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대관절 '국포자'는 (2026년 6월 26일)

divicom 2026. 6. 26. 07:55

어제 월드컵에 나간 국가대표 축구팀이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유례없는 졸전을 벌여 국민을 화나게 했지만, 지금 이 나라가

안고 있는 문제들에 비해 그 졸전은 오히려 사소한 것입니다.

 

국무총리가 태극기 배지를 거꾸로 달고 외국을 방문하고,

철자법에 맞지 않는 국어 문자가 방송 제목과 자막에 흔히

등장하고, '국민의 방송' 아나운서들조차 모국어 발음을

틀리게 하고, 고등학교 학생들이 '국어'를 포기하는 나라...

이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니까요.

 

총리는 어차피 그만두고 집권당 대표가 되려 한다니 국기를

거꾸로 달고 다닌 사실도 곧 잊히겠지만, 국어가 엉망이

되는 건 나라의 존망과 관계되는 일이니 걱정됩니다.

 

엊그제 여러 언론기관들은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2025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 의거해, 고등학교

2학년 학생중 국어 과목에서 기초 학력에 미달한 학생의 비율이

10.4퍼센트나 된다고 보도했습니다.

 

학업성취도 평가가 표본 집단 평가로 전환된 2017년 이후 가장

높은 비율이라고 하는데, 이 비율은 2020년 이후 해마다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고 합니다. 중학교 3학년 학생의 국어 기초 학력

미달 비율은 그보다도 높은 10.8퍼센트로 2022년(11.3%)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았다고 합니다. 정부는 매년 중3과 고2 학생

3퍼센트를 대상으로 국어, 수학, 영어 과목의 학업 성취 수준을

평가하는데, 작년 평가에는 전국 539개 학교의 학생 25,992명이

참여했다고 합니다.

 

이 결과를 다룬 언론 대부분은 교육당국과 교사들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합니다. 기초 학력을 높여줄 교사 등 학습 지원

인력을 늘려야 한다고도 하고 학급당 학생 수를 줄여야 한다고도

합니다.

 

그러나 이 문제는 그런 처방으로 해결될 수 없는 매우 근본적인

문제인 만큼 대책 또한 근본부터 바꾸는 것이어야 합니다.

이 문제의 뿌리는 학교가 아닌 가정에, 교사가 아닌 부모에게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초래한 가장 보편적 이유는 부모와 자녀의

대화 부족과, 책과 신문을 읽지 않는 풍토에 있으니까요. 

 

국어 실력은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를 통해 함양되고 발전합니다.

학교에 가기 전 가정에서 부모와 대화하며 자연스럽게 듣기와

말하기를 익히고, 학교에 다니면서 책과 신문을 읽고 일기를 쓰면서

읽기와 쓰기를 배우는 것이지요. 책과 신문을 읽는 것은 문해력뿐만

아니라 인지력과 비판적 사고 능력을 키우는 데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부모들이 책과 신문을 읽지 않고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면서

자녀들 대부분도 그렇게 합니다. 부모들은 책을 읽지 않으면서

자녀들에겐 읽으라고 하지만, 아이들은 부모의 말을 실천하기보다

행동을 따라합니다. 스마트폰을 통해서 글을 읽고 뉴스를 본다고

하지만, 폰에서 보는 것은 영상이지 글이 아닙니다. 여러 선진국에서

아동은 물론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 또는 제한하는 것은

이런 상황을 예방하고 고치기 위해서입니다.

 

한국의 국어 교육은 국어를 제대로 하는 국민의 교육을 목표로 하지

않고, '수능 국어' 점수를 잘 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수능 국어'를 잘해서 소위 명문대에 입학, 졸업한 사람들조차

'마중'과 '배웅'을 거꾸로 사용하는 일이 흔합니다.

 

대학 진학률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편이지만, 교양 있는 국민의 수, 

즉 사람다운 사람의 수는 갈수록 줄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AI) 시대가

오면서 그 어느 때보다 사람다운 사람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이 나라의 현실은 시대와 거꾸로 흐릅니다.

 

이 풍조를 바꾸려면 무엇보다 부모들의 각성이 필요하지만, 정부도

사람다운 사람, AI의 노예가 되지 않고 AI를 이용할줄 아는 사람을

키우는 방식으로 교육과 사회의 제도를 바꿔야 합니다. 학생을

시험에서 떨어뜨리기 위해 고안된 '수능 국어' 시대를 끝내고, 인간이

각기 고유한 방식으로 자신과, 동료 인간들과 세상을 이해하고 관계를

맺게 하는 수단으로서 국어를 습득, 사용할 수 있게 돕는 국어 교육을

실시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교육은 가정의 정상화,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앉는 식탁의 도움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아래는 '국포자' 관련 동아일보 기사의 링크입니다. 

 

https://www.donga.com/news/Society/article/all/20260624/134169947/2 

 

“대관절은 큰 관절인가요, 대관에 있는 절인가요”… 고2 10% ‘국포자’

“대관절은 큰 관절을 말하는 거 아닌가요? 아니면 대관에 있는 절?” 경남 밀양고의 배혜림 국어 교사는 학생들에게 ‘대관절’의 뜻을 물어봤다가 이 같은 답변을 듣고 깜짝 놀랐다. ‘이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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