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숙 2631

지구: 플래닛 아쿠아 (2024년 9월 15일)

배달 오토바이들이 도시 곳곳을 누빕니다.음식을 배달시켜 먹는 사람이 많다 보니 직장 생활을하기보다  배달 오토바이를 타는 젊은이가 많다고 합니다. 대개 꽉 짜인 일과를 보내야 하는 직장 생활에 비해 배달 일은근무 시간이 자유롭고 수입도 짭짤하다고 합니다.물론 오토바이 사고가 나면 큰일이지만, 사람들은 '은사 망상'을 갖고 있어 다른 사람에겐 사고가 나도자신에겐 사고가 나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배달 공화국'답게 이 나라 TV에 나오는 밥상 위엔 그릇들 대신 배달 음식이 담긴 플라스틱 용기들이 놓여 있습니다. 소상공인들을 돕기 위해 정부가 배달료를 보조해 주는 이 나라에서는, 환경단체나 정부도  배달 음식이나 배달 음식용 플라스틱 용기에 환경분담금을 부과해야 한다거나 다회용 용기를써야 한다는 얘기를 하..

동행 2024.09.15

부은 얼굴 (2024년 9월 14일)

울고 난 눈이 통통 부어 볼 만합니다.하늘도 한참 울었지만 하늘은 울기 전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데...  올고 난 사람 눈은 붓는데 하늘 눈은 왜붓지 않을까요?  아무래도 소금 때문인 것 같습니다.지상의 생명체는 동물이든 식물이든 다소금을 필요로 하지만, 하늘은 신체에 갇히지 않으니소금 또한 필요하지 않겠지요.    나무가 되고 싶었던 사람이 하늘을 꿈꿉니다.45억 살을 먹고도 여전히 아름다운 저 얼굴의 비밀을알고 싶습니다,  아무리 울어도 붓지 않는 저 얼굴의 비밀을...

나의 이야기 2024.09.14

상실의 기술 (2024년 9월 9일)

삶은 성취의 기록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삶은 상실의 기록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어떤 사람은 만남의 기록이라고 하는 걸다른 사람은 이별의 기록이라고 하는 것과 비슷하겠지요.문학은 같은 말을 다르게 하는 데서 출발했을지 모릅니다. 며칠 전 20세기 미국 시인 엘리자베스 비숍 (Elizabeth Bishop: 1911-1979) 의 시 'One Art (한 가지 기술)'를읽다가, 제가 잃은 것들을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많은것들을 잃고도 여전히 살아있다는 게 놀라웠습니다.그렇게 많은 것들을 잃었는데 아직도 이렇게 가진 것이많다는 게 놀라웠습니다.  비숍의 말대로 '상실의 기술'을 마스터하는 것은어렵지 않겠지만, 상실이 낳은 기억은 우리와 함께 살다가우리와 함께 사라지겠지요. 아니면 하늘을 나는 연처..

오늘의 문장 2024.09.09

깁슨 Gibson (2024년 9월 4일)

'깁슨 (Gibson)'은 미국의 유명한 기타 회사로만 알았는데,미국 문학 책을 읽다가 칵테일 이름이라는 걸 알았습니다.책은 참으로 다양한 재미를 주는 친구입니다.   제가 읽은 문장은 Gibson is a dry martini with a smallpickled onion instead of an olive, 즉 "깁슨은 올리브 대신작은 양파 피클을 곁들인 드라이 마티니다"였습니다. 한때는 마티니를 즐겼으나 이제 마티니는커녕 맥주도이기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올해가 가기 전에'마티니의 사촌'이라는 깁슨 한 잔은 꼭 먹어 보고 싶습니다.  '깁슨' 마실 생각을 하니 오래전 레마르크의 을읽다가 주인공 라비크가 마시는 칼바도스에 꽂혔던 일이떠오릅니다.   기자로서 외무부 (지금의 외교부)를 출입..

카테고리 없음 2024.09.04

모래 한 알 속의 세계 (2024년 9월 2일)

17세기에서 20세기에 쓰인 시들을 읽다 보면들리는 소리, 떠오르는 모습이 있습니다.그 소리와 모습은 지금 몸담고 있는21세기의 소리와 풍경보다 낯익게 느껴집니다. 눈을 뜨고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경주마처럼 내닫는 지금... 윌리엄 블레이크 (William Blake: 1757-1827)가 토닥입니다.  9월. . . 가만히 서 있어도, 들여다보아도,올려다보아도 좋은 계절입니다.  To see a world in a grain  of sandAnd a heaven in a wild flower,Hold infinity in the palm of your handAnd eternity in an hour. 모래 한 알 속에서 세계를 보고들꽃 한 송이 속에서 천국을 보려면,손바닥 안에 무한을 쥐고순간에 영..

오늘의 문장 2024.09.02

노년일기 227: 오은영 손수건! (2024년 8월 30일)

TV에 나오는 사람 중에 제가 제일 반가워하는 사람은오은영 박사입니다. 한 번도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아이가 아이답게 자랄 수 없는 나라, 부모의 역할이 무엇인지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부모가 되는 나라, 부부가 어떤 관계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부부가 되는나라에서 오 박사의 존재는 참으로 고맙습니다.  오 박사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나오는 사람들은눈물을 흘리는 일이 흔합니다. 출연자가 울 때도있고 오 박사의 진행에 추임새를 넣는 패널들이울 때도 있습니다. 오 박사 자신의 눈이 젖을 때도있습니다. 한 자리에서 눈물을 흘리지만 그들각자를 울게 한 이유는 다 다를 테니 눈물의 성분또한 다르겠지요. 미국 사진작가 로즈-린 피셔 (Rose-Lynn Fisher)의 '눈물의 지형 (Topography of Tear..

나의 이야기 2024.08.30

헌 책 친구 40년 (2024년 8월 27일)

우연히 인터넷 바다에서 2019년 가을 한국국제교류재단 계간지 '코리아나 Koreana'에 썼던글을 만났습니다. 근 5년 만에 뵌 청계천헌책방 서문서점의 정병호 선생님...선생님, 안녕하시지요?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코리아나' 웹진으로 연결됩니다. 한국국제교류재단 (Korea Foundation)은 외교부 산하 기관으로 '코리아나'는 10여 개 언어로 발행되어 전세계에 한국을 알리는 도구로 쓰입니다. https://www.koreana.or.kr/koreana/na/ntt/selectNttInfo.do?nttSn=52111&bbsId=1130 헌책과 이어 온 40년 인연정보와 지식이 책보다 인터넷이나 SNS로 유통되는 세상에서 비좁은 책방에 헌책을 잔뜩 쌓아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 40년째 ..

Koreana 2024.08.27

매미는 엄마처럼 (2024년 8월 21일)

내일이 '처서'이니 더위도 여름도 끝자락이겠구나 생각했지만, 어제도 매미는 매앰~맴, 쓰... 뒷산을흔들었습니다. 오늘 새벽은 번쩍번쩍 쿠르릉 쾅! 딱! 시끄러웠습니다.천둥과 벼락이 어찌나 요란한지 대기만이 아니라대지까지 흔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지금 매미 소리는 바랜 나뭇잎처럼,1월의 어머니처럼 미약합니다. 뒷산 전체를 흔들던매미의 패기는 새벽 노성벽력에 꺼져가는 촛불이 되었습니다. '물 찬 제비' 같던 우리 어머니의마지막 한 달을 닮았습니다. '머리가 그게 뭐니? 염색 좀 하지?'  기세등등하시던 어머니가 보고 싶습니다. '내가 우는 한 아무도잠잘 수 없다!'는 듯 온 산을 울리던 매미 울음이듣고 싶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PwbdzarEoNg

나의 이야기 2024.08.21

'광복'은 멀어라... (2024년 8월 15일)

광복절 아침, 태극기를 걸며 생각합니다.일제에 빼앗겼던 주권은 79년 전에 도로 찾았지만이 나라는 아직 '광복'하지 못했구나. 한국의 근세사가 정치를 벗어나 학문적 논쟁을 통해진실에 수렴되는 것을 언젠간 볼 수 있을까... 일제를 벗어난 후 한동안은 주권을 가진 사람들답게살려 하더니 생활에 여유가 생기자 다시 식민이되고 싶어 안달하는 나라.  국어는 못해도 영어만잘하면 된다고 혀 짧은 어린이들에게 영어 단어를외우게 하는 나라... 왜 일본의 식민이 되면 안되고영어의 식민이 되는 건 괜찮은 걸까요? 며칠 전 우연히 전에 경향신문에 실렸던 영어유치원,아니 유아 대상 영어학원에서 일했던 전직 영어 강사들 인터뷰 기사를 보았습니다. https://www.khan.co.kr/national/education/ar..

동행 2024.08.15

중요한 것은 (2024년 8월 6일)

살아가는 일이 그다지 힘들지 않을 때 삶에서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생각하는 사람은드뭅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는 순간은 대개 삶이 자신을 시험할 때입니다. 일러스트 포잇 (illust-poet) 김수자 씨는 늘 무엇이 이득인가보다 무엇이 중요한가 생각하며 살아온 사람인데, 유명한 병을 만나 생각이 더더욱 깊어진 것 같습니다. 혈액암으로 조혈모세포이식까지 받고 잠~시편히 살던 제 아우... 다시 항암치료를 받고 있습니다.육신이 힘들 때조차 '중요한 것'을 놓치지 않는,언니 같은 동생의 건투를 응원하며, 그가 자신의블로그 '시시詩詩한 그림일기'에 올린 그림과 글을옮겨둡니다. 인용된 시 아래 글은 김수자 씨의 글입니다.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그의 블로그로 연결됩니다.https://bl..

동행 2024.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