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敵)'은 '해를 끼치는 요소' 또는 '승부를 겨루는 상대편'을 뜻합니다. 공적으로 노년에 들어선 지금 저의 첫 번째 적은 저 자신입니다. 자고 일어나 옷을 갈아입는 순간부터 제가 저를 괴롭힙니다. 어젯밤 잠자리에 들 때 오늘 입을 옷을 꺼내놓았어야 하는데 꺼내놓지 않아 짜증이 날 때가 있고, 옷을 벗고 입는 단순한 일을 수행하는 손이 둔해진 것을 느끼며 짜증을 내기도 합니다. 부엌에서 일하다 양파를 가지러 베란다에 가서는 베란다 빨랫줄의 빨래만 걷고 빈손으로 올 때가 있는가 하면, 빨래를 널다가 베란다가 지저분하다고 생각해 베란다를 청소한 후 판판하게 펼쳐 널어야지 하고 빨랫줄 한쪽에 걸쳐 놓았던 손수건을 그냥 두고 올 때도 있습니다. 오래 산 집인데도 집안에서 여기저기 부딪치고 조금만 오래 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