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노년일기 240: 노화에 대한 보상 (2024년 12월 8일)

divicom 2024. 12. 8. 10:36

나이가 들어가며 실수가 잦아집니다.

어딘가에 부딪혀 다치고 뭔가를 떨어뜨리고

앞에 앉은 사람의 말을 놓치는가 하면 티비에서 나오는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늙어간다는 건 바보가 되어가는 건가 생각하다가

문득, 그런데 그런 실수는 젊어서도 하지 않았던가

자문합니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노인' 칭호를 듣는

사람들은 자신의 실수를 나이 탓으로 돌리기

일쑤입니다.

 

힘은 빠지고 아픈 곳은 많아지고 정신은 멍해지고...

이 모든 부정적 노화 증세에 대한 보상은 무엇일까요?

보상이 있긴 있을까요?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 1882-1941)는 

<댈러웨이 부인 (Mrs. Dalloway)>에서 피터 월쉬의

입을 빌어 보상이 있다고 말합니다. 그 보상은 바로

자신의 경험을 다른 각도에서 비춰 봄으로써 '존재

자체만으로  충분'하여, '타인이 필요치 않다'는 걸

인식하는 것입니다. 67쪽의 일부를 대충 번역해

옮겨둡니다.

 

The compensation of growing old, Peter Walsh

thought, coming out of Regent's Park, and holding

his hat in his hand, was simply this; that the passions

remain as strong as ever, but one has gained--at last!

--the power which adds the supreme flavour to existence--

the power of taking hold of experience, of turning it round,

slowly, in the light.

  A terrible confession it was (he put his hat on again), but

now, at the age of fifty-three, one scarcely needed people

any more. Life itself, every moment of it, every drop of it,

here, this instant, now, in the sun, in Regent's Park was

enough. Too Much, indeed.

 

모자를 든 채 리전트 공원을 벗어나며 피터 월쉬는 생각했다.

노화에 대한 보상은 한마디로, 정열은 예전처럼 강렬하되

정열을 느끼는 사람이 마침내  자신의 경험을 붙잡아,

자신의 존재 자체에 지고의 향기를 부여하는 힘을 얻게

된다는 거야. 

(다시 모자를 쓰며) 그는 생각했다. 끔찍한 고백이지만,

53세에 이른 지금, 이제 내겐 더 이상 타인이 필요치 않아.

인생 자체, 매 순간, 그 한 방울 한 방울이, 지금, 여기,

리전트 공원의 햇볕 속에 있는 것으로 충분해, 진실로,

차고 넘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