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화면에 피켓 든 대학생들의 격앙된 모습이
보입니다. 연둣빛 번지는 모교 교정에서 후배들이
두 갈래로 나뉘어 싸웁니다. 마이크를 통해 쏟아져
나오는 목소리가 대포알 같습니다. 아름다운 젊은
얼굴을 추하게 만든 나이 든 사람들이 밉습니다.
누군가를 해치고 싶은 마음이 범죄라면 저는
범죄인입니다. 개가 가장 심하게 모욕을 느낄 때는
뺨을 맞을 때라고 하던데, 투명망토가 있다면 그것을
입고 저 개만도 못한 늙은 거짓말쟁이들의 뺨을 때리고
싶습니다.
얘들아, 너희끼리 싸울 것 없어. 너희들이 각기 편드는
그 사람들, 너희만큼 순수하지 않고 너희만큼 정의롭지
않아, 너희처럼 가난하지도 않고. 쓸데없는 데 에너지
낭비하지 말고 교정이나 산책해, 가지마다 굳은 갈색
밀어올리는 연두를 봐. 아니면 교정의 건물들을 보거나.
그 나무들과 건물들, 그들 머리 위 하늘을 봐,
그들이 지켜보았을 숱한 풍경을 생각해 봐.
목숨을 걸 만한 일이면 소리치며 거리로 나가. 그럴 만한
일이 아니면 목소리도 아껴. 넌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니? 잘 모르겠으면 입을 닫아. 남의 말 듣고
휩쓸리지 마. 인생은 길지만 무지와 싸우기엔 짧아.
대학이 뭐 하는 곳인지 모르고 대학에 갔지? 대학은
자신의 무지를 깨닫는 곳이야. 네가 아직 그것을 깨닫지
못했다면 나의 모교는 실패한 거야. 부디 지금이라도
그 거대한 적과 싸워! 너희끼리 싸우지 말고! 제발!
'동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년일기 249: 고맙다, 청춘! (2025년 3월 6일) (0) | 2025.03.06 |
---|---|
전시회, 전시회 (2025년 3월 1일) (1) | 2025.03.01 |
경찰관의 방문 (2025년 2월 24일) (0) | 2025.02.24 |
김창옥 선생 (2025년 2월 19일) (0) | 2025.02.19 |
타이레놀 친구 (2025년 2월 16일) (0) | 2025.02.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