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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다, 친구야! (2024년 7월 27일)

생전 울지 않던 냉장고가 올여름 들어 두 번이나흥건하게 눈물을 쏟았습니다. 이른 아침 무심히 냉장고 앞을 지나다 발이 물에 젖었을 때의 놀람, 그리고 신문지와 마른 걸레를 동원해 물을 닦아내는 수고... 불행은 아니지만 사람을 시험하는 불편입니다.  처음 그 일을 겪었을 때는 날씨가 갑자기 더워져냉장고도 땀을 흘리나보다, 냉장고도 주인을닮나 보다 생각했습니다. 아무리 더워도  땀을 흘리지 않아 어머니로부터 "네가 사람이냐?"는 비난 아닌 비난을 받던 제가  어느 날부터 땀 '쏟는' 사람이 되었으니까요. 그리곤 잊고 지냈는데 또다시 냉장고 앞 홍수를 겪었습니다. 헌 면 셔츠 출신 마른 걸레들과 모아두었던 신문지를 이용해 물을 닦으며 버리지 않으니 쓸 데가 있구나 좋아하기도 하고, 신문보다 신문지가 낫네? ..

동행 10:12:09

김민기, 하늘 봉우리 (2024년 7월 24일)

오빠 또래였는데 스승이었습니다.대학 시절 대강당 채플시간에 연사로 온김민기 씨는 살아있는 신화였습니다.'아침이슬'을 부르는 몸 보이지 않는 곳에유신정권의 고문 흔적이 가득하다고친구들은 눈물을 떨궜습니다. 고문 흉터 없는 제 몸이 부끄러웠습니다. 시간이 흘러 사람들은 변했습니다. 유신 반대 데모를 하던 사람들은 4.19 혁명을했던 사람들처럼 젊은 시절의 투쟁을자랑하며 술잔을 기율였습니다. 전두환 독재정부와 싸우던 386세대는뻔뻔한 정치가가 되거나 골프장 고객이되었습니다. 변하지 않은 사람은 오직 한 사람김민기 씨였는데 그가 지난 21일,이승을 떠났습니다.  가족에게 '고맙다,나는 할 만큼 다했다'라고 하셨다지요. 맞습니다, 스승이여,당신은 정말이지 할 만큼 다하셨습니다.당신과 동시대인이어서 감사하고...그..

동행 2024.07.24

조지 오웰의 충고: 미워하며 닮지 마! (2024년 7월 22일)

윌리엄 포크너의 를 읽은 후집어든 책은 조셉 콘래드 (Joseph Conrad)의 (Lord Jim)>이었습니다. 그러나 오십 년 전 대학시절에산 페이퍼백의 쪽들이 자꾸 한 장씩 떨어지는 바람에읽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고른 책이 조지오웰 (George Orwell: 1903-1950)의 Farm)>입니다. 이 책을 고른 이유는 무엇보다 책의 무게가 가벼워서이고두 번째 이유는 함께 있는 공간을 '동물농장'으로 만드는 사람들 때문입니다. 물론 그런 사람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늘고 있습니다. 의 첫머리에서 수퇘지 메이저는 마노농장의다른 동물들에게 '인간은 적'이라는 주제로 연설하고그 결과 동물들이 반란을 일으켜 마노농장의 주인 존스 씨부부는 농장에서 도망칩니다. 메이저의 연설은 듣는 이의가슴을 뜨겁게..

동행 2024.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