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 8

어린 왕자 1 (2026년 5월 17일)

앙트완 드 생텍쥐페리( Antoine Marie-Roger de Saint-Exupéry:1900-1944)의 를 읽다 보면 슬픔과 웃음이 동시에일어나기도 하고 이어달리기를 하기도 합니다. 어른은 어리고 어린 아이들은 작은 어른이 되어버린 오늘의 한국.별을 여행하던 가 이곳에 왔다면, 다른 별에서처럼"어른들은 이상해, 정말 이상해"라고 하는 대신 "사람들은 이상해,정말 이상해"라며 얼른 떠나갈 겁니다. 제겐 1943년에 나온 영문판 가 있지만 하드커버를 싸고 있는 겉표지가 자꾸 갈라지고 부서지는 바람에 갖고 다니면서읽을 수가 없는데, 그 말을 들은 친구가 2000년 판 페이퍼백을 사 주었습니다. 친구 덕에 카페에 앉아 를만날 수 있으니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습니다. 어제 만난 문장 몇 개를 대충 번역해..

오늘의 문장 12:07:08

스타벅스에서 생긴 일 (2026년 5월 14일)

노화에 가속이 붙어 빌빌대는 엄마를 본 아이가엄마를 끌고 평소엔 비싸서 안 가고 못 가는 스타벅스에 갑니다. 집에서 가까운 ㅁ대학교 앞 스타벅스엔 사람이 아주 많습니다. 빈 자리는 출입문 들어서자마자 오른쪽 구석에 있는세 테이블뿐입니다. 아이가 커피를 사러 간 사이 제 오른쪽 2인석 자리에 여학생 두 명이 와 앉는데, 그중 한 사람의 목소리가 어찌나 큰지 귀가 얼얼합니다. 아이가 커피를 가지고 오면 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다행히 옆자리 여학생 중 한 사람이 자리를 뜨고 목소리큰 여학생만 남습니다. 목소리가 아무리 커도 혼자 떠들순 없는지 조용합니다. 여학생은 모니터 두 개를 꺼내 놓고 뭔가를 입력하기 시작합니다. 자기 방에서 하듯 편안해 보입니다. 아이가 커피 두 잔과 파이 한 봉지를 사들고 옵니다...

동행 2026.05.14

자기를 지우는 사람 (2026년 5월 12일)

나이 들어가며 자기를 지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나이 들수록 주변을 잊고 자기만 남기는 사람이 있습니다. 인생은 아이러니로 지은 집이니, 자신을 지우는 사람에겐방문객이 많지만 자기만 남기는 사람이 함께할 이는자신뿐입니다. 인도의 시인 라빈드라나트 타고르 (Rabindranath Tagore: 1861-1941)가 '시성詩聖'으로 불리는 이유는 그가오래 전에 그것을 알고 설파했기 때문이겠지요. 아래에타고르의 시집 의 34번 째시를 대충 번역해 둡니다. 저라는 것의 아주 조금만 남게 하시어당신이 제 전부이게 하소서. 제 의지의 아주 조금만 남게 하시어모든 면에서 당신을 느끼며모든 것에서 당신께 이르고, 매 순간 당신께 제 사랑을 드리게 하소서. 저라는 것의 아주 조금만 남게 하시어당신을 숨기지 못하게 하..

오늘의 문장 2026.05.12

가시버시, 우야돈동 (2026년 5월 9일)

5월 상순은 제게 만남의 날들입니다. 젊은 친구들,함께 익어가는 친구들, 직접 보기도 하고 목소리로만나기도 하면서 '5월은 푸르구나, 우리들 세상'을노래합니다. 어린이들이 보기엔 늙은 사람이지만우주의 눈으로 보면 저도 어린이입니다. '상순'은 1일부터 10일까지를 일컫는데, MZ세대친구 중엔 모르는 사람이 많을 겁니다. 제 또래들은'상순'은 알아도 MZ들이 쓰는 말은 모르는 일이 많습니다. 모르는 마음을 알려고 하는 게 사랑이듯,모르는 말을 알려고 하는 것도 사랑일 겁니다.사랑하는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넷에서 오랜만에 임의진 목사님의 글을 만났습니다.사랑을 나르는 암호 같은 말들, 알고 싶을 분들을 위해옮겨둡니다. 지난 4월 29일 경향신문의 '임의진의시골편지'에 실린 글입니다. 맨 아래 링..

오늘의 문장 2026.05.09

땅과 태양과 동물을 사랑하라 (2026년 5월 7일)

어젠 오랜만에 만난 젊은 친구들과 맛있는 밥을 먹고 커피를마시고 햇살 아래를 걸으며 5월 바람을 맞았습니다. 산책길주변 아카시아는 진한 향기로 5월을 노래하고 참새는 푸른나뭇잎 속에서, 통통한 비둘기는 땅에서 행복했습니다. 모두가 행복하니 저도 행복했습니다. 월트 휘트먼(Walt Whitman:1819-1892)이 1855년에 출판한시집 의 서문에서, 왜 '땅과 태양과동물들을 사랑하라'고 했는지 이해하는 시간, 그 시간을 제게선물해준 혜선 씨와 혜은 씨에게 감사하며, 의 서문에서 이 문장이 나오는 부분을 아래에 옮기고 그중 앞부분만 번역해둡니다. "땅과 태양과 동물들을 사랑하라, 부를 경멸하라, 구걸하는사람에게 자선을 베풀라, 어리석은 사람들과 미친 사람들을옹호하라, 너의 소득과 노동을 남을 위해 쓰..

동행 2026.05.07

어린이가 어린이날에 가장 하고 싶은 일 (2026년 5월 5일)

오래 전 제가 어린이였던 시절, 제겐 하고 싶은 일이나 갖고 싶은 게없었습니다. 맏딸 노릇을 하느라 겉으로는 말 잘하고 명랑한 아이처럼굴었지만, 제가 가장 행복한 시간은 혼자 이웃집 마루에 앉아 석양을 바라보거나 아버지의 책상에 앉아 책 읽는 시간이었습니다. 누군가 그때의 제게 어린이날에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어냐고 물었으면 저는 '없다'고 했을 거고, 어린이날에 일어나면 좋을 일을 한 가지 말하라고 하면 할머니와 엄마가 싸우지 않는 거라고 말했을 겁니다. 고부 갈등 심한 집에서 자란 사람은 어린 저의 소망을 금세 이해하시겠지요. 아이가 어린이날에 어떤 선물을 원하는지 보면 그 아이가 어떤 아이인지,어떤 환경에서 자라고 있는지, 아이의 나날에 결여된 것은 무엇인지 알 수 있습니다. 저희 집엔 어린..

동행 2026.05.05

국가의 문인 선발 (2026년 5월 3일)

5월에 들어선 지 3일째이지만 4월 끄트머리에서 본 글 하나가잊히지 않습니다. '국가가 문인 선발하는 나라'라는 제목으로동아일보 조종엽 문화부 차장이 쓴 글이었습니다. 어느 나라이야기일까, 참 한심한 나라로구나 생각했습니다. 글을 읽으며 세 번 놀랐습니다. 처음엔 한국 얘기여서 놀랐고, 다음엔 이 시대착오적 발상이 4월 14일 국무회의에서 나왔다는 사실에 놀랐고, 세 번째로는 왜 신춘문예 같은 문인 등용문을 민간에 맡겨 놓느냐, 왜 국가가 권위 있는 방식으로 선정하지 않느냐는 대통령 말씀에 놀랐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대통령이 만기친람하는 분이어서 좋기도 하고나쁘기도 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고, 여러 가지에 대해 말씀하시는데 왜 음주운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얘기는 안 하실까 궁금하..

동행 2026.05.03

달걀로 바위 치기(2026년 5월 1일)

스마트폰에 중독되어 스스로 바보가 된 인간은 이제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가장 근본적 특질이라 할 수 있는 생각하는 힘까지 인공지능(AI)에게 내어주고 있습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문명의 전환이 인류의 퇴보로 귀결될 거라는 게 거의 확실히 예견되는 시점에, 제 오랜 친구인 1인 인디밴드 지미 스트레인이 또 한 번의 '달걀로 바위 치기'를 시작했습니다. 지난 4월 20일 지미의 최근 음반 '출항'을 이 블로그에 소개하기도 했지만, 지미는 음악가일 뿐만 아니라 작가이며 세상의 악화를 막아 보려 애쓰는 휴머니스트입니다. 지미가 이번에 던지는 '달걀'은 라는 제목의 '진'입니다.'진'은 잡지를 뜻하는 영어 단어 'magazine'에서 유래한 단어로만드는 이가 세운 목표를 구현하기 위한 노력을 담은 소책자입니..

동행 2026.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