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김창옥 선생 (2025년 2월 19일)

divicom 2025. 2. 19. 10:47

신열로 인해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없을 땐

TV를 켜놓고 멍하니 앉아 있게 됩니다.

그런데 갈수록 TV가 도움이 되지 않고

열을 돋웁니다.

 

음식 먹기 또는 만들기, 천박한 말장난,

왜곡된 한국어, 오래전 방영했던 드라마

리플레이 등 등 때문입니다. 절여진 배추처럼

힘없는 손의 리모컨이 계속 채널을 바꾸는

이유입니다.  

 

그러다 김창옥 선생이 상담하는 프로그램을

만나면 참 반갑습니다. 프로그램의 제목도

모르고 어느 방송인지도 모르지만, 그가

관객과 소통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감탄하게

됩니다. 

 

그는 청각장애인인 아버지와 일자무식인

어머니의 아들로 태어나 공고를 다녔고

해병대에서 군 생활을 한 후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했으며, 한때는 배우로 활동했다고 합니다. 

 

제가 김창옥 선생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가

상담 받는 분들의 문제에 내놓는 해답 때문만이

아닙니다. 물론 그의 처방은 언제나 저를 놀라게

하고 감동을 주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가 그들에게 보이는 태도, 무엇보다 '경청'

때문입니다. 

 

또 한 가지 놀라운 건 그가 자신의 아픈 경험들을

'아무렇지 않게' 소통의 부재료로 쓰거나 웃음거리로

삼는 점입니다. 자신을 보호하고 커 보이게 하려

애쓰는 사람들이 판치는 세상에서 김 선생의 

자기 노출과 자기 조롱은 큰 가르침을 줍니다.

 

김창옥 선생은 2025년 2월 현재 이 나라에

가장 도움되는 두 사람 중 한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로 그가 감기에 걸린 듯한 목소리로 관객과 만나는

것을 보면 마음이 아픕니다.

 

김 선생, 부디 과로를 피하여 오래 활동하세요.

이 나라엔 당신이 필요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