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숙 2641

'아멘!' 그리고 '아기 폐하' (2020년 9월 7일)

요즘 대면 예배를 고집하는 '일부 교회'들을 보면 참 묘한 기분이 듭니다. 목사들 때문이 아니고 그 목사들을 신봉하는 신자들 때문입니다. 그들을 보면서 우리가 해야 하는 생각... 문학평론가 신형철 씨가 참 잘 써주었기에 감사하며 아래에 옮겨둡니다. [신형철의 뉘앙스]‘아기 폐하’의 위험한 운전 신형철 문학평론가 일부 교회가 성경적 근거도 없이 대면 예배만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반(反)정부’를 실천하려는 것도 헌금 수납을 위한 것도 아니라면, 혹시 목사님들에게 거울이 필요해서는 아닐까. 버지니아 울프는 에서 남자들은 자신을 두 배 더 크게 비춰주는 여자라는 거울 덕분에 최악의 순간에도 자기애를 유지할 수 있다고 냉소했다. 어떤 목사들은 신도라는 거울 앞에서, 두 배가 아니라 신만큼이나 거대해진 ..

오늘의 문장 2020.09.07

‘의사(醫師)’ 말고 ‘의사(醫事)’ (2020년 9월 3일)

어린 시절엔 ‘빨간약’이 만병통치약이었습니다. 동네 아이들이 놀다 넘어지면 얼른 집으로 달려가 ‘빨간약’을 가져다 발라주었습니다. 일찍부터 허리가 아프셨던 아버지는 허리를 주무르는 세 딸의 손 중에서 제 손이 제일 시원하다고 하셨습니다. 그런 까닭이었을까요? 공부보다 책 읽기를 좋아하던 제가 고3이 되자 아버지는 의대를 가라고 하셨습니다. 저도 의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사람을 살리는 일’보다 더 좋은 직업은 없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집안 형편이 형편인지라 국립대에 가야 했지만 제 성적으로는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당시 서울대학교는 전 과목 시험을 치르게 했는데 제가 다닌 고등학교는 전 과목이 아닌 선택 과목을 가르쳤습니다. 그래도 시험은 보고 싶었습니다. 시험을 치지 않은 걸 두고두고..

동행 2020.09.03

한국 개신교의 유통기한 (2020년 8월 26일)

'칼럼'이 무엇이냐? 어떻게 쓴 칼럼이 좋은 칼럼이냐? 누군가 위와 같이 묻는다면 아래의 칼럼을 읽어보라 하겠습니다. 소위 글을 쓴다는 사람들이 자기검열 속에서 허우적대는 오늘, 발등 대신 '구두의 등을 긁는' 글들의 홍수 속에서 모처럼 칼럼다운 칼럼을 읽었습니다. 장대익 교수에게 감사합니다. [장대익 칼럼]한국 개신교의 유통기한은 남아있을까? 장대익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 장대익의 글 모음 - 경향신문 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교수 news.khan.co.kr “누군가 망상에 시달리면 정신이상이라고 한다. 다수가 망상에 시달리면 종교라고 한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의 저자가 무심히 던진 이 돌직구는 어디를 향해 날아가고 있는 것일까? 지금 우리 사회는 망상에 사로잡힌 일부 종교 집단들 때문에 국가적 대..

오늘의 문장 2020.08.26

3G폰, 스마트폰, 그리고 코로나19 확진자 수 (2020년 8월 24일)

지난 7월 초 반복되는 SK텔레콤의 강권을 이기지 못해 2G폰을 3G폰으로 바꾸고 나니 전화기가 시끄럽습니다. 2G폰일 땐 오지 않던 ‘안전 안내 문자’가 끝없이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문자는 제가 사는 지역 구청에서 올 뿐만 아니라 정부기관과 주변 여러 개 구에서 오는데, 그 문자들 덕에 저절로 알게 된 사실이 있습니다. 저희 구의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확진자 수가 다른 구의 확진자 수에 비해 훨씬 적다는 겁니다. 심지어 우리 구와 인접한 구의 확진자 수는 우리 구 확진자 수의 두 배나 됩니다. 우리 구민의 수가 인접한 구 인구의 70퍼센트쯤 되니 인구 수를 감안해도 인접 구의 확진자 수가 지나치게 많은 것이지요. 우리 구와 인접한 또 다른 구의 인구는 우리 구 인구의 절반이 조금 안 되는데 그곳의 ..

나의 이야기 2020.08.24

오늘의 감사기도 (2020년 8월 22일)

또 하루를 주시니 감사합니다. 한 발짝 더 나아가기 위한 시간 한 뼘 더 깊어지기 위한 시간 한 사람 더 사랑할 시간이오니 매미울음 속에 아침을 맞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매미들과 저는 한 가족 여름이 끝난 후에도 새 여름이 온 후에도 그들의 울음소리가 들릴 때도 들리지 않을 때도 서울은 비로 식혀주시고 홍수가 쓸고 간 남녘엔 쨍쨍한 날 주시니 감사합니다. 햇살 속 익어가는 것들이 농부의 낙담을 덜게 하시고 건질 것 없는 논밭에 무릎 꿇은 이들에겐 다시 일어설 힘을 주소서. 어제보다 덜 아프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견딜 수 있는 만큼만 아프게 하시고 아픈 만큼 성숙하게 하시어 아픔의 시간이 낭비의 시간이 되지 않게 해 주소서. 믿음과 기도를 내세워 소란 피우는 자들 있사오나 그들 덕에 오히려 돌이켜보며 침묵..

나의 이야기 2020.08.22

사랑제일교회. 그리고 ‘신들의 여름’ (2020년 8월 16일)

서울 성북구의 사랑제일교회와 관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 19) 확진자가 하루 사이에 190명이나 늘어 누적 확진자가 249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그 하루 동안 이 교회와 수도권 다른 교회에서 추가 확진된 환자는 214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보건당국에서는 교회 모임을 자제해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신자들의 귀엔 그 요청이 들리지 않나 봅니다. ‘믿음’은 참 놀라운 것이지요. 우연히 펼친 작은 노트에서 2011년 5월에 에드워드 라슨 (Edward J. Larson)의 에서 가져다 적어둔 구절을 만났습니다. 책 제목을 직역하면 '신들을 위한 여름'이지만, 사실 이 여름은 1925년 미국에서 벌어진 유명한 재판을 중심으로 종교와 과학의 논쟁을 담은 것이니 '위한'이라는 단어가 적합하지 않은..

동행 2020.08.16

기안84의 ‘사회 풍자’, 그리고 ‘소파 승진’(2020년 8월 14일)

오늘 아침 경향신문에서 본 어떤 기사 덕에 불쾌한 시간여행을 했습니다. 그 기사의 제목은 ‘기안84 웹툰, 또 여성혐오 논란 “연재 중단하라” 청와대 청원도‘였고, 10면 오른쪽 아래에 실려 있었습니다. 기사를 보면, 기안84가 네이버웹툰에 연재하는 ‘복학왕’이라는 웹툰의 ‘광어인간’ 편에 여주인공 봉지은이 인턴으로 근무하던 대기업에서 자신을 구박하던 남성 상사를 사귄 덕에 정직원이 된 것으로 나오는데, 지난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이 웹툰의 연재 중지를 요구하는 글이 게재돼 하루만에 6만여 명의 동의를 얻었다고 합니다. 청원인은 이 웹툰이 “말도 안되는 내용으로 여성을 희화화”했으니 ‘웹툰 연재 중지를 요구합니다’라고 썼다고 합니다. 기안84는 웹툰의 내용 일부를 수정하고 사과했으나 비판 여론..

동행 2020.08.14

글을 쓴다는 것 (2020년 8월 6일)

청바지 주머니에 들어 있던 작은 노트를 펼치니 지난 4월 29일에 적어둔 문장이 보입니다. 미국 시인 월트 휘트먼(Walt Whitman)의 시집 의 서문에 있는 문장입니다. “... 위대한 시인에겐 사소하거나 시시한 것이 없다. 하찮아 보이던 것도 그가 숨을 불어넣으면 우주의 장엄함과 생명력으로 팽창하리니... ...The greatest poet hardly knows pettiness or triviality. If he breathes into any thing that was before thought small it dilates with the grandeur and life of the universe...” 꼭 ‘위대한 시인’이 아니어도 글을 쓴다는 것은 보통 사람들이 ‘보면서도 보지 못..

오늘의 문장 2020.08.06

오늘 나는, 오늘 우리는 (2020년 8월 4일)

또 펑 젖은 하루의 시작입니다. 글피, 즉 오는 금요일이 입추이니 젖은 여름 끝에 젖은 가을이 오려는 걸까요? 일러스트포잇 김수자 씨의 '시시(詩詩)한 그림일기'를 산책하다가 거울을 만났습니다. '오늘 나는', 오늘 우리는, 젖은 여름을 초래한 우리는 너무 빨리 너무 많은 것을 잊는 것 아닐까요? 맨 아래 글은 김수자 씨의 글입니다. 시 한편 그림 한장 오늘 나는 - 심보선 illustpoet ・ 2018. 1. 4. 17:57 URL 복사 이웃추가 종이에 먹, 콜라주 오늘 나는 심보선 오늘 나는 흔들리는 깃털처럼 목적이 없다 오늘 나는 이미 사라진 것들 뒤에 숨어 있다 태양이 오전의 다감함을 읽고 노을의 적자색 위엄 속에서 눈을 부릅뜬다 행인의 애절한 표정으로부터 밤이 곧 시작될것이다 내가 무관심했던 ..

동행 2020.08.04

천박한 도시(2020년 7월 27일)

누구의 말이냐에 상관없이 옳은 말은 옳은 말, 틀린 말은 틀린 말입니다. 저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모르지만 그가 서울을 '천박한 도시'로 표현한 것이 왜 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서울은 '천박한 욕망으로 가득한 천박한 도시' 가 맞습니다. 천박한 사람들은 좋아하고 천박하지 않은 사람들은 비감을 느끼는 도시... [여적]‘천박한 도시’ 조운찬 논설위원 1990년대 초 한국을 처음 방문한 프랑스 지리학자 발레리 줄레조는 서울 한강에 늘어선 아파트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서울에 왜 이리 아파트가 많으냐’고 물었을 때 한국인들은 한결같이 말했다. “땅은 좁고 사람은 많기 때문이죠.” 그는 다시 놀랐다. 땅이 좁고 인구밀도가 높은 네덜란드나 벨기에에는 한국과 같은 아파트가 지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줄레조..

동행 2020.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