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을 열고 자니 새벽 다섯 시의
소음이 한낮 같습니다. 누워서 빈둥거리느니
일어나는 게 낫겠다 싶습니다.
PC 앞에 앉아 메일을 봅니다.
10분 전에 아들이 보낸 파일이 와 있습니다.
잘 받았다고, 어서 좀 자라고 답장을 씁니다.
답장을 보고 엄마가 깨어 있다는 걸 안
아들에게서 문자가 옵니다.
오랜만에 아침 산책을 하시겠느냐고.
아침 산책길 바람은 오후 바람과 달리
서늘하고, 홍제천의 오리들은 몸늘림이
잽니다. 다리 긴 아들 옆에서 종종걸음
치다 보니 문득 어제 카페에서 우연히 본
제 졸저 <쉿,> 속의 시 하나가 떠오릅니다.
그림자놀이
그림자 둘이 손잡고 걸어갑니다
큰 그림자의 다리는 길어
작은 그림자는 강아지마냥 종종댑니다
그렇게 삼십 년이 흘렀습니다
큰 그림자는 작은 그림자가 되었습니다
그림자놀이 힘들어 손 놓고 싶습니다
작은 그림자는 큰 그림자가 되었습니다
잡은 손에 오히려 힘을 줍니다
"엄마, 힘들면 쉬었다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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