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것, 그중에서도 단 것을 무엇보다 좋아하는
제 룸메이트가 단 것을 먹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흰밥, 떡, 팥빵, 과자, 유과, 곶감, 수박, 잼, 고구마,
콜라 등... 오래 좋아하던 것들과는 멀어지고
양배추, 토마토, 버섯, 우유, 오이, 당근, 미역, 두부,
톳, 콩 등과 더 돈독한 사이가 되어야 합니다.
혈당이 많이 높아져서 식이요법이 필수가 된 지금,
룸메는 어떤 마음일까요? 좋아하는 떡과 잼 바른
빵을 먹지 못하게 되어 기분이 나빠졌을까요?
아니면, 그래도 아직 먹을 수 있는 게 많으니
다행이라고 안도할까요?
그의 마음은 알 수 없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음식 만들기 좋아하는 제가 그의 혈당을 올리는 데
한몫했다는 것이지요.
그가 어린 아이였을 때, 막내아들 귀엽다며 사탕을
물려주시던 아버님도 잘못하셨지만, 아버님은 그가
십 대때 작고하셨으니 잘못하신 기간도 짧겠지요.
그러니 그가 저리 된 것은 모두 제 잘못입니다.
맛있다며 좋아하는 그의 웃음을 보려고 만날
먹을 것을 해준 제 잘못입니다. 현명한 악처가
되지 못한 제 잘못입니다. Mea Cul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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