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포크너의 <내가 누워 죽어갈 때>를 읽은 후
집어든 책은 조셉 콘래드 (Joseph Conrad)의 <로드 짐
(Lord Jim)>이었습니다. 그러나 오십 년 전 대학시절에
산 페이퍼백의 쪽들이 자꾸 한 장씩 떨어지는 바람에
읽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고른 책이 조지
오웰 (George Orwell: 1903-1950)의 <동물농장 (Animal
Farm)>입니다.
이 책을 고른 이유는 무엇보다 책의 무게가 가벼워서이고
두 번째 이유는 함께 있는 공간을 '동물농장'으로 만드는
사람들 때문입니다. 물론 그런 사람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늘고 있습니다.
<동물농장>의 첫머리에서 수퇘지 메이저는 마노농장의
다른 동물들에게 '인간은 적'이라는 주제로 연설하고
그 결과 동물들이 반란을 일으켜 마노농장의 주인 존스 씨
부부는 농장에서 도망칩니다. 메이저의 연설은 듣는 이의
가슴을 뜨겁게 하지만, 어떤 부분에선 아래처럼 차가운 충고가
나옵니다.
And remember also that in fighting against Man, we must
not come to resemble him. Even when you have conquered
him, do not adopt his vices.
인간들과 싸울 때 또 하나 기억해야 할 점은, 결코 그들을
닮으면 안 된다는 겁니다. 그들을 정복한 후에도 그들의
악덕 행위를 따라하면 안 됩니다.
--P. 31, Animal Farm
그러나 동물들은 메이저의 충고를 잊고 존스 씨가 하던 짓,
아니 그보다 더한 짓거리를 자행합니다.
가난할 때 천박한 졸부를 비판하던 사람, 권력을 갖지
못했을 때 권력자를 비판하던 사람... 그렇게 누군가를 비판하던
사람이 자신이 비판하던 사람의 위치에 서게 된 후 똑같은 짓을
하는 건 아주 흔한 일입니다.
<동물농장>에서 인간은 동물의 적이지만, 이 세상에서
인간의 적은 동물이 아니라 인간일 겁니다. 미운 적을 닮는 건
그 적만도 못한 사람이 되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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