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884

반효정 선생과 헐벗은 여인들

보름달이 환히 비추어 2010년을 반기는 시각, 텔레비전에서는 연예인들의 상 주고 받기가 한창입니다. 영하의 날씨에 온 몸을 드러내다시피한 여자 배우들과 가수들의 모습, 마음이 아픕니다. 그이들이 있는 방송국은 난방이 잘 되어 춥지 않겠지만, 냉방에 웅크리고 앉아 텔레비전을 보며 따뜻한 방송국의 헐벗은 여인들을 보는 사람들이 있을 테니까요. 자신의 몸에 자부심을 느껴서 벗은 건지,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기 위해 벗은 건지 알 수는 없지만, 아름답다는 생각보다는 좀 안 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때 막 47년 경력 배우 반효정씨가 SBS 연기대상 공로상 수상자로 무대에 오릅니다. 유일하게 바깥 날씨에 어울리는 차림입니다. 은회색 두루마기에 흰 목도리가 기품 있습니다. 선생은 "찬란한 유산"의 장숙자 할머..

나의 이야기 2010.01.01

할머니 닮았다 트집 잡으시더니… [한겨레21 2008.02.01 제696호]

완경기 딸이 어머니를 인터뷰하다… 가장 슬펐을 때는 시어머니 돌아가신 때, 좋을 때는 ‘밤나’ ▣ 김흥숙 시인 길은 사람과 자동차로 어지럽지만 주홍빛 코트를 입은 어머닌 석양처럼 아름답다. 저 여인이 떡국 한 그릇으로 일흔아홉이 된다는 걸 누가 믿겠는가. 1월 셋쨋주 일요일 오후. 카페로 가는 길은 봄날 같아, 어디선가 어머니의 이름 같은 봄 매화가 “톡” 하고 열릴 것만 같다. 의 주문을 받아 어머니 인터뷰를 하기로 했다. 어머니와 대화를 나눈 적은 많았지만 ‘인터뷰’한다고 마주 앉은 건 처음이다. 어색한 한편으론 어머니에 대해 새로이 알게 되는 게 있지 않을까, 살짝 흥분도 된다. 너무 주관적인 대화로 흐르는 걸 막기 위해 객관적 사실 확인으로 시작했다. » 어머니는 지금도 석양처럼 아름답다. 어머니..

나의 이야기 2009.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