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젠 아침 일찍 조계사에 갔습니다.
이 세상을 바꾸려 했던 한 사람이
저 세상으로 가는 길, 위로차 간 것입니다.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3년,
대웅전과 마당에는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1990년대 어느날 그를 처음 만났을 때
저는 이미 세상에 대한 희망보다는 절망
쪽으로 기운 사람이었지만 희망과
낙관으로 진력하는 그는 감동적이었습니다.
가능한 한 그를 돕겠다 마음먹었고
그의 노력은 꽤 성공을 거두었으나 그
성공의 값은 그의 목숨이었습니다.
그를 좋은 세상으로 보내기 위한 염원과
노래가 이어지는 동안 먹구름을 끌어안고
있던 하늘이 모든 의식이 끝나자 눈물을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그 눈물에 온몸을
적시며 떠돌다 돌아왔습니다.
배웅의 후유증은 허기와 무기력...
살구 다섯 개를 먹고 잉그리드 버그만의
마지막 영화 '가을소나타'를 보았습니다.
잉마르 베리만 감독의 작품답게 참
좋았는데 그 중에도 가슴으로 훅 들어오는
대사가 있었습니다.
네 번째 생일 직전에 죽은 아들에 대해 얘기하며
엄마가 하는 말입니다. 아들은 우리가 보고 사는
현실에서 몸을 감췄을 뿐 다른 차원의 현실에서
우리와 함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다른 차원의 현실에서 우리를 보고 있을
그 사람... 참 애썼다고, 고맙다고, 인연이 닿으면
다시 만나자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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