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그림자놀이 (2024년 7월 16일)

divicom 2024. 7. 16. 10:36

창문을 열고 자니 새벽 다섯 시의

소음이 한낮 같습니다. 누워서 빈둥거리느니

일어나는 게 낫겠다 싶습니다.

 

PC 앞에 앉아 메일을 봅니다.

10분 전에 아들이 보낸 파일이 와 있습니다.

잘 받았다고, 어서 좀 자라고 답장을 씁니다.

답장을 보고 엄마가 깨어 있다는 걸 안

아들에게서 문자가 옵니다.

오랜만에 아침 산책을 하시겠느냐고. 

 

아침 산책길 바람은 오후 바람과 달리

서늘하고, 홍제천의 오리들은 몸늘림이

잽니다. 다리 긴 아들 옆에서 종종걸음

치다 보니 문득 어제 카페에서 우연히 본

제 졸저 <쉿,> 속의 시 하나가  떠오릅니다.

 

 

그림자놀이

 

그림자 둘이 손잡고 걸어갑니다

큰 그림자의 다리는 길어 

작은 그림자는 강아지마냥 종종댑니다

그렇게 삼십 년이 흘렀습니다

 

큰 그림자는 작은 그림자가 되었습니다

그림자놀이 힘들어 손 놓고 싶습니다

작은 그림자는 큰 그림자가 되었습니다

잡은 손에 오히려 힘을 줍니다

"엄마, 힘들면 쉬었다 갈까?"

 

https://www.youtube.com/watch?v=PwbdzarE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