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숙 2639

수능, 그리고 엄마들의 문제점 (2020년 12월 3일)

오늘 전국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실시됩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대학진학률이 높은 나라인 만큼 수능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대단합니다. 그러나 21세기의 대학은 20세기의 대학과 다릅니다. 20세기에는 대학 교육이 곧 사회에서의 성취, 즉 교양, 취업, 사회적 인정 등으로 이어졌지만 이제는 대학을 졸업한 무교양자와 실업자가 차고 넘칩니다. 인터넷의 발달로, 굳이 대학을 가지 않아도 대학을 나온 사람 못지않은 지식을 쌓을 수 있고 대학을 나오지 않은 사람이 대학 졸업자보다 큰 성취를 이루는 일도 많습니다. 어쩌면 지금 대학에 가는 것은 두려움 때문일지 모릅니다. 자녀의 미래를 걱정하는 부모들, 즉 20세기 사람들의 두려움이지요. 부모들은 자녀들에 대해 잘 모르지만 알려 하지 않고 걱정만 합니다. 부모와..

오늘의 문장 2020.12.03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 (2020년 11월 30일)

지난 27일에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의 '내 인생의 책 -- 맹자집주'를 소개했는데, 오늘 또 한 권 위 대사의 '내 인생의 책'을 소개합니다. 바로 입니다. 지난 번에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그의 글에서 만난 한 줄 때문입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 라스콜리니코프의 이름 중 '라스콜'이 '이견'을 뜻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 글을 읽기 전까지 그 사실을 몰랐습니다. 십대의 어느 날 이 소설을 만난 후 욕심 많은 사람들을 볼 때면 저들이 살아 있는 게 이 세상에 어떤 도움이 되는가, 저들이 죽어 없어지는 게 세상에 더 좋은 일이 아닌가 하는 식의 라스콜리니코프적 사고에 빠지곤 했습니다. 위 대사는 러시아에 근무할 때 도스토옙스키가 태어난 곳과 죽은 곳을 가보았다고 합니다. 저는 1990년인가 러시아로 출장을 ..

동행 2020.11.30

'내 인생의 책' -- 맹자집주

경향신문에는 '내 인생의 책'이라는 코너가 있습니다.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돌아가며 자신에게 큰 영향을 준 책들을 소개합니다. 어떤 사람의 '인생의 책'은 편협한 독서일기 같고 어떤 사람의 책 소개는 저를 부끄럽게 하고 어떤 사람의 '인생의 책'은 감동을 줍니다. 소개된 책 덕에 감동하기도 하고 필자의 문장에 감동하기도 하는데, 아래에 소개하는 글의 마지막 문장도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노년에 이상주의를 잊으면 추해질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상을 잊고 추해진 노년을 여럿 보았기에 이 문장에 크게 공감한 것이겠지요. 위성락의 내 인생의 책]②맹자집주 - 주희 위성락 | 전 주러시아 대사(서울대 객원교수) 맹자에게 배운 이상 정치 대학시절 한학자를 모시고 한문을 공부한 적이 있었다. 거기서 를 읽었다..

동행 2020.11.27

작은 노트 속의 단테 (2020년 11월 20일)

작은 노트에 쓰인 단테의 신곡 (The Divine Comedy), 지난 10월 30일에 쓴 것으로 되어 있는데 기억이 어럼풋합니다. 겨우 20일 전인데... 정신차리자, 지혜로워지기 전에 늙지 말자 다짐합니다. 옥스포드대학 출판부에서 나온 책의 54쪽과 55족에 있는 문장들입니다. 54쪽 One has to fear only the things which have The power of hurting others; for the rest, They do not matter, they are not to be feared.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오직 남들에게 상처줄 수 있는 것들, 그 나머지는 상관없네, 두려워할 필요가 없네) 55쪽 Why do you let such cowardice sleep..

오늘의 문장 2020.11.20

리건 발렌타인과 김미숙 (2020년 11월 1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는 살아있는 모든 사람의 반성을 요구하지만 반성하는 사람은 적고, 세상은 여전히 부정과 불합리로 돌아가며 희생자를 낳습니다. 노동은 살아있는 사람이 누릴 수 있는 즐거움과 보람을 선물해야 하지만 이 나라를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는 노동 중에 사망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 희생의 원인은 한마디로 자본가를 우선시하는 자본주의 체제입니다. 양식 있는 사회는 자본주의의 폐해를 없애고 줄이기 위해 노력하지만 한국 사회는 아직 그런 사회가 아닙니다. 아직도 개발과 성취를 최우선시하는 나라, 이 나라는 전태일이 김용균으로 다시 태어나는 나라, 어리석은 나라입니다. [아침을 열며]리건 발렌타인과 김미숙 정유진 정책사회부장 지난 10월, 호주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 주의회에서 중대재해 사..

동행 2020.11.16

백기완 선생님의 심산상 수상 (2020년 11월 5일)

백기완 선생님, 심산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부디 쾌차하소서! [여적]백기완의 심산상 수상 조운찬 논설위원 심산 김창숙은 안중근·한용운과 함께 1879년생 동갑내기다. 건국훈장 1등급인 대한민국장을 나란히 받은 점도 같다. 안중근과 한용운이 각각 의병과 승려로 독립운동에 뛰어들었다면 심산은 유학자로 구국운동을 펼쳤다. 심산은 ‘실천하는 선비’였다. 을사늑약 때에는 오적을 처단하라는 상소를 올렸고, 3·1운동 때는 ‘파리장서’ 사건을 주도했다. 1920~1930년대에는 의열단의 무장투쟁을 지원했다. 투옥과 고문으로 점철된 독립운동 끝에 남은 것은 불편한 두 다리뿐. 심산은 스스로를 ‘벽옹’(앉은뱅이 늙은이)이라 불렀다. 심산의 실천적 삶은 해방 뒤에도 이어졌다. 그는 이승만 정권에 맞서 반독재·통일 운동을..

동행 2020.11.05

'희극인' 박지선의 죽음을 애도하며 (2020년 11월 3일)

어제 오전 내내 데스크톱 앞에 앉아 있었지만 박지선 씨가 이승을 떠난 걸 몰랐습니다. 외출에서 돌아온 룸메이트가 그의 죽음을 알려주는데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에 대한 믿음이 너무 커서 그의 고통을 제대로 보지 못했었나 봅니다. 그의 때이른 죽음을 마음 깊이 애도하며 의 주인공 홀든 콜필드가 너무 일찍 죽은 자신의 동생에 대해 얘기하는 대목을 아래에 옮겨둡니다. 맨 아래 링크는 박지선 씨의 영전에 바치는 노래입니다. 지선씨가 이곳에 있든 그곳에 있든 지선씨를 사랑하고 응원합니다. 지선씨...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해 미안합니다. 부디 큰 자유와 평안을 누리소서! P. 171 "I know he's dead! Don't you think I know that? I can still like him, tho..

동행 2020.11.03

에스페란토, 그리고 한글 (2020년 10월 27일)

아주 가끔 신문이나 인터넷에서 새로운 정보나 지식을 접하고 그것을 쓴 사람에게 감사할 때가 있습니다. 오늘 아침 신문을 보다가 그런 감사를 느꼈습니다. 아래의 글 때문입니다. 저는 을 매우 좋아했으나 작가 홍명희의 호 '벽초'의 의미를 몰랐습니다. 서의동 논설위원에게 깊이 감사합니다. [여적]‘평화어’ 한글 서의동 논설위원 국제공용어 에스페란토는 일제강점기 조선 지식인들을 매료시켰다. 의 작가 홍명희는 ‘조선 최초의 에스페란토인’이라는 뜻을 담은 ‘벽초(碧初)’를 호로 했다. 청록색은 에스페란토의 상징색이다. 벽초는 동아일보 편집국장 시절 지면에 고정란을 만들어 논객들의 글을 에스페란토로 실었다. 1920년 창간된 문학동인지 ‘폐허’ 표지에는 한자 ‘廢墟’와 에스페란토 ‘La Ruino’가 나란히 쓰였다..

오늘의 문장 2020.10.27

칼 폴라니의 월급 사용법(2020년 10월 21일)

거의 매일 밥벌이 현장에서 과로로,혹은 과로로 인한 절망으로 야기된 죽음이 보도되는 것을 보며, 경제학자이며 역사학자이고 인류학자이며 철학자인 칼 폴라니(Karl Polanyi)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에서 1886년에 태어나 1964년 캐나다에서 숨진 폴라니가 1944년에 세계에 선물한 죽비 을 소환하며, "인간이 영혼을 가진 존재라는 사실을 무시하고 단순히 시장에서의 상품이라는 허울을 씌워 인간의 모든 사회적 문화적 욕구를 처참하게 부정해버리는 시장 자본주의의 더욱 포괄적인 인간 파괴"에 공감하는 사람들도 많겠지요. (https://www.ecommons.or.kr/series/Review/post/27 인용) 오늘 경향신문에도 이중근 논설실장이 폴라니를 소환한 글이 실..

오늘의 문장 2020.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