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784

다시 9월이 가는 소리 (2023년 9월 30일)

추석 연휴와 함께 9월이 떠나갑니다. 귀향하는 사람들, 귀경하는 사람들, 떠나는 사람들과 돌아오는 사람들, 파란 하늘의 흰구름과 회색 구름... 그 모든 만남과 헤어짐 속에서 9월이 가는 소리를 듣습니다. 부디 즐거운 만남이기를, 부디 다음이 있는 헤어짐이기를 기원하며 5년 전 이맘때 서울시 '50플러스 포털'에 연재하던 '김흥숙의 시와 함께'에 썼던 '구월이 가는 소리'를 사진은 빼고 다시 옮겨둡니다. [시와 함께 5] 구월이 가는 소리 혹독한 여름 끝 구월이 오는 소리도 못 들었는데 어느새 구월이 떠나갑니다. 여름 절반 가을 절반, 이번 구월은 여름도 아니고 가을도 아닌 ‘여을’이었다고 할까요? 언젠가 구월을 기다리며 듣던 노래를 구월 막바지에 듣습니다. 구월이 오는 소리 다시 들으면 꽃잎이 피는 소..

동행 2023.09.30

GO (2023년 9월 26일)

떠나고 싶지 않아도 떠나야 할 때가 있고 보내고 싶지 않아도 보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우리가 바꿀 수 없는 상황,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느끼는 슬픔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슬픔 속에서 하는 수 없이 발견하는 행운... 그것이 우리를 위로합니다. 지미 스트레인 (Jimmy Strain)이 어제 디지털 싱글로 발표한 포크 음악 'GO'가 우리를 위로하는 까닭입니다. 아래는 지미가 직접 쓴 한글, 영문 가사와 유튜브 링크입니다. GO You’ve gotta go when you gotta go 가야 할 때는 가야 해요 You’ve gotta leave when you gotta leave 떠나야 할 때는 떠나야 해요 You have to let them go when they gotta go 떠..

동행 2023.09.26

틱 낫 한 스님의 음식 명상-당뇨병 예방법 (2023년 9월 18일)

텔레비전에서 미국 인구의 10퍼센트가 당뇨병 환자라는 보도를 보았습니다. 보도에 등장한 의사와 의학자들에 따르면 당뇨병의 가장 큰 원인은 과식입니다. 그 보도를 접하니 룸메이트의 입원 기간에 병원에서 다시 읽었던 틱 낫 한 스님의 음식에 대한 글이 떠올랐습니다. 지난 10일에도 이 블로그에 인용했던 스님의 책 의 25쪽에 나오는 글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당뇨병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합니다. 많이 먹고 빨리 먹는 건 당뇨로 가는 지름길... 음식을 앞에 두고 스님이 행하는 다섯 가지 명상을 배워 당뇨병을 피하시길 바랍니다. The Five Contemplations This food is the gift of the whole universe, the Earth, the sky, and much ha..

동행 2023.09.18

코리아타임스에 실린 김수자 전시회 '동심원' 기사 (2023년 9월 16일)

오늘 아침 코리아타임스 (The Korea Times) 인터넷판에 실린 김수자 전시회 '동심원'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기사가 너무나 좋았기 때문입니다. 코리아타임스 문화부 권미유 기자님께 감사하며 기사를 옮겨둡니다. 기사를 복사하여 붙여넣기를 시도했으나 그림 사진은 복사가 되지 않아 안타깝습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코리아타임스 기사로 연결되어 그림과 작가의 사진을 볼 수 있습니다. https://www.koreatimes.co.kr/www/art/2023/09/690_359247.html# Entertainment & Arts Sat, September 16, 2023 Kim Soo-ja's 'Concentric Circles' offers quiet response to noisy worl..

동행 2023.09.16

김수자 전시회 '동심원' 3 (2023년 9월 13일)

김수자 씨의 전시회 '동심원 (Concentric Circles)'이 서울 종로구 윤보선길 갤러리 담에서 진행 중입니다. 어제 예고한 대로 오늘은 그 전시를 소개하는 영문 자료를 올립니다. 중간에 갑자기 글씨가 커진 건 이 블로그를 운영하는 포털사이트 '다음'의 소치입니다. Press Release on Kim Soo-ja Solo Exhibition Color Pencils Erasing Digital Stains Amid the ever-increasing influence of social network services (SNS), the world grows more shallow and noisy than any other time. The digital craze encourages peopl..

동행 2023.09.13

김수자 전시회 '동심원' 2 (2023년 9월 12일)

어제 서울 종로구 윤보선길 갤러리 담에서 일러스트레이터 김수자 씨의 전시회 '동심원'이 시작되었습니다. 아래에 전시회 소개글을 옮겨둡니다. 지면 관계상 오늘은 우리말로 쓴 글만 올리고 내일은 영어로 쓴 글을 올리겠습니다. 글을 쓴 사람이 누구냐고요? 여러분이 생각하는 바로 그 사람입니다. 색연필로 지우는 디지털시대의 얼룩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영향력이 날로 확대되며 세상은 그 어느 때보다 시끄럽고 천박하다. 사람들은 디지털 광풍을 타고 각기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오염시킨다. 가장 큰 해악을 저지르는 건 어줍잖은 지식을 떠벌려 소음을 가중시키는 사람들과 예술가연함으로써 예술의 격을 떨어뜨리는 사람들이다. 40년 경력의 일러스트레이터 김수자는 특유의 묵묵함으로 소음쟁이들과 사이비 예술가들이 남기는 시대..

동행 2023.09.12

노년일기 188: 나의 잘못! (2023년 9월 6일)

먹는 것, 그중에서도 단 것을 무엇보다 좋아하는 제 룸메이트가 단 것을 먹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흰밥, 떡, 팥빵, 과자, 유과, 곶감, 수박, 잼, 고구마, 콜라 등... 오래 좋아하던 것들과는 멀어지고 양배추, 토마토, 버섯, 우유, 오이, 당근, 미역, 두부, 톳, 콩 등과 더 돈독한 사이가 되어야 합니다. 혈당이 많이 높아져서 식이요법이 필수가 된 지금, 룸메는 어떤 마음일까요? 좋아하는 떡과 잼 바른 빵을 먹지 못하게 되어 기분이 나빠졌을까요? 아니면, 그래도 아직 먹을 수 있는 게 많으니 다행이라고 안도할까요? 그의 마음은 알 수 없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음식 만들기 좋아하는 제가 그의 혈당을 올리는 데 한몫했다는 것이지요. 그가 어린 아이였을 때, 막내아들 귀엽다며 사탕을 물려주시던 아..

동행 2023.09.06

김수자 전시회 '동심원' 1(2023년 9월 3일)

가끔 이 블로그에 일러스트레이터 김수자 씨의 그림을 올릴 때가 있습니다. 아시는 대로 김수자 씨는 제 동생 중 한 명인데, 그는 여러모로 언니인 저보다 훌륭합니다. 그가 근 3년 혈액암으로 고생할 때는 참 마음이 아팠습니다. '고통은 나누면 절반이 된다'지만 고통은 나눌 수 없는 것... 그가 필요로 할 때 옆에 있어주고 그를 위해 기도하는 것... 제가 할 수 있는 건 그뿐이었습니다. 그러던 그가 투병 전후에 그린 그림들을 모아 북촌 윤보선 가 부근 갤러리 담에서 전시회를 엽니다. 11일부터 20일까지 낮 12시부터 열린다니 시간이 허락할 때 찾아와 격려해 주시면 깊이 감사하겠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제가 특별히 감사를 표하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카페에 다달이 선결제를 해주는 수양딸 ..

동행 2023.09.03

노년일기 187: 아이러니 (2023년 8월 30일)

가끔 '저 사람은 다른 건 몰라도 음식점만은 안 했으면 좋겠어' 라고 하는 말을 듣습니다. '저 사람은 다른 일은 다 해도 좋으니 아기 돌보는 일은 안 했으면 좋겠어'라는 말을 들을 때도 있습니다. 누군가를 보고 음식점만은 안 했으면 좋겠다고 할 때는 대개 그 사람이 깔끔하지 않거나 인상이 너무도 험악하여 소화불량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을 때입니다. 누군가를 보고 아기 돌보는 일만은 안 했으면 좋겠다고 한다면, 그건 그 사람이 아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거나 맡은 일에 집중하지 않는 사람일 가능성이 큽니다. 인생은 아이러니라는 말도 있지만, 그 일만은 안 했으면 좋을 사람이 그 일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병원에 입원한 가족 덕에 매일 병실에 드나들며 다양한 환자들과 의료종사자들을 접하다 보니 ..

동행 2023.08.30

노년일기 186: 당신을 생각합니다 (2023년 8월 28일)

칠십여 년 생애 처음으로 병원에서 밤을 보내게 된 당신을 생각합니다. 수전 손택은 '질병은 은유가 아니'라고 했지만, 당신을 입원시킨 질병은 무수한 해석을 품은 은유이겠지요. 당신은 평생 생각해 보지 않았던 당신의 몸에 대해 생각할 겁니다. 당신은 잊고 살다시피한 당신의 나이에 대해서도 생각할 겁니다. 그 생각이 당신의 이성을 고양시키길, 우울이나 비관을 부추기진 않기를 바랍니다. '제트'라는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빨랐던 당신이니, 당신의 몸은 제 몸의 서너 배쯤 일해야 했을 겁니다. 부디 당신 몸의 노고를 위로해주길 바랍니다. 병원에 있는 동안 당신은 다양한 '처음'을 경험하겠지만, 어떤 '처음'에도 겁먹지 마시길 바랍니다. 예전에 겪었던 모든 처음들처럼 지금 겪는 처음들도 곧 익숙해질 테니까요. 아무..

동행 2023.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