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바흐의 사랑 (2010년 7월 24일)

divicom 2010. 7. 24. 08:17

"아, 밖에는 폭풍이 칠지언정 집이라도 평화로우니 다행이군.

그렇지 않소, 마크달레나?"   --- 에스터 메이넬 저 <나의 사랑 바흐>에서 인용.

 

무릇 집이란 바로 이런 공간이어야겠지요. 문 밖에선 폭풍이 친다 해도

문 안에만 들어서면 평화로워, 몸과 마음을 온전히 내려 놓고 쉴 수 있는 곳.

본능을 따라 함부로 행동하는 사람, 잘못을 저지르고 잘못한 것을 모르는 사람,

정신줄을 놓는 사람... 이런 사람들이 늘어가는 건 아마도 집 밖의 폭풍 때문이 아니라

집 안이 더 이상 평화롭지 않기 때문일 겁니다.

 

인용문의 '마크달레나'는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의 두번 째 아내인 안나 마크달레나 빌켄입니다.

그녀는 바흐의 첫 아내인 마리아 바르바라가 결혼 십삼 년 만에 사망한 이듬해, 바흐의 새 아내가

되었습니다. <나의 사랑 바흐>는 그녀가 바흐와 살았던 근 삼십 년의 세월을 회상하는 형식으로

쓰여진 책이며, '음악의 아버지'라는 바흐가 한 여인을 얼마나 절절히 사랑했는지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바흐가 마크달레나에게 써준 아름다운 시 한 편을 더 인용합니다. 

 

"당신의 마음을 주시려거든

아무도 모르게

우리들 스스로도

눈치챌 수 없게 해주세요.

우리 사랑은 가슴 가장 깊은 곳에

꼭꼭 숨겨야 해요.

사랑의 기쁨도 그대 가슴속에 담아

다른 사람이 훔쳐 갈 수 없게 하세요.

 

제발 누구에게도 말하지 마세요.

벽에도 귀가 있답니다.

당신 가슴속 깊은 사랑은

결코 그대를 저버리지 않으리니

세상 아무도 그대의 비밀을 알지 못하게 하세요.

그대가 감쪽같이 속이고 나면

나의 사랑, 나의 모든 것인 그대여

그대만이 내 진정한 사랑을 알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