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노년일기 175: 배웅 (2023년 7월 10일)

divicom 2023. 7. 10. 10:57

어젠 아침 일찍 조계사에 갔습니다.

이 세상을 바꾸려 했던 한 사람이

저 세상으로 가는 길, 위로차 간 것입니다.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3년,

대웅전과 마당에는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1990년대 어느날 그를 처음 만났을 때

저는 이미 세상에 대한 희망보다는 절망

쪽으로 기운 사람이었지만 희망과

낙관으로 진력하는 그는 감동적이었습니다.

가능한 한 그를 돕겠다 마음먹었고

그의 노력은 꽤 성공을 거두었으나 그 

성공의 값은 그의 목숨이었습니다.

 

그를 좋은 세상으로 보내기 위한 염원과

노래가 이어지는 동안 먹구름을 끌어안고

있던 하늘이 모든 의식이 끝나자 눈물을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그 눈물에 온몸을

적시며 떠돌다 돌아왔습니다.

 

배웅의 후유증은 허기와 무기력...

살구 다섯 개를 먹고 잉그리드 버그만의

마지막 영화 '가을소나타'를 보았습니다.

잉마르 베리만 감독의 작품답게 참

좋았는데 그 중에도 가슴으로 훅 들어오는

대사가 있었습니다.

 

네 번째 생일 직전에 죽은 아들에 대해 얘기하며

엄마가 하는 말입니다. 아들은 우리가 보고 사는

현실에서 몸을 감췄을 뿐 다른 차원의 현실에서

우리와 함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다른 차원의 현실에서 우리를 보고 있을

그 사람... 참 애썼다고, 고맙다고, 인연이 닿으면

다시 만나자고 말해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