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811

돈! (2024년 10월 16일)

2024년 10월이나 셰익스피어가 를 쓴16세기 말이나, '돈' 없이 살기는 불가능하거나 지극히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은 수단일 뿐 '다'는 아닙니다.  일론 머스크의 경우에서 보듯, '돈'은 모험심을 북돋우는묘약 같은 것이지만, 가 보여 주듯 악행을부추기는 촉매이기도 합니다. 아래에 에 나오는 '돈' 관련 문장과, 지난 3일 '고도원의 아침편지'를 통해 배달되 졸저 의  '돈' 관련 문장을 옮겨둡니다. 고도원 님, 감사합니다.  4.2 King Richard: Know'se thou not any whom currupting gold                      Would tempt unto a close exploit of death?Boy: My lord, I know a di..

동행 2024.10.16

마라탕과 마작 (2024년 10월 14일)

고등학교와 대학교 사이에 있던 밥집들과 떡볶이집들이 사라진 자리엔 마라탕집이 우후죽순처럼 생겼습니다. 오후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 ㅊ마라탕집은 늘 여학생들로 가득 차 또 하나의 교실 같습니다. 왜 여학생들이 남학생들보다 마라탕을 좋아할까요?  주말이면 어린 자녀들이 젊은 부모의 손을 끌어 마라탕집으로 들어가는 걸 종종 봅니다. 저 어린이들은 왜 그렇게 자극적인 음식을 좋아할까요? 중국 쓰촨성에서 유래했다는 마라탕이 어쩌다한국 젊은이들과 어린이들의 '최애' 음식이 된 걸까요? 어려서부터 저렇게 자극적인 음식을 자주 먹어도괜찮은 걸까요? 지난 주 집 근처 카페에서는 여자 고등학생 둘이마작을 두는 걸 보았습니다. 한 자리에 앉았지만대화는 없이 각기 스마트폰으로 마작을 두기에바빴습니다.  마작은 중국의 ..

동행 2024.10.14

부럽다, 한강 (2024년 10월 11일)

평생 아무도 부러워하지 않고 살았는데, 소설가 한강 씨는참 부럽습니다. 그가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아서 부러운 게 아니라,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글만 쓰며 살 수 있었던 그의 환경이 부럽고상과 함께 주어지는 14억원의 부상이 부럽습니다.큰 박수로 한강 씨의 수상을 축하하며 아래에 경향신문 백승찬 선임기자의 관련 글을 옮겨둡니다.https://www.khan.co.kr/culture/book/article/202410102135001 한국인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는 1970년 광주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친은 원로 소설가 한승원씨다.한 작가는 1980년 광주 민주화운동이 벌어지기 몇 달 전 가족과 함께 서울로 올라왔다. 이후 풍문여고를 거쳐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동행 2024.10.11

금일, 우천시, 시발점 (2024년 10월 9일)

'금일'이 금요일이 아니고 오늘이며, '우천시'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없는 도시가 아니고 '비가 올 경우'라는 뜻이고, '시발점'이 '시발'이라는 거친 말이  들어간 욕이 아니고 출발점을 뜻하며,'중식'이 중국 음식을 뜻할 수도 있지만 대개의 공문서에서는 점심 식사를 뜻한다는 걸 안다면, 당신은 오늘 '한글날'을 공휴일로 즐길 자격이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각급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과 그들의 부모들 중엔 위에 열거된 단어들의 뜻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고 합니다. 사기꾼들이 종교를 팔며 예수님 부처님을 욕보이더니 이제 무식한 한국인들이 한국어와 한글, 세종대왕님을 욕보이고 있습니다.  오늘은 부끄러운 '한글날'. '성명'이 이름인 걸 모르는 학생들과'족보'가 '족발보쌈 세트'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두루 즐..

동행 2024.10.09

옥순현숙 대화법 (2024년 10월 6일)

사람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언어를 수단으로 합니다.장애로 인해 언어로 대화할 수 없거나 언어가 달라대화가 불가능할 때를 빼면, 사람의 품격과 손발의 움직임은 반비례하는 것으로 간주되었습니다. 그런 풍조는 근래 들어 바뀌고 있습니다. 정치인들이나 연예인들은 극적 효과를 위해 손발을사용하는 일이 많습니다. 그러나 그럴 때조차 잦은 움직임이 품격을 올려 주는 일은 드뭅니다. 오늘 글의 제목인 '옥순현숙 대화법'은 '거의 쉬지않고 양손을 움직이며 하는 대화'를 뜻하는 것으로 제가 이름 붙였습니다. '옥순'과 '현숙'은 TV에서 방영되는 짝짓기 프로그램 '나는 솔로'에 나오는 캐릭터들 이름인데, 요즘 두 이름으로 나오는 여성들이 얘기하는 것을 보면끝없는 손짓 때문에 머리가 아픕니다. 그들의대화법이 거슬리면 채널을 ..

동행 2024.10.06

노년일기 232: 문방구가 있던 자리 (2024년 10월 4일)

나이가 들수록 삶이 가벼워집니다. 제가 어른 행세를  하며 사회생활을 할 때 제 안에 숨죽이고 있던 아이가 기지개를 펴더니 이리 가자 저리 가자 하고 저 하늘 좀 봐,저 구름 좀 봐, 합니다.  오늘은 제게 천사가 되라 하는데, 그 이유는 오늘이 '천사' 데이라는 겁니다. 오늘 날짜를 숫자로 쓰면 '1004'!젊은이라면 천사와의 만남을 꿈꾸겠지만, 나이 든 사람은 누군가의 천사가 될 궁리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제 안의 아이 덕에 노인치고는 제법 자주 문방구를들락거렸습니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 문방구 세 곳이 있는데,둘은 제법 크고 초등학교 초입에 있는 하나는 그 학교 아이들의준비물에 특화된 조그만 가게입니다. 제 안의 아이가 좋아하는 곳은 당연히 다양한 물건이 있는두 곳이었습니다. 고작해야 카드 몇 ..

동행 2024.10.04

노년일기 231: 포옹 남녀 (2024년 9월 30일)

일요일에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을 수 있는 카페를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동네 카페들은 대개 교회와성당을 다녀온 사람들이 뒤풀이하는 장소로 쓰이니까요.집에서 가장 가까운 카페도 예외가 아니지만 그래도그리로 갔습니다. 교회에 다녀온 사람들이 두 그룹으로 앉아 목소리를 높이고있는데, 제가 좋아하는 자리를 차지한 두 청춘남녀는신경을 쓰지 않는 듯했습니다. 빈자리라고는 그 남녀의옆 테이블뿐이라 거기에 앉았습니다. 보려 하지 않아도 그들의 움직임이 보였습니다.  로 유명한 생텍쥐페리 (Antoine de Saint-Exupéry (1900—1944)의 말처럼 사랑은 마주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방향을 보는 것이라 생각하는지, 두 사람은 테이블 한편의 두 의자에 붙어 앉아 있었습니다.  코감기에 걸린 듯한 남자는 연신..

동행 2024.09.30

운수 좋은 날 (2024년 9월 22일)

남녘의 비는 행패를 부렸지만 서울의 비는 대지를 식혀 어제는 오랜만에 살 만했습니다. 회색 하늘 아래를 걸어 좋아하는 카페에 갔습니다. 더구나 어제 근무하는 바리스타는 기복 없이 늘 맛좋은 커피를 만듭니다.  저처럼 비를 반가워한 사람이 많았는지 카페엔손님이 많았습니다. 비어 있는 테이블은 오직 하나.왼쪽 작은 방에 이어져 놓인 4인석 테이블 두 개 중 안쪽 테이블엔 젊은 여성 넷이 앉아 있고 바깥 테이블만비어 있었습니다. 여성들의 목소리가 너무 커서 잠깐 망설였지만, 제가 앉을 자리가 있다는 걸 다행스러워 하며 웃는 바리스타의 얼굴을 보니 그냥 나올 수가 없었습니다.  옆 테이블 여성 중 한 사람의 짐이 제 의자 옆 의자에놓여 있었습니다.  빈 테이블의 빈 의자에 짐을 놓는 일은 흔하지만 누군가 그 자..

동행 2024.09.22

노년일기 230: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 (19금)(2024년 9월 20일)

'나를 패배시키지 못하는 적은 나를 강화시킨다'는 말이있지만, 이 말은 더위에겐 해당되지 않습니다. 더위는 저를 죽이지 못했을 뿐, 저를 무기력하게 하고약화시켜 시간을 닝비하게 했습니다. 이렇게 사는 것도사는 건가 하는 생각을 하다가 케이블텔레비전에서 해 주는무료영화 한 편을 보았습니다.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 (Good Luck to You, Leo Grande)'는 호주 감독 소피 하이드 (Sophie Hyde)가 2022년에 발표한 '19금'로맨틱 코미디로, 영국이 자랑하는 배우 엠마 톰슨 (Emma Thompson)과  그녀보다 34세 어린 아일랜드 배우 다릴 맥코맥(Daryl McCormack)이 주연합니다. 엠마 톰슨이 연기하는 전직 윤리 교사 낸시는 2년 전 남편과사별하고 홀로 사는..

동행 2024.09.20

영화를 지우는 나라 (2024년 9월 17일)

'추석'이라는 말 속의 '저녁 夕' 때문일까요?오늘 아침은 저녁 무렵 같습니다.구름에 가리었어도 보름달 님은 저 하늘에 계실 테니기도가 자꾸 길어집니다.  제가 아는 모든 사람들과 알지 못하는 모든 사람들의 무지를 덜어 주시고 무명(無明)을 깨뜨려 주소서! 명절 전야 TV도 볼 것 없기는 평소와 진배없었습니다.낯설고 낯익은 연예인들이 먹고 떠드는 화면을 피해 옛날 영화를 보았습니다. 며칠 전엔 '빠삐용'과 '백 투 더 퓨쳐'가반가웠습니다. 조폭들의 총질이 난무하지 않는 영화들을 보며눈물을 훔치고 박장대소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옛 명화는 여전히 명화인데, 보다 보니 짜증이 났습니다. 대사가 지워지고 장면이 지워졌습니다. 저 영화를 만든감독들이 제 옆에 앉아 TV에 나오는 자신의 영화를 보았으면정부인지 누구..

동행 2024.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