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십여 년 생애 처음으로 병원에서
밤을 보내게 된 당신을 생각합니다.
수전 손택은 '질병은 은유가 아니'라고
했지만, 당신을 입원시킨 질병은 무수한
해석을 품은 은유이겠지요.
당신은 평생 생각해 보지 않았던
당신의 몸에 대해 생각할 겁니다.
당신은 잊고 살다시피한 당신의
나이에 대해서도 생각할 겁니다.
그 생각이 당신의 이성을 고양시키길,
우울이나 비관을 부추기진 않기를 바랍니다.
'제트'라는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빨랐던 당신이니, 당신의 몸은 제 몸의
서너 배쯤 일해야 했을 겁니다.
부디 당신 몸의 노고를 위로해주길 바랍니다.
병원에 있는 동안 당신은 다양한 '처음'을
경험하겠지만, 어떤 '처음'에도 겁먹지
마시길 바랍니다. 예전에 겪었던 모든
처음들처럼 지금 겪는 처음들도 곧
익숙해질 테니까요.
아무 걱정 마시고 부디 푹 쉬시길 바랍니다.
주변 사람들은 쉬게 하면서 자신은 쉬지 않는
당신을 위해 당신 몸이 만들어준 휴식 시간...
부디 굿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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