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노년일기 172: 영화가 끝난 후 (2023년 6월 26일)

divicom 2023. 6. 26. 11:18

며칠 동안 고통에 잡혀 있다 일어나면

긴 영화를 보고난 듯한 느낌이 듭니다.

 

중력 아래 오롯이 빈 종이처럼 존재하던

시간을 채운 건 무수한 상념과 기억입니다.

젊은이에겐 포기할 수 없는 꿈과 계획이

있겠지만, 낡은 몸에 담긴 오래된 정신에게

미래는 말 그대로 '미래(未來)', 오지 않은

혹은 오지 않을 시간입니다.

 

상념과 기억을 털며 다시 직립하는 인간으로

돌아가려 준비하다 보면 앞서간 선후배들과

친구들이 떠오릅니다. 우리의 임기는 우리의

생김처럼 다른 것인가, 아니면 우리와는 아예

상관없는 것인가...

 

영화가 끝난 후 극장을 벗어나 일상으로 복귀하듯

고통의 시간을 벗어나 책상 앞에 앉습니다.

삶을 이루는 수많은 잡일들에도 불구하고 

살아 있어 좋은 점은 아주 짧은 시간이나마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겠지요.

글을 읽고 쓸 수 있으니 저는 아직 살아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겪은 고통이란 것이 정말 고통일까요?

엄살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