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노년일기 250: 그의 어머니 (2025년 3월9일)

divicom 2025. 3. 9. 10:57

가끔 가는 베이커리카페의 사장님으로부터

시집을 선물받았습니다. <어머니>라는 제목에 마음이

덜컹했습니다.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니 어떤 구절들이 돌부리 되어

저를 주저앉혔습니다. 어려운 시어도 없고 세련된

기교도 없는 단어들, 어머니의 사랑을 받은 자녀가

부끄러워하며 꺼내놓은 진심이었습니다. 

 

은평구에서 금은방을 한다는 시인, 빛나는 것들

사이에 앉아 오히려 마음과 표현을 벼렸을 시인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졸저 <숲Forest>에도 썼지만, 우리는 모두 시인입니다.

사는 데 바빠 자신이 시인임을 잊은 사람들이 많지만, 

조성찬 님은 자신이 시인임을 잊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모두 조성찬 님처럼 시를 쓰며 살면 세상은

지금보다 훨씬 조용하고 살기 좋은 곳이 될 겁니다.

 

그의 시 '어머니의 전화' 속 '어머니 49재 지낸 게

엊그제였는데/뻔히 알면서 전화했다'는 구절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집니다. 작년 2월 져세상으로 가신

제 어머니가 떠오릅니다. 그의 시집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지팡이 효자'의 마지막 네 연을 아래에 옮겨둡니다.

 

지팡이 효자

 

(...)

자식이 돌봐 드리지

못한 것을

큰아들이 된 지팡이는

 

허리 굽은 엄마

지켜 주는 효자로

집 마당에 벌렁 누워 있다

 

지팡이보다 못한

자식을 기다리며

일으켜 줄 효자 지팡이를

마당에 놓아두고

 

홀연히 머나먼 별나라로

여행 가신 어머니

드러누운 지팡이는 

다시는 일어설 수가 없다

 

https://www.youtube.com/watch?v=PwbdzarE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