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숙 2633

오세훈 시장, 남대문시장 (2024년 10월 22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왜 보이는 것에 집착할까요?왜 오래된 것은 없애거나 바꿔야 한다고 생각할까요?그에게 어떤 내면의 허기가 있는 걸까요? 서울시가 남대문시장을 확 바꿀 거라니 기쁨보다불안이 엄습합니다. 그는 2007년 유서 깊은 동대문운동장을없애고 DDP (서울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를 세우는 계획을세웠습니다.  DDP는 2014년에 완공됐지만, 이라크 출신의 영국 건축가 자하 하디드 (Zaha Hadid)의  작품으로 유명할 뿐 동대문시장과 주변 상가들에게 새 숨을 불어넣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오 시장은 '디자인'을 추구하지만, 도시는 디자인만으로완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오랜 시간 동안 무수한 발자국이 찍힌 골목들, 풍상을 겪어 첨단빌딩들과 대조를 이루는 건물들, 그 모든 것을 지켜보며 묵묵히 나이 든..

동행 2024.10.22

<리처드 3세>: 친구 (2024년 10월 20일)

셰익스피어의 를 다 읽었습니다.'다 읽었다'는 건 말 그대로 처음부터 끝까지한 번 읽어 보았다는 뜻일 뿐, 내용과 문장의 맛을음미하려면 다섯 번은 읽어야 할 겁니다. '한 번 읽고 말 책이면 아예 읽지 말라'는 말이 있는데, 요즘은 지면이 많은 만큼 '작가'도 많아 '한 번' 아니 '반 번' 읽는 것으로 충분한 책들이 양산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셰익스피어의 작품들, 를 비롯한 괴테의 작품들은 읽고 또 읽어도 새로운 깨달음과 재미를 줍니다. 는 왕위를 차지하기 위해 왕이 될수 있는 동생, 조카 등 주변 모든 혈족을 살해하는 주인공과 그의 교활한 언변 때문에 화가 나서 읽기를 멈춘 적이 여러 번이었습니다.   오늘 한국엔 왕이 없지만 권모술수와 잔인함으로 무장하고 권력의 최정상을 차지하려는 사람들은있습..

동행 2024.10.20

노년일기 233: 옹졸 백발 (2024년 10월 18일)

제가 얼마나 옹졸한 사람인지 어제, 그 가게에갈 때까지는 몰랐습니다. 그 집 물건을 사서 주변 사람들에게 보내곤 했고 어제도 주소 두 개를 적어 들고 갔습니다. 주인이 종이쪽지에 손으로 적은 주소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습니다. "문자로 보내시지 적어 오셨네"하더니, 소리 내어 읽으며 주소를 확인했습니다.그 사람의 태도가 거슬렸지만 잠자코 대금을 지불하고 돌아왔습니다.  집에 돌아온 후 문자 한 통을 받았습니다.전화번호를 보니 조금 전에 본 가게 주인인데,문자에는 오직 '다음에는 글씨 좀  크게 부탁드립니다!' 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표현은 '부탁드립니다!'였지만, 그 사람의 찌푸린얼굴이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제 글씨가 심하게 작지도 않았을 뿐더러, 아까 제 앞에서 한 차례불평했던 사람이 문자까지 보내다..

동행 2024.10.18

돈! (2024년 10월 16일)

2024년 10월이나 셰익스피어가 를 쓴16세기 말이나, '돈' 없이 살기는 불가능하거나 지극히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은 수단일 뿐 '다'는 아닙니다.  일론 머스크의 경우에서 보듯, '돈'은 모험심을 북돋우는묘약 같은 것이지만, 가 보여 주듯 악행을부추기는 촉매이기도 합니다. 아래에 에 나오는 '돈' 관련 문장과, 지난 3일 '고도원의 아침편지'를 통해 배달되 졸저 의  '돈' 관련 문장을 옮겨둡니다. 고도원 님, 감사합니다.  4.2 King Richard: Know'se thou not any whom currupting gold                      Would tempt unto a close exploit of death?Boy: My lord, I know a di..

동행 2024.10.16

마라탕과 마작 (2024년 10월 14일)

고등학교와 대학교 사이에 있던 밥집들과 떡볶이집들이 사라진 자리엔 마라탕집이 우후죽순처럼 생겼습니다. 오후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 ㅊ마라탕집은 늘 여학생들로 가득 차 또 하나의 교실 같습니다. 왜 여학생들이 남학생들보다 마라탕을 좋아할까요?  주말이면 어린 자녀들이 젊은 부모의 손을 끌어 마라탕집으로 들어가는 걸 종종 봅니다. 저 어린이들은 왜 그렇게 자극적인 음식을 좋아할까요? 중국 쓰촨성에서 유래했다는 마라탕이 어쩌다한국 젊은이들과 어린이들의 '최애' 음식이 된 걸까요? 어려서부터 저렇게 자극적인 음식을 자주 먹어도괜찮은 걸까요? 지난 주 집 근처 카페에서는 여자 고등학생 둘이마작을 두는 걸 보았습니다. 한 자리에 앉았지만대화는 없이 각기 스마트폰으로 마작을 두기에바빴습니다.  마작은 중국의 ..

동행 2024.10.14

부럽다, 한강 (2024년 10월 11일)

평생 아무도 부러워하지 않고 살았는데, 소설가 한강 씨는참 부럽습니다. 그가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아서 부러운 게 아니라,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글만 쓰며 살 수 있었던 그의 환경이 부럽고상과 함께 주어지는 14억원의 부상이 부럽습니다.큰 박수로 한강 씨의 수상을 축하하며 아래에 경향신문 백승찬 선임기자의 관련 글을 옮겨둡니다.https://www.khan.co.kr/culture/book/article/202410102135001 한국인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는 1970년 광주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친은 원로 소설가 한승원씨다.한 작가는 1980년 광주 민주화운동이 벌어지기 몇 달 전 가족과 함께 서울로 올라왔다. 이후 풍문여고를 거쳐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동행 2024.10.11

금일, 우천시, 시발점 (2024년 10월 9일)

'금일'이 금요일이 아니고 오늘이며, '우천시'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없는 도시가 아니고 '비가 올 경우'라는 뜻이고, '시발점'이 '시발'이라는 거친 말이  들어간 욕이 아니고 출발점을 뜻하며,'중식'이 중국 음식을 뜻할 수도 있지만 대개의 공문서에서는 점심 식사를 뜻한다는 걸 안다면, 당신은 오늘 '한글날'을 공휴일로 즐길 자격이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각급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과 그들의 부모들 중엔 위에 열거된 단어들의 뜻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고 합니다. 사기꾼들이 종교를 팔며 예수님 부처님을 욕보이더니 이제 무식한 한국인들이 한국어와 한글, 세종대왕님을 욕보이고 있습니다.  오늘은 부끄러운 '한글날'. '성명'이 이름인 걸 모르는 학생들과'족보'가 '족발보쌈 세트'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두루 즐..

동행 2024.10.09

옥순현숙 대화법 (2024년 10월 6일)

사람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언어를 수단으로 합니다.장애로 인해 언어로 대화할 수 없거나 언어가 달라대화가 불가능할 때를 빼면, 사람의 품격과 손발의 움직임은 반비례하는 것으로 간주되었습니다. 그런 풍조는 근래 들어 바뀌고 있습니다. 정치인들이나 연예인들은 극적 효과를 위해 손발을사용하는 일이 많습니다. 그러나 그럴 때조차 잦은 움직임이 품격을 올려 주는 일은 드뭅니다. 오늘 글의 제목인 '옥순현숙 대화법'은 '거의 쉬지않고 양손을 움직이며 하는 대화'를 뜻하는 것으로 제가 이름 붙였습니다. '옥순'과 '현숙'은 TV에서 방영되는 짝짓기 프로그램 '나는 솔로'에 나오는 캐릭터들 이름인데, 요즘 두 이름으로 나오는 여성들이 얘기하는 것을 보면끝없는 손짓 때문에 머리가 아픕니다. 그들의대화법이 거슬리면 채널을 ..

동행 2024.10.06

<리처드 3세> 2: 슬픔과 명예 (2024년 9월 28일)

셰익스피어 작품을 읽는 재미의 으뜸은 주인공이 아닌주변 인물들이 인생의 진실을 얘기하는 데 있습니다.사형 집행인이나 감옥의 간수, 몸종 같은 사람들이지요.아래는 1막에서, 탑 감옥의 간수 브라켄베리가감옥에 갇혀 있는 클라렌스 공작, 즉 조지 왕자와 대화한 후혼자 하는 말입니다. 지난 25일에 올린 글의 인용문처럼, 아래 글도 대충 번역해 옮겨 둡니다. 원작에는 오늘의 인용문이 25일의 인용문보다 먼저 나옵니다.  Sorrow breaks seasons and reposing hours,Makes the night morning and the noontide night.Princes have but their titles for their glories,An outward honour for an inw..

오늘의 문장 2024.09.28

<리처드 3세> 1: 양심은 위험해 (2024년 9월 25일)

영국의 문호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1564-1616)의작품을 읽을 때마다, 그의 글을 읽는 게 얼마나 큰 행운인가생각합니다. 어린 시절엔 과 을읽으며 설렘과 스릴을 느꼈고, 나이 들면서는 을 읽으며 분노와 슬픔과 연민을 느꼈습니다.  지금은 지난달 생일 선물로 받은 (리처드 3세)>를 읽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셰익스피어의 희곡 중 두 번째로 긴 작품입니다. 가장 긴 작품은이지요. 5막으로 구성된 의 1막에 탑에 갇힌왕자를 살해하라는 명을 받고 온 사람이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I'll not meddle with it, it is a dangerous thing,it makes a man a coward. A man c..

오늘의 문장 2024.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