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칼럼 76

마지막 칼럼 (2010년 3월 31일)

자유칼럼에 글을 쓰기 시작한 지 꼭 삼년 만에 하직 인사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시사(時事)를 떠나 살고 싶다는 것뿐,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신문을 열심히 챙겨 보느라 피로했던 눈과 마음에 시사 너머를 볼 시간을 주고 싶습니다. 2007년 3월부터 지금까지 저와 ‘동행’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리며 작년 10월 28일자 한국일보의 ‘김흥숙 칼럼’에 실렸던 글, ‘칼럼이라는 것’으로 인사에 대신합니다. 자유칼럼 역사상 다른 매체에 실렸던 글을 다시 전재하기는 처음입니다. 이 글의 재전재를 허락해주신 자유칼럼 공동대표님들과 한국일보에 감사합니다. * * * * 오랜만에 뵈었으나 여전하시어 기뻤습니다. 한 달에 한두 번 골프를 치시고 일주일에 두 번씩 산에 오르신다니 꾸준한 운동이 좋긴 좋은가 봅니다..

자유칼럼 2010.04.01

돌아다보면 문득 (2010년 2월 1일)

오후 2시 반, 지하철 3호선 기차 안입니다. 전등이 켜있어도 어두운 건 승객들 때문인 것 같습니다. 대합실도 그랬지만 승객은 대부분 50세 이상입니다. 아무리 평균 수명이 늘어났다 해도 50세가 넘은 사람에겐 꿈꿀 미래보다 ‘돌아다볼’ 과거가 길고, 알 수 없는 시간에 대한 호기심보다는 지나간 시간이 남긴 피로가 짙습니다. 마침 객차와 객차 사이의 문이 열리며 초로의 남자가 들어옵니다. 문이 닫히기 전에 얼른 그이가 떠나온 칸으로 옮겨 탑니다. 칸은 달라도 풍경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앉아 있는 사람, 서 있는 사람, 모두 옆 칸 사람들을 옮겨놓은 듯합니다. 나이는 차이를 지우고 같음을 강조하는 유니폼입니다. 객차 양 끝의 ‘노약자 석’은 물론이고 가운데의 긴 의자들도 모두 노인들 차지입니다. 이제는..

자유칼럼 2010.02.01

제삿날 (2010년 1월 13일)

오늘은 제삿날입니다. 살아있는 사람을 만나러 갈 때도 신경 쓸 것이 적지 않지만 돌아가신 분을 맞으려면 훨씬 많은 준비가 필요합니다. 영하 십도를 오르내리는 날씨지만 문을 활짝 열어 청소를 하고 여기저기 묵은 때도 벗겨냅니다. 어제 장을 보았지만 오늘 한 번 더 나가야 합니다. 떡을 하지 못했으니 사러 가야 합니다. 나간 김에 두어 가지 더 사와야겠습니다. 여유 있는 살림은 아니지만 저 세상에서 이 세상까지 먼 길 오실 분을 생각하면 한 가지라도 더 장만해 상에 올리고 싶습니다. “제사? 쓸데없는 일이야. 귀신이 있어? 있다 해도, 와서 음식을 먹어? 귀신이 음식을 먹는다면 음식이 그대로 있을 리가 없잖아?” 똑똑한 친구가 힐난조로 하던 말이 떠오릅니다. 맞는 말 같기도 합니다. 제사상에 올려놓은 음식은..

자유칼럼 2010.01.13