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숙 2632

내가 들은 말 (2024년 7월 6일)

그 베이커리 카페에 자주 가는 이유는 제법 맛 좋은커피를 싼 값에 마시며 책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그런데 오늘은 제 또래거나 저보다 두어 살 위일남녀들이 목청껏 떠드는 바람에 부끄럽고 괴로웠습니다.어제 고 장영희 교수의 책 에서 발견한척 로퍼 (Chuck Roper)의 시로 귀를 씻었으니 그나마 다행이지요. I Listen I listen to the trees, and they say:"Stand tall and yield. Be tolerant and flexible."....I listen to the sky, and it says:"Open up. Let go of the boundaries and barriers. Fly."I listen to the sun, and it says:"Nurt..

오늘의 문장 2024.07.06

윌리엄 포크너의 문장들 3: 하늘나라 (2024년 7월 3일)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서 부자가 된 사람들이 들으면서운하겠지만, 이렇게 왜곡된 세상에서 정직하고 성실하게 사는 건 바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끄러움 없이 죽기 위해 가능한 한정직하고 성실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것이지요. 죽음은순간의 일인데 그 순간의 평화를 위해 평생 정직, 근면하게살아야 한다니, 이 또한 삶의 아이러니이겠지요. 윌리엄 포크너 (William Faulkner)도 그런 생각을 했던것 같습니다. 에이런 문장이 있으니까요. 하늘나라에 가면 보상을받을 거라는 생각... 지금 우리나라 곳곳에도 이런믿음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이 있겠지요...  "Nowhere in this sinful world can a honest, hard-workingman profit. ..

오늘의 문장 2024.07.03

어제 읽은 시: 실 하나를 따라가는 일 (2024년 6월 30일)

유월의 끝에서 유월의 처음을 돌아봅니다.여전하게, 저의 길을 걸어온 한 달이었습니다. 어머니 이승 떠나시고 백일이 지나니 그때서야활자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글을 읽는 이유는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글의 큰 효용 중 하나는 위로일 겁니다. 여러 문장에서, 특히 시에서위로를 받았습니다. 어제 읽은 시는 고 장영희 교수 (1952-2009)의 책 에 수록된 윌리엄 스태포드 (William Stafford:1914-1993)의 'The Way It Is (삶이란 어떤 거냐하면)'이었습니다. 은 장 교수가 고르고 번역한 시들을 영한 대역으로 출판한 시집입니다.  "There's thread you follow. It goes among things that change. But it doesn't change.Pe..

오늘의 문장 2024.06.30

실험 음악 콘서트 (2024년 6월 28일)

2012년에 출간한 졸저 의 시 중에 '처음으로 (For the First Time)'이라는 제목의 시가 있습니다. 제목을 한글과 영어로 쓴 것은이 시집의 시들이 그 두 개의 언어로 쓰여졌기 때문입니다. '처음으로'의 마지막 연은 "늦게라도 보아야 하는 게 있다/늦게라도 해봐야 하는 게 있다"입니다.살아있어 좋은 점은 무엇보다 새로운 경험을 해볼 수있다는 것이고, 어제는 바로 그래서 행복한 날이었습니다. 난생 처음으로 실험 음악 (Experimental Music) 콘서트에 갔습니다. 콘서트의 주인공은 멀리 노르웨이에서 온 두 명의 음악가, 신드러 저르가( SINDRE BJERGA)와호어콘 리에( HÅKON LIE)였습니다. 콘서트 장소가 마침집에서 가까운 홍은동의 복합문화공간 '서재 (Loud Libr..

동행 2024.06.28

윌리엄 포크너의 문장들 2 (2024년 6월 26일)

윌리엄 포크너가 유명해지고 노벨문학상을 받은 것은그의 소설 때문이지만, 그의 소설 (As I Lay Dying)>를 읽다 보면 이 사람은 시인이구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시와 소설은 길이와 표현만 다른 것이 아닙니다.태생 자체가 다릅니다. 시가 태어나려면 먼저 시인이있어야 합니다. 시인은 누구나 보고 느끼는 것을 다른 눈으로보고 느끼는 사람이고, 그가 그 느낌을 글로 적은 것이 시가 되니까요.  소설의 경우엔 이야기가 소설가에 선행합니다.그러니 시인은 태어날 뿐 만들어질 수 없지만, 소설가는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을 읽다가 포크너가 시인임을 깨닫는 건문장에서 배어나오는 '다른' 시각, 즉 감수성 때문입니다. 포크너의 간략한 전기를 찾아봅니다. 그러면 그렇지! 그의 문학 창작은 소설보다 시가 먼저였습니다...

오늘의 문장 2024.06.26

윌리엄 포크너의 문장들1 (2024년 6월 23일)

책 한 권을 읽고 나면 책꽂이 앞에 서서 다음에읽을 책을 고릅니다. 첫 문단 혹은 첫 쪽을 읽다 보면 저절로 결정하게 됩니다. 이 책을 읽을 것인가, 책꽂이에 꽂을 것인가. '시절 인연'이란 불교적 용어는 책과 저의경우에도 적용됩니다. 두어 쪽  읽고 포기하기를 여러 번 했던 책이 어느 날 맛있는 커피처럼저를 붙잡으니까요. 우울할 때 꺼내 읽으며 소리 내어 웃는, 요즘 읽는  윌리엄 포크너 (William Faulkner: 1897-1962)의 죽어갈 때 (As I Lay Dying)>가 그런 책입니다.아래처럼 더위를 잊게 해주는 문장들 덕택입니다. "I can remember how when I was young I believed death to be a phenomenon of the body; n..

오늘의 문장 2024.06.23

블로그와 애도 (2024년 6월 19일)

그전에도 이 블로그를 찾는 방문객은기껏해야 하루 수십 명이었습니다.그리고 이제 그 수는 한 자리에 그칠 때가많습니다. 방문객의 감소는 지금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데 혹은 잊히는 데 걸리는 시간을 보여줍니다.  9년 전 아버지 장례를 치를 때 들은장례지도사의 말이 떠오릅니다. "옛날에는 3년상을 치렀지만, 이젠 돌아가신 분을 3년씩 애도하는  경우는 없는 것 같아요.요즘은 보통 3일장을 치르는데, 3일장이끝나면 애도도 끝나요. 3일장이 곧3일상이지요." 9년 전 첫 스승이자 친구인 아버지를 잃고다시 생활로 복귀하는 데 몇 해가 걸렸습니다.여러 사람이 제게 위로하듯 핀잔하듯말했습니다. '아버지가 아흔에 돌아가셨는데환갑 넘은 딸이 이렇게 오래 슬퍼하다니.' 그새 제 나이는 아홉 살이나 늘었고 어머니는 아흔넷에..

동행 2024.06.19

한국일보와 장기영 사주(2024년 6월 9일)

나이 든 사람에게 숫자는 추억으로 가는 문을여는 비밀번호입니다. 그 숫자가 '월, 일'과 합해져특정한 날짜를 만들면 그날엔 꼼짝없이 추억의 포로가 됩니다. 오늘은 6월 9일, 보통 사람에겐 별 의미 없을이날이 제겐 잊지 못할 날입니다. 장기영 사주가한국일보를 창간한 날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일보사가 일곱 개의 신문과 잡지를 발행하며한국 언론의 중추적 역할을 하던 1976년 말, 저는 한국일보사가 실시한 33기 견습기자 시험을 치렀습니다. 두 차례의 필기시험과 한 번의 면접시험을 통과한사람들이 견습기자 선발의 마지막 관문인 사주 면접을보게 되어 있었습니다. 중학동 옛 한국일보 건물 10층사주실에서 장기영 사주님을 처음 뵈었습니다. 상업고교 출신으로 부총리를 역임한 입지전적인물일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처음으로..

동행 2024.06.09

화장실 문 좀... (2024년 6월 4일)

제가 산책길에 가끔 들르는 카페엔 두 개의화장실이 있습니다. 남녀 공용 화장실은홀에 있고 여성 전용 화장실은 홀 왼쪽 방에있습니다. 홀에 있든 방에 있든 화장실에 가는 사람이 있으면 보입니다. 그런데 그들의행태가 놀랍습니다. 열 명 중 여덟은 노크하지 않고 문 손잡이를 돌립니다. 열리지 않으면 그제야 문을 두드립니다. 화장실 전등 스위치와 배기 스위치는 문 오른쪽에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스위치를 올렸다 내렸다하며 왜 불이 들어오지 않나 하는 투로 머리를갸웃거립니다.  스위치를 올리고 불이 들어왔는지확인하기 전에 바로 내리고 다시 올리고 하는 겁니다. 무엇이 그리 급한 걸까요? 화장실에서 용변을 본 후 손을 씻지 않고나오는 사람도 많고, 손을 씻되 문을 열어두고씻는 사람도 있습니다. 화장실 문을 열어둔 ..

동행 2024.06.04

오월이 간다는 것 (2024년 5월 31일)

새로 나온 이기철 시집 속'오월이 온다는 것'을 읽다가, "벚꽃 진 자리가너무 넓더니 /늦을세라 그 자리에 라일락이 왔다"에서울컥하고 나니 어느새 오월 끝.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에 서정시를 쓰는 시인의마음. 힌트는 '꽃'에.  꽃  기다려도 기다려도  오지 않아 혼자 피어 버렸다 네가 오지 않아 그만 피고 말았다

오늘의 문장 2024.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