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3027

노년일기 232: 문방구가 있던 자리 (2024년 10월 4일)

나이가 들수록 삶이 가벼워집니다. 제가 어른 행세를  하며 사회생활을 할 때 제 안에 숨죽이고 있던 아이가 기지개를 펴더니 이리 가자 저리 가자 하고 저 하늘 좀 봐,저 구름 좀 봐, 합니다.  오늘은 제게 천사가 되라 하는데, 그 이유는 오늘이 '천사' 데이라는 겁니다. 오늘 날짜를 숫자로 쓰면 '1004'!젊은이라면 천사와의 만남을 꿈꾸겠지만, 나이 든 사람은 누군가의 천사가 될 궁리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제 안의 아이 덕에 노인치고는 제법 자주 문방구를들락거렸습니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 문방구 세 곳이 있는데,둘은 제법 크고 초등학교 초입에 있는 하나는 그 학교 아이들의준비물에 특화된 조그만 가게입니다. 제 안의 아이가 좋아하는 곳은 당연히 다양한 물건이 있는두 곳이었습니다. 고작해야 카드 몇 ..

동행 11:17:22

노년일기 231: 포옹 남녀 (2024년 9월 30일)

일요일에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을 수 있는 카페를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동네 카페들은 대개 교회와성당을 다녀온 사람들이 뒤풀이하는 장소로 쓰이니까요.집에서 가장 가까운 카페도 예외가 아니지만 그래도그리로 갔습니다. 교회에 다녀온 사람들이 두 그룹으로 앉아 목소리를 높이고있는데, 제가 좋아하는 자리를 차지한 두 청춘남녀는신경을 쓰지 않는 듯했습니다. 빈자리라고는 그 남녀의옆 테이블뿐이라 거기에 앉았습니다. 보려 하지 않아도 그들의 움직임이 보였습니다.  로 유명한 생텍쥐페리 (Antoine de Saint-Exupéry (1900—1944)의 말처럼 사랑은 마주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방향을 보는 것이라 생각하는지, 두 사람은 테이블 한편의 두 의자에 붙어 앉아 있었습니다.  코감기에 걸린 듯한 남자는 연신..

동행 2024.09.30

<리처드 3세> 2: 슬픔과 명예 (2024년 9월 28일)

셰익스피어 작품을 읽는 재미의 으뜸은 주인공이 아닌주변 인물들이 인생의 진실을 얘기하는 데 있습니다.사형 집행인이나 감옥의 간수, 몸종 같은 사람들이지요.아래는 1막에서, 탑 감옥의 간수 브라켄베리가감옥에 갇혀 있는 클라렌스 공작, 즉 조지 왕자와 대화한 후혼자 하는 말입니다. 지난 25일에 올린 글의 인용문처럼, 아래 글도 대충 번역해 옮겨 둡니다. 원작에는 오늘의 인용문이 25일의 인용문보다 먼저 나옵니다.  Sorrow breaks seasons and reposing hours,Makes the night morning and the noontide night.Princes have but their titles for their glories,An outward honour for an inw..

오늘의 문장 2024.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