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숙 2632

중요한 것은 (2024년 8월 6일)

살아가는 일이 그다지 힘들지 않을 때 삶에서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생각하는 사람은드뭅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는 순간은 대개 삶이 자신을 시험할 때입니다. 일러스트 포잇 (illust-poet) 김수자 씨는 늘 무엇이 이득인가보다 무엇이 중요한가 생각하며 살아온 사람인데, 유명한 병을 만나 생각이 더더욱 깊어진 것 같습니다. 혈액암으로 조혈모세포이식까지 받고 잠~시편히 살던 제 아우... 다시 항암치료를 받고 있습니다.육신이 힘들 때조차 '중요한 것'을 놓치지 않는,언니 같은 동생의 건투를 응원하며, 그가 자신의블로그 '시시詩詩한 그림일기'에 올린 그림과 글을옮겨둡니다. 인용된 시 아래 글은 김수자 씨의 글입니다.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그의 블로그로 연결됩니다.https://bl..

동행 2024.08.06

고추의 배신 (2024년 8월 4일)

물론 제 탓입니다. 이름을 믿은 저의 탓이지요.대통령을 믿었다가 속았다는 사람도 있고국회의원을 믿었다가 당했다는 사람도 있고친구를 믿었다가 발등을 찍혔다는 사람도 있지만,저는 아직 이름을 믿었는데, 그러다 아주 뜨거운맛을 보았습니다. 지금껏 먹어 본 '오이맛 고추'는 이름 대로오이맛이었기에 이번에도 의심 없이 사 들고  왔는데 고추가 담긴 봉지에서 매운 향기가 나니이상했습니다. 고개를 갸웃하며 몇 개 자르려니 기침이 나왔습니다.  더운 날 불을 쓰는 반찬은 만들기 힘드니찬물에 씻어 쌈장에 찍어 먹으려 했는데소박한 계획은 온데간데없어졌습니다. 잘게 잘라 냉동실에 넣었다가 된장찌개 끓일 때나써야겠구나 생각하고 고추를 자르는데 손끝이얼얼하고 땀이 비 오듯 쏟아졌습니다. 흐르는 땀을 손등으로 씻으며 고추를 자르..

동행 2024.08.04

신유빈 선생 추앙 (2024년 8월 2일)

스승에게는 나이가 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지만갓 스물의 탁구선수를 스승으로 부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렇지만 어제 TV 생중계로 신유빈이숙적 히라노 미우를 꺾는 것을 보고는 그를 선생이라부르지 않을 도리가 없었습니다. 신유빈 선수가 제 스승이 된 것은 1시간 20분 접전 끝에아주 힘겹게 승리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유빈 씨가 패했다고 해도 저는 그를 스승이라 불렀을 겁니다. 신유빈 선수가 스승이 된 이유는 무엇보다 그를그답게 만드는 천진함, 진력 (盡力), 자제력, 그리고그 모든 것이 어우러져 이루는 품격 때문입니다.  신유빈은 어제 파리 올림픽 탁구 여자 단식 8강전에서히라노 미우와 만나 세 게임을 계속 이겼습니다.신유빈이 네 번 이기면 경기가 끝나게 되니 히라노는매우 불안했을 겁니다. 그는 옷이 땀..

동행 2024.08.02

올림픽을 가져오는 나라 (2024년 7월 30일)

운동은 못하지만 남이 운동하는 걸 보는 건 좋아합니다.올림픽 경기처럼 세계적으로 뛰어난 선수들이 최선을다해 자신의 한계,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걸 보는 건 더더욱 좋아합니다. 텔레비전에서는 대개 우리나라 선수들이 참가하는 경기만을중계합니다. 그러다 보니 방송사 여럿이 똑같은 경기를 중계하는 경우도 흔합니다. 방송사끼리 미리 상의해서 양궁경기는 이 방송사가 중계하고 다른 방송사는 그 시간대에 하는 다른 경기를 중계하는 식으로 전파 낭비를 줄였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여러 방송이 같은 경기를 중계해서 좋은 점도 있습니다.한 방송사의 아나운서와 해설자의 중계를 견디기 힘들 때채널을 돌리면 되니까요. 이 나라가 '연예공화국'이 되어서인지, 아나운서와 해설자들 중엔튀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경기나 종목, ..

동행 2024.07.30

반갑다, 친구야! (2024년 7월 27일)

생전 울지 않던 냉장고가 올여름 들어 두 번이나흥건하게 눈물을 쏟았습니다. 이른 아침 무심히 냉장고 앞을 지나다 발이 물에 젖었을 때의 놀람, 그리고 신문지와 마른 걸레를 동원해 물을 닦아내는 수고... 불행은 아니지만 사람을 시험하는 불편입니다.  처음 그 일을 겪었을 때는 날씨가 갑자기 더워져냉장고도 땀을 흘리나보다, 냉장고도 주인을닮나 보다 생각했습니다. 아무리 더워도  땀을 흘리지 않아 어머니로부터 "네가 사람이냐?"는 비난 아닌 비난을 받던 제가  어느 날부터 땀 '쏟는' 사람이 되었으니까요. 그리곤 잊고 지냈는데 또다시 냉장고 앞 홍수를 겪었습니다. 헌 면 셔츠 출신 마른 걸레들과 모아두었던 신문지를 이용해 물을 닦으며 버리지 않으니 쓸 데가 있구나 좋아하기도 하고, 신문보다 신문지가 낫네? ..

동행 2024.07.27

김민기, 하늘 봉우리 (2024년 7월 24일)

오빠 또래였는데 스승이었습니다.대학 시절 대강당 채플시간에 연사로 온김민기 씨는 살아있는 신화였습니다.'아침이슬'을 부르는 몸 보이지 않는 곳에유신정권의 고문 흔적이 가득하다고친구들은 눈물을 떨궜습니다. 고문 흉터 없는 제 몸이 부끄러웠습니다. 시간이 흘러 사람들은 변했습니다. 유신 반대 데모를 하던 사람들은 4.19 혁명을했던 사람들처럼 젊은 시절의 투쟁을자랑하며 술잔을 기율였습니다. 전두환 독재정부와 싸우던 386세대는뻔뻔한 정치가가 되거나 골프장 고객이되었습니다. 변하지 않은 사람은 오직 한 사람김민기 씨였는데 그가 지난 21일,이승을 떠났습니다.  가족에게 '고맙다,나는 할 만큼 다했다'라고 하셨다지요. 맞습니다, 스승이여,당신은 정말이지 할 만큼 다하셨습니다.당신과 동시대인이어서 감사하고...그..

동행 2024.07.24

조지 오웰의 충고: 미워하며 닮지 마! (2024년 7월 22일)

윌리엄 포크너의 를 읽은 후집어든 책은 조셉 콘래드 (Joseph Conrad)의 (Lord Jim)>이었습니다. 그러나 오십 년 전 대학시절에산 페이퍼백의 쪽들이 자꾸 한 장씩 떨어지는 바람에읽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고른 책이 조지오웰 (George Orwell: 1903-1950)의 Farm)>입니다. 이 책을 고른 이유는 무엇보다 책의 무게가 가벼워서이고두 번째 이유는 함께 있는 공간을 '동물농장'으로 만드는 사람들 때문입니다. 물론 그런 사람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늘고 있습니다. 의 첫머리에서 수퇘지 메이저는 마노농장의다른 동물들에게 '인간은 적'이라는 주제로 연설하고그 결과 동물들이 반란을 일으켜 마노농장의 주인 존스 씨부부는 농장에서 도망칩니다. 메이저의 연설은 듣는 이의가슴을 뜨겁게..

동행 2024.07.22

레모니 스니켓의 죽음 넘어 사는 법 (2024년 7월 19일)

지난달에도 이 블로그에 인용한 적이 있지만,심신이 힘들 땐 단골 카페에 가서 미국 작가 레모니 스니켓 (Lemony Snicket)의사건의 연속 (A Series of Unfortunate Events)>을 읽습니다. 요즘은 13권으로 구성된 연작 소설의 12권을 읽고 있습니다.  유머와 풍자와 촌철살인으로 가득한 그 청소년 소설을 읽으며 혼자 웃고 울다 보면 다시 세상으로 복귀할 힘을 얻게 되니, 스니켓에게 참 감사합니다. 그는 저보다 열여섯 살이나 어리지만, 저보다 많은 것을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래와 같은 문장이 그 증거입니다. ... one can remain alive long past disintegrationif one is unafraid of change, insatiable in i..

동행 2024.07.19

그림자놀이 (2024년 7월 16일)

창문을 열고 자니 새벽 다섯 시의소음이 한낮 같습니다. 누워서 빈둥거리느니일어나는 게 낫겠다 싶습니다. PC 앞에 앉아 메일을 봅니다.10분 전에 아들이 보낸 파일이 와 있습니다.잘 받았다고, 어서 좀 자라고 답장을 씁니다.답장을 보고 엄마가 깨어 있다는 걸 안 아들에게서 문자가 옵니다.오랜만에 아침 산책을 하시겠느냐고.  아침 산책길 바람은 오후 바람과 달리서늘하고, 홍제천의 오리들은 몸늘림이잽니다. 다리 긴 아들 옆에서 종종걸음 치다 보니 문득 어제 카페에서 우연히 본 제 졸저 속의 시 하나가  떠오릅니다.  그림자놀이 그림자 둘이 손잡고 걸어갑니다큰 그림자의 다리는 길어 작은 그림자는 강아지마냥 종종댑니다그렇게 삼십 년이 흘렀습니다 큰 그림자는 작은 그림자가 되었습니다그림자놀이 힘들어 손 놓고 싶..

동행 2024.07.16

윌리엄 포크너의 문장들 4: 말, 말, 말 (2024년 7월 10일)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일이 있는가 하면, 말이 오히려 뜻을흐리는 경우도 있고, 말에 속아 분노하거나 슬퍼할 때도 있습니다.살기 위해, 혹은 이득을 위해 듣기 좋은 말을 하는 사람들도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말하는 대로 사는 사람이 갈수록 드물어져당연한 '언행일치 (言行一致)'가 지고한 덕이 되었습니다. 윌리엄 포크너의 의중요한 인물 애디 (Addie)가 첫 아이를 낳았던 때를 생각하며아래 인용문과 같은 말을 하게 된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겠지요. "When he was born I knew that motherhood was inventedby someone who had to have a word for it because the onesthat had the children didn't care ..

오늘의 문장 2024.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