집 걸러 한 집꼴로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반려동물을 화장할 수 있는 장묘시설도 86곳으로 늘었다. 인체 장묘시설 62곳보다 많다.

▷사람의 장례는 3일장에서 무빈소 장례, 가족장 등으로 간소화하고 있지만 반려동물

장례는 고급화 추세다. 반려동물 장례식장에서 수의를 골라 안치, 염습 및 입관, 발인 순의

의례를 거친 뒤 개별 추모실에서 작별 인사를 나눈다. 이후 화장시설로 이동해 화장한 뒤

수습한 유골을 함에 담아 집에 보관하거나, 봉안당에 안치하거나, 수목장을 한다. 유골을

가공해 ‘메모리얼 스톤’으로 간직하는 집도 있다. 반려동물 장례비는 18만∼299만 원으로

사람과 별 차이가 없다.

▷사람 화장시설처럼 동물 화장시설도 부족하다. 화장시설의 약 절반은 수도권에 몰려

있어 비수도권에서는 ‘원정 장례’를 가기도 한다. 화장시설은 대표적인 혐오 시설이니

신설도 여의치가 않다. 특히 반려동물 화장시설의 경우 “개 화장장까지 감수해야 하느냐”는

반감이 더해져 자치단체는 허가를 잘 내주지 않는다. 경남 산청군과 제주시처럼 반려동물

화장장 허가를 거부했다가 소송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대안으로 이동식 동물 화장시설

서비스가 올 연말 합법화된다.

▷‘개가 가진 유일한 단점은 인간보다 수명이 짧다는 것’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반려인들은

반려동물과의 이별을 힘들어한다. 반려동물을 앞서 보낸 반려가구의 16%는 상실감과

우울감이 1년 이상 지속되는 ‘펫로스 증후군’을 겪는다. 인간관계는 다양한 감정이 끼어들고

멀어졌다 가까워졌다 하지만, 반려동물은 조건 없는 사랑만 주고 일상의 대부분을 공유하는

사이여서 빈자리가 크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반려인들은 이별의 의례가 안정적으로 보장될 때

일상 회복도 빨라질 것이라고 말한다. “동물 가지고 왜 그리 유난이냐”는 이들도 있지만

반려인이 1500만 명이 넘는 세상이다.

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260621/13415346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