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축구 국가대표팀의 졸전으로 홍명보 감독과 축구협회가
국민적 비난의 타겟이 되자 6월 3일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문제점이
잠시 잊힌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문제점을 철저히 밝혀 중앙선거
관리위원회(선관위) 조직을 개편하고, 내부 '카르텔'로 인한 자녀 및
친인척 특혜 채용 비리 수사와 임용 취소를 해내지 않으면 국민적
분노가 가라앉지 않을 겁니다.
선관위 개편 얘기가 나오자 마자 명칭부터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그러나 선관위는 말 그대로 선거를 관리하는 조직이고,
앞으로도 그 역할엔 변함이 없을 테니 이름을 바꿀 필요는 없습니다.
정부 기관의 이름을 바꾸는 일은 개인의 이름을 바꾸는 것과 달리
매우 큰 비용이 소요되니 괜히 이름을 바꿔 세금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는 거지요. 게다가 개인이든 기관이든 체질과 습관을 바꾸지 않고
이름만 바꾼다고 해서, 즉 홍명보 감독의 이름이 홍보명 감독이 된다고
해서 그의 능력이 달라지진 않을 겁니다.
내일모레 7월 1일엔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가 통합된 ‘전남광주통합
특별시’가 새로이 출범한다고 합니다. 본래는 수도인 서울에만
특별시라는 단어가 붙었고, 2006년 7월 1일 육지와 떨어진 제주도의
특별한 조건을 고려해 제주도가 제주특별자치도로 개편됐습니다.
그러다 2023년 강원특별자치도가 출범했고 이듬해에는 전북특별
자치도가 생겼습니다. 또한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충남대전통합특별시,
대구경북특별시 등도 추진되고 있으니, 머지않아 한국의 모든 시와
도에 '특별'이라는 표현이 들어갈지 모릅니다.
그러나 이런 풍조는 실소를 자아냅니다. 이 나라는 '특별'한 사람,
즉 다수와 다른 생각과 행동을 하는 사람을 인정하는 데 인색하고
냉정한 사회이니까요. 비슷한 사람들끼리 뭉쳐 힘을 행사하는
'끼리끼리' 풍조가 만연하다 보니 선관위를 비롯한 무수한 기관을
움직이는 게 '카르텔'이라는 말이 나온 겁니다. 지난 25일 한국
축구팀이 수치스러운 경기 끝에 남아프리카공화국 팀에게 패한 데에도
카르텔로 움직이는 축구협회의 책임이 크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요즘 성난 국민들이 홍명보 감독과 대한축구협회를 비난하자 거기에
목소리를 얹는 정치인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들은 축구협회보다
더 근본적으로 개혁하고 카르텔을 없애야 할 곳은 바로 정치판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선관위, 축구협회, 정당들, 정부 부처와 책임자들, 날로 늘어나는
특별시와 특별자치도가 부디 이름값 하는 것을 보고 싶습니다.
있는 이름으로 해야 할 일을 잘해내어 이름 바꿀 일이 없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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