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오늘 나는, 오늘 우리는 (2020년 8월 4일)

divicom 2020. 8. 4. 07:19

또 펑 젖은 하루의 시작입니다.

글피, 즉 오는 금요일이 입추이니

젖은 여름 끝에 젖은 가을이 오려는 걸까요?

 

일러스트포잇 김수자 씨의 '시시(詩詩)한 그림일기'를

산책하다가 거울을 만났습니다.

'오늘 나는', 오늘 우리는,

젖은 여름을 초래한 우리는

너무 빨리 너무 많은 것을 잊는 것 아닐까요?

 

맨 아래 글은 김수자 씨의 글입니다.

 

시 한편 그림 한장

오늘 나는 - 심보선

 illustpoet  2018. 1. 4. 17:57

URL 복사  이웃추가 

 

종이에 먹, 콜라주






오늘 나는
               심보선

오늘 나는 흔들리는 깃털처럼 목적이 없다
오늘 나는 이미 사라진 것들 뒤에 숨어 있다
태양이 오전의 다감함을 읽고
노을의 적자색 위엄 속에서 눈을 부릅뜬다
행인의 애절한 표정으로부터 밤이 곧 시작될것이다
내가 무관심했던 새들의 검은 주검
이마에 하나 둘 그어지는 잿빛 선분들
이웃의 늦은 망치질 소리
그 밖의 이런저런 것들
규칙과 감정 모두에 절박한 나
지난 시절을 잊었고
죽은 친구들을 잊었고
작년에 어떤 번민에 젖었는지 잊었다
오늘 나는 달력 위에 미래라는 구멍을 낸다





 


새해 달력으로 바꿔 달던 감흥도 일상에 밀려나 오늘도 무사히 지치지 않기를 해질녘에 돌아본다.
거창한 계획대신 하루에 집중해서 미리 걱정하지 않기, 몸이 하는 소리에 귀기울여 아프지 말기,
순간을 기록하고 그려 아쉬움 남기지 않기.......오늘도 하루가 가고 어둠이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