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노년일기 187: 아이러니 (2023년 8월 30일)

divicom 2023. 8. 30. 22:21

가끔 '저 사람은 다른 건 몰라도 음식점만은 안 했으면

좋겠어' 라고 하는 말을 듣습니다. '저 사람은 다른 일은

다 해도 좋으니 아기 돌보는 일은 안 했으면 좋겠어'라는

말을 들을 때도 있습니다.

 

누군가를 보고 음식점만은 안 했으면 좋겠다고 할 때는

대개 그 사람이 깔끔하지 않거나 인상이 너무도 험악하여

소화불량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을 때입니다.

 

누군가를 보고 아기 돌보는 일만은 안 했으면 좋겠다고

한다면, 그건 그 사람이 아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거나 맡은 일에 집중하지 않는 사람일 가능성이 큽니다.

 

인생은 아이러니라는 말도 있지만, 그 일만은 안 했으면

좋을 사람이 그 일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병원에 입원한 가족 덕에 매일 병실에 드나들며

다양한 환자들과 의료종사자들을 접하다 보니 바로

그 아이러니가 떠오릅니다.

 

환자는 누구나 될 수 있지만 의사, 간호사, 간병인 등은

아무나 할 수 없습니다. 의사는 질병을 치료하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이 해야 하고, 간호사 또한 전문적 의료

활동에 헌신할 사람이 해야 합니다. 간병인은 환자의

보호자를 대신해 간병하는 사람인만큼 보호자처럼

환자에게 정성을 쏟아야 합니다.

 

의사, 간호사, 간병인은 하는 일이 다르고 사회적으로도

다른 대우를 받지만 세 직업을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갖추어야 하는 덕목이 있습니다. 바로 환자에 대한

친절입니다. 환자 아닌 사람에게도 친절은 중요하지만

환자는 대개 몸과 마음이 두루 약해져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환자에 대한 친절은 치료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제가 드나드는 병실의 경우, 의사는 1분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입원실의 환자를 보고 가니 친절 불친절을 판단할

수조차 없습니다. 간호사들은 매우 바쁘고 힘들면서도 

친절하려 애쓰는데, 어떤 간호사를 보면 앞에서

언급한 아이러니가 떠오릅니다. 간병인은 더욱 다양합니다.

환자의 보호자를 대신해 '간병'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간병보다는 다른 간병인과 어울리는 것을 더 좋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제가 드나드는 병실에서 오늘 퇴원한 환자의 간병인은

자신보다 열 살 이상 많아 보이는 환자에게 반말로 일관해,

저는 두 사람이 부부인줄 알았습니다. 간병인의 어투로

볼 때 남쪽이 고향인 것 같은데, 그이의 고향에서는

반말이 친밀감의 표현일지 모르지만 제 귀엔 좀 거슬렸습니다.

아버지를 퇴원시키려 아들이 오자 간병인이 환자를 대하는

어투와 어조가 바뀌었습니다. 입원 기간에도 저랬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고상하고 고명한 사람도 병원 유니폼을 입으면

환자 중 하나일 뿐입니다. 일단 병원의 환자가 되면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다른 사람의 손에 자신을 맡기게

되고, 운이 나쁘면 의사, 간호사, 간병인만은 하지 말았어야

할 사람들의 환자가 되기도 합니다. 그렇게 되고 싶지 않으면

평소에 정신을 바싹 차리고 건강과 안전을 관리해야 합니다.

아니면 아무리 아파도 병원에 가지 말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