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 10

좋음, 매우 좋음 (2025년 3월 25일)

하늘이 뿌옇기에 미세먼지 정보를 보니미세먼지 '나쁨',  초미세먼지 '매우 나쁨'입니다.또 하루 숨 쉬기 힘든 하루가 시작되었습니다. 하필 먼 곳의 친구가 오는 날 공기가 나쁘니먼지 속을 헤쳐 올 친구에게 미안합니다.그렇지만 '공기가 나쁘니 오늘 오지 마시고,공기 좀 나아지면 볼까요?' 하는 전화를 하지 않고가만히 있습니다. 친구를 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나쁜 공기를 핑계로 어영부영하고 싶지만어제 꽃과 나무들을 보았으니 그럴 수 없습니다. 어제도 공기가 나빴지만 나무마다 새 잎들이 어린이의 눈동자처럼 반짝이고, 개나리엔 이미 노란 안개가 어리어 있었습니다. 나쁜 공기는 나쁜 사람들처럼 세상을 시끄럽고탁하게 하지만, 꽃과 나무는 신경 쓰지 않고 제 할 일을 합니다. 저도 그래야겠습니다. 친구를 만나 우정에..

나의 이야기 2025.03.25

노년일기 252: 토마토 거울 (2025년 3월 22일)

창가의 토마토 나무에 다섯 개의 열매가 열린 건한겨울이었습니다. 손톱만한 열매를 처음 보았을 땐방울토마토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습니다.  겨울 햇살도 햇살이라 열매가 자꾸 커졌습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난 방울토마토가 아니야!'라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몸은 자랐지만 빛깔은 짙푸른 채 변하지 않았습니다.몸집이 커지는 데는 햇살로 족하지만, 몸이 익는 데는햇살의 온도가 중요한가 보다 생각했습니다. 겨울 날씨와 봄 날씨가 엎치락뒤치락하더니한낮엔 봄에 여름 몇 방울이 섞인 듯 더워졌습니다.그러더니 대번에 토마토의 색깔이 달라졌습니다.푸름에 붉음이 섞이기 시작한 겁니다.   창밖에 눈 내리는 날 짙푸른 토마토를 보면안쓰러웠는데, 푸름과 붉음이 보기 좋은 모습을보면 대견합니다. 오늘 같은 날씨가 며칠 계속되면..

나의 이야기 2025.03.22

ㅌ씨와 ㄷ씨 (2025년 3월 17일)

어젠 처음으로 제 집을 방문한 귀한 손님 덕에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제가 '4김씨'라고부르는 둘째 수양딸 가족입니다. 수양딸 부부의아들은 ㅌ씨와 ㄷ씨인데, 나이 차이는 있되 둘 다 초등학교 입학 전입니다. 전에도 ㅌ씨와 ㄷ씨를 만난 적이 있지만, 그땐두 사람이 엄마 배 속에 있을 때였습니다. 엄마가 힘들 때 찾아온 ㅌ씨가 참 고마웠습니다. ㅌ씨가 태어나고 그가 자라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보며 수양딸이 참 좋은 엄마로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몇 해 후에 태어난 ㄷ씨는 ㅌ씨와 조금 달라 보였습니다. 조금 더 자유롭다고 할까요? 만나본 적 없으니 혼자 상상하고, 산책길에 남의 아이들을 보며 생각만 했습니다. 그러던 ㅌ씨와 ㄷ씨를 드디어 만났으니, 그 반가움이 얼마나 컸는지 모릅니다. 두 사람 다 수..

동행 2025.03.17

화이트 데이, 파이 데이 (2025년 3월 1 4일)

3월 14일을 어떤 날로 기념하는가를 보면 그 사람의성향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화이트 (White) 데이'이자 '파이 (π) 데이'이고, 세계적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생일입니다. '파이 (Pi)'는 원주율, 즉 원의 지름에 대한 원둘레의 비율을 뜻하며, 약 3.14로 알려진 상수입니다. 약 3.14인 이유는이 수가 소수점 아래로 계속 이어지기 때문입니다.2024년 6월 현재 소수점 이하 약 202조 번째 자릿수까지 구헀다고 하니, 수학 불능자인 저로서는 놀랍고 신기합니다. '파이 데이'는 1988년 샌프란시스코 과학관의 물리학자 래리 쇼가'파이'와 수학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일으키기 위해 시작하여현재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즐긴다고 합니다.  '파이 데이' 축제에서는 꼭 맛있는 파이 (..

동행 2025.03.14

노년일기 251: 즐거운 취미 활동 (2025년 3월 12일)

취미는 전문적으로 하는 일이 아니라 즐기기 위해 하는 일이라고 합니다. 독서를 취미라고 하는 사람도있고 노래 부르기가 취미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여행이 취미라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제 취미는김치 담그기입니다. 직장생활을 오래했지만, 김치는 선물로 받았을 때를빼고는 거의 항상 담가 먹었습니다.  '아니, 김치 담그기가얼마나 힘든데 그게 취미라니요?'하는 사람이 있을지모르지만, 사실입니다. 어떤 일이 힘든 건 그 일이 힘에 부칠 때입니다.저는 김치를 힘에 부치게 '전문적으로' 담그지 않고조금씩 재미를 느낄 만큼씩만 담급니다. 어여쁜 배추를 한두 포기 사거나 올망졸망 귀여운 총각무 (알타리무) 두어 다발, 오이 한두 봉을 사서 담급니다. 물론 김장할 땐 좀 더 많은 양을 하지만, 그래 봤자 배추 세 통, ..

나의 이야기 2025.03.12

노년일기 250: 그의 어머니 (2025년 3월9일)

가끔 가는 베이커리카페의 사장님으로부터시집을 선물받았습니다. 라는 제목에 마음이덜컹했습니다.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니 어떤 구절들이 돌부리 되어저를 주저앉혔습니다. 어려운 시어도 없고 세련된기교도 없는 단어들, 어머니의 사랑을 받은 자녀가부끄러워하며 꺼내놓은 진심이었습니다.  은평구에서 금은방을 한다는 시인, 빛나는 것들사이에 앉아 오히려 마음과 표현을 벼렸을 시인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졸저 에도 썼지만, 우리는 모두 시인입니다.사는 데 바빠 자신이 시인임을 잊은 사람들이 많지만, 조성찬 님은 자신이 시인임을 잊지 않았습니다.사람들이 모두 조성찬 님처럼 시를 쓰며 살면 세상은지금보다 훨씬 조용하고 살기 좋은 곳이 될 겁니다. 그의 시 '어머니의 전화' 속 '어머니 49재 지낸 게엊그제였는데/뻔히 알면..

동행 2025.03.09

노년일기 249: 고맙다, 청춘! (2025년 3월 6일)

볼 것 많은 계절, 봄! 초중고교가 개학하고 대학이 개강하니 동네가 계절입니다. 거리마다 어린이 젊은이가 가득하고 식당과 카페엔 앉을 자리가 없습니다.  마른 나무마다 눈물처럼 작은 봉오리들이 아름답지만,그들에게 눈도 주지 않고 지나가는 젊은이들이못지않게 아름답습니다. 학교 많은 곳에 살길잘했습니다. 이곳으로 이사를 결정했던 20년 전저를 칭찬합니다. 대학 주변은 아시아 거리입니다. 한국 젊은이처럼생겼는데 입을 열면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일본...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온 학생들입니다. 삼삼오오 모여 즐겁게 담소하는 한국과 이국의학생들을 보면 국적이 무슨 소용인가 하는 생각이듭니다. 어쩌면 국적은 총 들고 싸우는 전쟁이나총 없이 싸우는 외교에나 필요할지 모릅니다. 아니 어쩌면 지금 저들이 국적..

동행 2025.03.06

봄의 사냥개들이 (2025년 3월 3일)

정오를 넘기자 바람의 한기가 짙어집니다.거리로 나가니 '봄의 사냥개들'이 분주히 움직입니다. 겨울은 워낙 단단하니 겨울을 몰아내려면 센 바람과 사냥개가 필요합니다. 봄이 오는 길목이늘 어수선한 이유입니다. 집에 돌아와 앨저넌 찰스 스윈번 (Algernon CharlesSwinburne: 1837-1909)의 시를 펼칩니다. '봄의 사냥개들이 (When the Hounds of Spring)'의첫줄입니다.  'When the hounds of spring are on winter's traces'(봄의 사냥개들이 겨울을 뒤쫓을 때). 골목마다 팔딱이는 겨울의 꼬리가 보입니다."겨울아, 네 덕에 겸손을 배웠다. 우리가 길어지는 낮 덕에 겸손을 잊거든다시 오너라! "

오늘의 문장 2025.03.03

전시회, 전시회 (2025년 3월 1일)

오랜만에 인사동에 나갔습니다. 인사동은계속 달라지고 있습니다. 당연한 일이지요,옛날은 가고 오늘은 오니까요. 길은 복잡하고 상가는 현란했지만전시장 안은 대개 조용했습니다. 첫 번째 전시장에 들어갈 때는 잠깐망설였습니다. 언뜻 보기에 만화캐릭터 상품이 모인 팬시용품 가게같았습니다. 그러나... 들어가보고는 놀랐습니다. 젊은 작가 다수가 함께하는 전시이고 그중 여러 작가는 그림을 그릴 뿐만 아니라다른 작업도 하는 것 같았는데, 대부분색을 쓰는 법을 아주 잘 알고 있었습니다. 오래전 문화부 기자로서 미술을 담당할 때만났던 젊은 작가들과는 매우 달랐습니다.당시 젊은 작가가 전시회, 특히 개인전을하려면 돈 많은 부모가 있어야 했습니다. 부모 덕에 일찍부터 그림을 배운 사람들이 그림이 뭔지도 모르고 색을 쓰는 방법..

동행 2025.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