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일이 그다지 힘들지 않을 때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생각하는 사람은
드뭅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는 순간은 대개 삶이 자신을 시험할 때입니다.
일러스트 포잇 (illust-poet) 김수자 씨는 늘
무엇이 이득인가보다 무엇이 중요한가 생각하며
살아온 사람인데, 유명한 병을 만나 생각이 더더욱
깊어진 것 같습니다.
혈액암으로 조혈모세포이식까지 받고 잠~시
편히 살던 제 아우... 다시 항암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육신이 힘들 때조차 '중요한 것'을 놓치지 않는,
언니 같은 동생의 건투를 응원하며, 그가 자신의
블로그 '시시詩詩한 그림일기'에 올린 그림과 글을
옮겨둡니다. 인용된 시 아래 글은 김수자 씨의 글입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그의 블로그로 연결됩니다.
종이에 분채
중요한 것은
엘렌 바스
삶을 사랑하는 것
도저히 감당할 자신이 없을 때에도
소중히 쥐고 있던 모든 것이
불탄 종이처럼 손에서 바스러지고
그 타고 남은 재로 목이 멜지라도
삶을 사랑하는 것
슬픔이 당신과 함께 앉아서
그 열대의 더위로 숨 막히게 하고
공기를 물처럼 무겁게 해
폐보다는 아가미로 숨 쉬는 것이
더 나을 때에도
삶을 사랑하는 것
슬픔이 마치 당신 몸의 일부인 양
당신을 무겁게 할 때에도
아니, 그 이상으로 슬픔의 비대한 몸짓이
당신을 내리누를 때
내 한 몸으로 이것을 어떻게 견뎌 내지,
하고 생각하면서도
당신은 두 손으로 얼굴을 움켜쥐듯
삶을 부여 잡고
매력적인 미소도, 매혹적인 눈빛도 없는
그저 평범한 그 얼굴에게 말한다.
그래, 너를 받아들일 거야.
너를 다시 사랑할 거야.
그동안 잠잠했던 수치가 계속 오르고 있어 다시 항암치료를
시작하기로 했다. 골수이식으로 오래 버티기를 원했지만
인생은 내 계획대로 되지 않지. 처음부터 인지하고 있던 터라
담담히 받아들이고, 발병했을 때보다는 일상생활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작은 목표이자 소망이다.
살면서 질병이 없기를 원하는 것도 욕심이라는 것을 이만큼
살면서 깨닫게 된다. 부디 순조롭게 치료 받으며 지치지 않고
평정심 잃지 않기를......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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