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2971

어머님, 부디 평안하소서.

점심 약속 하루 전날 친구가 핸드폰 문자를 보냈습니다. "내일 약속 미뤄주세요. 엄마 먼 길 배웅한 뒤로..." 알 수 없는 찬 기운이 온 몸을 세로로 관통했습니다. 며칠 전, 어머니가 감기에 걸리셨다고, "감기조차 꿋꿋하게 이겨내지 못해 산소호흡기를 코에 끼운 엄마를 보고 돌아와 심란"하다고 이메일에 써 보냈던 친구입니다. 문자를 보자마자 전화를 걸었습니다. 전화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면 어쩌나 하는 예의바른 망설임은 젖혀두었습니다. 울먹이느라 말을 잇기 힘든 상황에서도 친구는 어머님 모신 병원을 말해주지 않으려 했습니다. 어디 모셨는지 알면 감기 중인 제가 먼 곳까지 걸음을 할 테니 알려주지 않겠다는 겁니다. 사람의 크기는 위기에서 드러난다더니 그 말이 참말이었습니다. 잘 건너지 않는 한강을 건너 어..

나의 이야기 2010.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